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장혁이 '추노'로 사는 좋은 예(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3.01 11:58 / 조회 : 16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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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장혁은 귀환을 품고 사는 배우다. 그는 늘 어딘가로 돌아가길 꿈꾼다.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에선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남자였으며, 영화 '토끼와 리저드'에선 매일 아침으로 돌아가고픈 남자였다. '추노'에서도 장혁은 노비를 쫓지만 정작 바라는 것은 언년이와 행복했던 한 때로 돌아가고 싶은 남자다.

사람들은 그의 몸에 탄복하고 액션을 칭찬한다. 그러나 장혁은 다른 지점을 본다. '300' 같은 몸을 보고 감탄할 때 '300'에 담긴 정신을 본다. 조국을 맨 몸으로 지키고 사랑하는 이에게 돌아가고 싶은 그 마음을 꿈꾼다.

장혁은 지금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추노'에 원래 다른 배우가 먼저 이야기되고 있었는데.


▶글쎄. 처음에 사무실에 시놉시스가 있었다. 읽어보니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면이 있더라.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재성 선배가 맡았던 최대치 역을 좋아한다. 작품 안에서 인물이 변하는 과정과 이유가 다 설명되는. '추노' 대길이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제대하고 난 뒤 '고맙습니다'부터 시작해 과거와는 좀 다른 작품들을 선택했다. 특히 영화는 좀 더 예술지향적이었고. 그래서 '추노' 선택이 의외였는데.

▶21살 때 데뷔했는데 그 때는 그 때 가장 잘 맞는 것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지금 내게 잘 맞는 것을 하는 것 같고. 다만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인만큼 항상 상업성과 예술성을 균형있게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초반 남자배우들의 몸이 화제가 되다보니 자꾸 그쪽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스타일적인 부분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작진이 '300' 같은 몸을 만들어오라고 할 때는 단순히 그런 몸을 만들라고 한 것은 아니다. '300'은 맨 몸으로 나라를 지킨 스파르타인들의 정신을 그런 육체로 표현한 영화다.

'추노'도 마찬가지다. 맨몸으로 살아가는 민초들의 이야기다. 노동자의 근육이 필요했고 그래서 태닝도 했다. 몸도 캐릭터의 옷에 불과한데 너무 스타일만 부각되는 게 아쉽기는 하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눈의 상처도 직접 제안했다던데.

▶처음에는 악귀도 그런 악귀가 없다 싶을 정도로 설정했다. 본능적이고 야차같은 느낌을 주도록. 절권도도 본능이고 생존인 무술이니깐 사용한 것이고. 다만 그렇게 되면 도련님 시절과 간극이 너무 클까봐 조절을 하게 됐다. 얼굴 상처 역시 도련님 시절과 달라진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제안했다. 다행히 잘 받아주셨다.

-과거 래퍼를 했었다. 외국에 진출하려고 영어도 배웠고. 아시아권 배우로 두각을 발휘하기 위해 영춘권도 배웠고. 그런 것들이 지금 '추노'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은데.

▶지금 연기는 잘하고 그 때 연기는 못했다, 그런 생각은 없다. 그냥 책을 보든, 사건을 겪든, 내가 쌓은 경험이 지금 내 일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지. 이날을 위해 준비한다기보다 항상 프로의 자세로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추노' 속 다른 인물들은 시대정신이랄지, 대의명분이랄지,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오지호가 맡은 송태하가 더 부각되는 부분도 있는데.

▶송태하는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잖아. 대길과 송태하의 캐릭터 차이는 '글래디에이터'와 '브레이브 하트'의 차이 같다. 그렇다고 대길이는 민초 대표도 아니다. 신분은 양반이다. 그런데 천민과 어울린다. 복수를 꿈꾸고. 복수와 사랑이 존재이유인 캐릭터다. 그게 없으면 하루하루를 못살아가는. 그래서 난 대길이 캐릭터가 좋다.

-'토끼와 리저드'에서도 언제 죽을지 몰라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을 맡았는데.

▶꼭 그런 것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때 내 감정이 선호하는 것이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다. 그런 경험이 지금의 안정적인 연기에 도움을 주나.

▶총각 때보다 많은 게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적인 것도 그렇고. 경험도 그렇고. 하지만 결혼했다고 아이 낳았다고 군대 갔다고 뭔가가 하나하나 바뀌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든 게 쌓여서 달라지는 것이지. 왜 아기를 낳고 기르면 달라진다고 하지만 결국 품에 안고 키워봐야 알지 않나. 그런 차이 같다. 상대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까지도 바뀌니깐.

-군대를 가기 전에는 스타를 꿈꿨다면 제대한 뒤에는 배우로서 행보를 걷는 것 같은데.

▶명확한 이유로 언제부터 바뀐 것은 아니다. 또래보다 빠른 경험을 했고 그런 경험 탓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연예인과 배우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타성은 있어야 한다. 배우는 무대와 관객이 있어야 하잖나. 스타성이 있어야 무대와 관객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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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추노'도 그렇지만 몸으로 하는 연기에 익숙한 것 같다. 꼭 액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성동일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제임스 딘이 작품에서 우수에 젖은 눈빛을 하는 것은 딱 한 번 밖에 없다고. 매번 대사할 때도 건들거리고 움직이다가 한 순간 그런 눈빛을 드러낸다고. 몸을 움직이고 리듬을 타려는 것은 결국 그런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시청자들은 '추노'의 결말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데.

▶결국 이야기는 석현 왕자를 어떻게 강화도로 데리고 가냐에 달렸다. 그 안에서 언년이와의 사랑도 나오고, 대결도 나올 테고. 그 결말이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노'가 그리는 역사를 처음부터 카메라로 쫓다가 어느 순간 멈추는 듯한 결말. 그렇게 사람들이 살았다.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이런 객관적인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남자배우들이 몸매가 좋다보니 현장에서 경쟁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처음에 운동을 텄다. 역기 갖고 와서 운동을 했다. 그랬더니 각자 차에서 기구를 갖고 운동을 했다. 당연한 일이다. 연기 연습하는 것과 운동하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추노'가 워낙 화제다 보니 비슷한 역에 대한 제안이 많이 들어올텐데.

▶내 나이가 남자로서 향기가 묻어 날 수 있는 가장 피크라고 생각한다.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도. 하지만 매 작품이 끝나면 백지로 돌아오고 싶다. 그래서 '추노'가 고마운 게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드라마라면 촬영일정상 불가능하다. 대길이는 대길이고 장혁은 장혁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고맙다.

-지금까지 장혁이 한 작품은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

▶복귀인 것 같다. 어릴 적에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동에서 일을 하시던 분이셔서 출장이 잦으셨다. 1년에 한두 달 집에 계시다 일을 나가셨다. 그리고 경상도 분이셔서 말수도 적으셨고. 그래서 난 가족과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가족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었고. 아버지 같은 책임감도 갖고 싶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을 찾는 것 같다. 늘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인물. 또는 돌아오는 인물. 아마도 다음 작품도 그런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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