유준상 "강우석과 홍상수, 고수는 역시 통하더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7.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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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임성균 기자 tjdrbs23@>


유준상은 지난 1년간 두 감독을 경험했다. 홍상수와 강우석, 두 감독은 작품 색깔만큼이나 판이하게 다르다. 상업과 비상업성, 영화세계와 철학, 한국영화에서의 위치 등 많은 점에서 삼각자의 양 끝과 같다.

배우로서 두 감독을 차례로 경험한 것은 분명 축복이다. 유준상은 '하하하'와 '이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한 테이크를 40~50번 가는 홍상수 감독과 5번 넘어가면 "미안하다"고 하는 강우석 감독. 그러나 유준상은 "둘 다 찍고 나서 뭘 했는지 모르는데 최상의 것이 나온다"면서 "고수는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준상은 두 감독에게서 무엇을 봤을까?

-강우석 감독에게 먼저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처음 만난 날 검사 역을 하자고 하시더니 다시 '준상아, 네가 하기에는 너무 작은 역이다'며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아닙니다. 작더라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한동안 연락이 없으셔서 못하게 됐다 싶었는데 전체 이야기를 정리했더니 검사 역을 제대로 풀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시자고 하더라.


-스릴러인 '이끼'에 웃음을 선사하는 역인데. 원작 속 검사와도 많이 다르고.

▶역시 코미디는 진지함이 있어야 웃기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하시더라. 현장에서 너희들끼리 아무리 웃겨도 관객은 안 웃을 수 있다고. 너희들이 웃긴다고 웃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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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임성균 기자 tjdrbs23@>


-작은 역이라도 강우석 감독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감독님 영화는 봤던 것이라도 케이블에서 하면 나도 모르게 또 보게 된다. 쑥 지나가게 만드는 연출력. 그걸 경험해 보고 싶었다.

-경험은 했나.

▶예를 들자면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있다. 이건 웃겨야 한다고 하시더라. 네 역할은 관객이 쉴 수 있는 포인트를 줘야 한다며. 긴장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그런데 두 번에 O.K를 하셨다. 현장에선 아무도 안 웃고, 나도 잘 모르겠고. 또 감독님은 모니터를 못 보게 하시니깐 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웃었으면 됐다'고 하셨다. 바로 그런 점이 경험해보지 못한 지점이었다.

-홍상수 감독은 많게는 50번도 넘게 같은 장면을 찍는데 강우석 감독 스타일이 어색하진 않았나.

▶강우석 감독님은 5번 넘어가면 미안하다고 하신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좀 더 좋은 그림을 찾으려 한다면서.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뭘 했는지 잘 모르겠는 건 같다. 그런데 좋은 결과가 나온다. 고수들은 뭔가 있는 것 같다.

-홍상수 영화는 자유로운 재즈 같은 분위기인 반면 강우석 영화는 꽉 짜여진 클래식 같은데. 방식의 차이점을 느꼈나.

▶글쎄. 홍상수 감독님 영화는 즉흥적으로 무엇인가가 이뤄지는 것 같지만 수많은 것들이 꽉 짜여져 나중에 완성된 결과물이 나온다. 반면 강우석 감독님은 꽉 짜여진 것 같지만 그 안에 즉흥연주 같은 자유로움이 있다. '이끼'에서 처음 마을에 들어가서 이장과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 일이다.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더니 '공기 좋다'란 대사를 해보라고 하시더라. 하고 났더니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더라. 배우에 순간순간 돌파구를 찾게 해준다.

두 감독님은 전혀 다를 것 같지만 서로를 존중해 주시더라. 홍상수 감독님은 강우석 감독님 작품을 이해하시고, 강우석 감독님 역시 홍 감독님을 좋아하시더라. 홍 감독님이 그래서 '이끼' VIP 시사회도 오셨다.

-홍상수 패밀리 같은 느낌인지라 강우석 사단과 첫 연기를 하니깐 잘 녹아들지 못할까 싶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가장 강우석 스타일을 잘 살렸는데.

▶현장에 가면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생방송이나 앞에 관객을 앉혀 놓은 것처럼 촬영이 진행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장면이 진행된다. 하이라이트 같은 경우 여느 감독님이라면 4박5일은 찍을 것을 2일만에 끝냈다. 그만큼 현장에서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배우들과는 원래 잘 알고 있었고 술을 먹으면서 더 친해졌고.

-전혀 다른 색깔의 감독 작품에 잘 녹아들면서 또 색깔을 내는 게 유준상의 장점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감독에 유용한 도구라는 소리인데.

▶연출님이 단 한 번이라도 만족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주는 디렉션을 모두 대본에 적어 놓는다. 100가지가 넘는 걸 익히고 또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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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임성균 기자 tjdrbs23@>


-차기작은.

▶뮤지컬 '잭 더 리퍼'를 하고 연말엔 '삼총사' 앙코르를 한다.

-최근 뮤지컬에 아이돌이 많이 출연하는데. 일부에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아직 함께 한 경험이 없어서. 일단 관객도 많이 오고 실력이 있으니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만일 늦게 오거나 자기 것만 하고 가려하고 그래서 앙상블을 이루는데 방해를 준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는 못 들은 것 같다. 터세나 곱지 않은 시선이라면 나도 뮤지컬을 많이 했지만 어떤 선배들에겐 'TV에서 많이 본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결국 같이 하면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문이지만 홍상수 감독과 강우석 감독에게 동시에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진짜 힘든 질문이다. 기사 안 쓸 건가.(웃음) 두 분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들이고 너무 배울 게 많다. 정말 그런 제의를 받는다면...비밀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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