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오지전문? 유럽서 멜로 찍고 싶다"(인터뷰)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06.2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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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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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발의 꿈'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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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전 응원 당시 박희순 ⓒ김관명 기자


오지 전문. 배우 박희순에게 이런 말은 그럴 듯하다. '남극일기'에선 온통 눈이었던 뉴질랜드 벌판에서, '10억'에선 진짜 호주 사막에서 몇 달을 머물렀다. 그리고 23일 개봉을 앞둔 '맨발의 꿈'(감독 김태균)에선 도마뱀 기어 다니고 전기도 자주 나가는 오지의 나라 동티모르에서 2개월을 꼬박 샜다.

"'맨발의 꿈'은 오지 촬영 완결편이죠. 오지는 이제 그만 하렵니다. 저도 유럽에서 로맨틱 멜로 찍고 싶어요.(웃음)"


'맨발의 꿈'은 지난 2004년 히로시마 유소년축구대회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거둔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나오는 아역 배우들은 당시 축구선수들의 몇 년 후배들이다. 아역배우가 축구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진짜 축구선수가 연기를 했다는 얘기. 박희순은 실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을 이끌었던 한국인 감독(김신환. 극중 이름은 김원광) 역을 맡았다.

-고생 많았겠다.

▶더위는 기본이고. (앞서 인터뷰한 김태균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가 묵은 동티모르 숙소엔 도마뱀이 기본이라고 했다)


-축구 좋아하나.(이날 인터뷰는 박희순과 소속사 식구들이 아르헨티나전을 TV로 함께 지켜보면서 진행됐다)

▶축구를 못한다. 2개월간 개인 레슨을 받았는데도 안되더라. 영화에서 멋지게 공을 한 번 발로 차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삭제됐겠나. 감독님이 그러더라. "어떻게 30번을 차도 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지 않냐?" 나도 할 말 있다. 바닥이 고르지 않았다고(웃음). 몇 개월 찍으니 나도 축구감독 같아지더라. 말로 하는 것만.(웃음)

-2002년, 2006년 월드컵이 열렸을 당시, 본인이 축구영화를 찍을 거라고 생각했나.

▶생각도 못했다.

-'세븐데이즈'에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도대체 그 화려한 애드리브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맨발의 꿈'에서 '이방인 축구감독' 박희순의 애드리브는 여러 차례 빛난다. "자식이 의외로 디테일이 있네" 같은 대사에선 시사회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특히 영어, 한국어, 인도네시아어, 현지 떼뚬어를 섞어 쓰는 말투는 그의 창작 애드리브다)

▶한국에서 처음 대본을 받았는데 인도네시아어가 많았다. 감독님은 "잘 하면 안되니까 연습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선생님한테 인도네시아어를 몇개월 '제대로' 배운 다음, 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현지 떼뚬어는 말 자체가 재미있다. '남숭남숭'(바로바로) '바구스'(잘했어) 등 우리나라 '얄리 얄리 얄라셩' 같은 운율이 있다. 우리말과 조합해서 나름 말투를 개발해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뭐, 이런 식이다. me가 너희들을 trust할 테니 one day, one time, one dollar를 나한테 give money. 이런 거다.(영화에서 한국인 감독 김원광은 맨발로 축구를 하는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짝퉁 축구화를 팔아먹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한다)

-영화 본 관객들은 아이들을 많이 기억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라모스? 조세핀?

▶통역도 없는 상태에서 망원으로 애들과 있는 신을 찍어야 했다. 외딴 섬에 갇힌 느낌이랄까. 당연히 그 친구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축구를 가장 잘 했던)라모스는 리더십이 있다. 팀에서 짱을 먹는 친구도 라모스는 터치 못하더라. 이번에 한국에 오면 필요한 것, 갖고 싶은 것 사줄 거다. 물론 (여자 아역) 조세핀도 기억에 남는다.

-최근 유엔본부에서 '맨발의 꿈' 시사회가 있었다. 유엔은 처음 가봤나?

▶처음이다. (정색을 하며) 아니, 배우가 유엔에 가본 사람이 있겠나? 박희순이 한국배우 최초란다.

-반응은 어땠나.

▶관객이 배우 보면서 감동하듯이, 배우는 관객 반응을 보면서 감동을 한다. 영화에 영어 대사가 좀 있으니 반응이 더 있더라. 인상적이었던 건, 시사회가 끝난 후 한 유엔 직원이 악수를 청하면서 "영화 좋다. 이런 영화 찍어줘서 고맙다. 유엔이 생각하는 '평화'와 부합하는 영화다"고 말했을 때였다. 영화엔 용서, 화해 메시지가 있으니까. 동티모르를 독립시킨 게 유엔이고, 영화는 이런 사실을 알린 셈이니 그들도 뿌듯했을 것이다. 골 넣을 땐 박수까지 터져나오더라. 눈물 그렁그렁 하면서.

-(현지 대사관 직원으로 나오는) 고창석과 영화 '혈투'를 또 찍었다.(박훈정 감독의 '혈투'는 조선시대 몰락한 양반가 자제와 그 집에서 함께 자란 두 남자가 벌인 청나라군과의 대결 이야기. 박희순이 양반가 자제, 고창석이 낙오병으로 나온다)

▶'맨발의 꿈'에서 친해져서 '혈투'에선 편하게 연기했다.

-월드컵 기간이다. 이런 착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월드컵도 있고, 센 영화도 있기 때문에 쉽게 예측은 못한다. 그러나 시사회 반응이 좋으니까 감사할 따름이다. 힘들고 어지러운 세상에 이런 따뜻한 영화가, 감동영화가 잘 되는 게 좋을 것 같다. 국민들에게 일종의 선물이 될 테니까. "가슴이 아파서, 영화를 보면서 아픔의 눈물, 기쁨의 눈물 동시에 흘린 적은 처음"이라는 영화평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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