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 "게이영화 시장, 확신한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12.13 14:16 / 조회 : 9326
  • 글자크기조절
image


'올드미스 다이어리' 이후 영화사 청년필름은 상업영화 제작에 침묵을 지켰다. 그 침묵 속에서 청년필름은 '후회하지 않아' '소년 소년을 만나다', 그리고 17일 개봉하는 '친구사이?'까지 퀴어영화를 잇달아 내놨다. 독립영화를 잇따라 제작했고 개봉을 위해 노력했다.

그 중심에는 청년필름 대표이자 감독으로 나선 김조광수(43)가 있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부터 감독으로 나선 그는 한국영화에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다. 게이라는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 퀴어영화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구사이?' 개봉을 앞두곤 영등위와 등급 심의에 대해 전면으로 '맞장'을 뜨는 중이다.

그는 제작사 대표이자 이제 막 두 편을 연출한 감독으로서 팬덤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이자 감독인 그의 정체성에 대해 물었다.

-'후회하지 않아'로 커밍아웃을 한 뒤 퀴어영화를 두 번째 연출하고 있는데.

▶그전에 내 정체성을 묻는 기자들이 몇 있었다. 친한 사람들엔 이야기했지만 무작정 전화와서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라고 해도 계속 전화가 왔다. 거짓말은 했지만 기분이 안좋았다. 그러다 퀴어영화 제작하는 마당에 공개하자고 결심했다. 그 뒤로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와 '친구사이?'는 연장선에 놓인 게이 이야기다. 30대 게이를 그린 이야기까지 3부작으로 기획하고 있다는데 의무감이라도 있는건가.

▶의무감이라기 보다 누가 퀴어영화를 만들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무수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데 과연 나보다 더 퀴어영화를 잘만들고 의미있게 만들수 있냐 싶더라.

-퀴어, 게이영화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나.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 '후회하지 않아'가 성공한 이후 퀴어시장을 확인했다. 5만명 정도에서 그 이상으로 형성될 것이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17분 분량인데도 극장에서 4000명이 봤으며, 유료 다운로드를 2만 5000명이 했다. 편당 1000원씩 다운로드했으니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제작자에서 감독으로 전업을 시도한 까닭이 있다면.

▶10년 정도 제작을 하다보니 감독과 이야기할 때 연출을 안해서 소통이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얄팍한 질투심도 있었다. 아무리 영화를 열심히 만들어도 제작자는 기억을 안하더라. 질투를 근원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밝은 게이영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아오이 팬덤을 겨냥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그런 측면이 있다. 짧아야 했으니 강렬해야 했고 또 그동안 게이영화에서 담지 못한 것들을 담아야 했으니. 그리고 내가 밝은 사람이다보니 그게 맞다.

-이번 영화에는 베드신과 키스신이 두드러졌는데.

▶여러가지 연습이 필요했다. 유명한 배우가 아니더라도 관객이 관심있어야 했고. 뮤지컬 신도 마찬가지다. 게이들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습성도 있고. 밝고 명랑한 게이를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탓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동성애라는 것 때문에 심의결과에 차별을 받을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순진했던 것 같다. '브로큰백 마운틴'이 15세 이상을 받았는데 '친구사이?'가 청불이란 게 이해가 안간다. 외국영화 기준을 따라야한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이성애를 담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나 '마린보이'보다 수위가 낮은데 이런 결과를 받은 걸 납득을 못하겠다. 특히 청소년들이 모방할 위험이 있다니...

-'친구사이?' 심의 논란이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아니다. 이 영화는 인권영화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기 보단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라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친구사이?'도 자신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하던데.

▶군대 있을 때 애인이 면회 왔을 때 어머니도 면회를 온 적이 있다. 또 군에 있을 때 나를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찾아온 적도 있었고.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엮으면서 좀 더 극적이게 꾸몄다.

-'소소만'은 '기'만 보여준 채 끝났다. '친구사이?'는 승이 빠진채 기와 전,결만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소소만'은 너무 짧았고. '친구사이?'는 30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다보니 그런 점도 있다. 다음 작품은 기승전결이 완비된 영화가 되겠지.(웃음)

-'친구사이?'에 이제훈이 맡은 역은 너무 여성성을 타입화한 게 아닌가.

▶여성성이 드러나는 게이를 '끼순이'라 한다. 게이들 사이에서도 '끼순이'에 대한 편견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난 게이는 여성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부분이 영화로서 더 드러났으면 좋겠고.

-소규모 십시일반 형식으로 영화를 제작한다. 그러다보니 상업적인 영화 제작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상업영화를 꾸준히 준비했는데 잘 안된 탓이지. 내년에는 하정우가 출연하기로 한 '의뢰인'을 비롯해 다양한 상업영화가 준비 중이다. 나 역시 스릴러인 '검은 고양이'를 연출할 계획이다. '분홍신'과 '올미다'를 했지만 요즘 상황에서 1년에 1편 이상 상업영화를 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독립영화 제작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 보이는 것 뿐이다. 내년에는 이송희일 감독의 '탈주'와 '환상기담 묘' 등 독립영화와 함께 상업영화를 함께 선보이게 될 것이다.

-'소소만'이나 '친구사이?' 모두 부산영화제에 초청됐다. 게이영화라고 다 초청받을 수는 없을테고. 김조광수라는 타이틀이 도움이 된 측면도 있을텐데.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떤 분은 블로그에 김조광수 하이패스라고 적었더라. 특별한 것도 없는데 김조광수가 했다고 부산영화제도 가고 개봉도 한다고. 하지만 분명 영화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소소만'은 밝은 게이영화다. 사실 그런 영화는 드물다. 해외 게이레즈비언 영화제에 가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미국과 독일에는 '소소만'이 TV 판권이 팔렸다. 내가 아닌 영화를 봤다고 생각한다.

-상업영화도 연출한다고 했지만 필모그라피에 퀴어영화가 더욱 많을 것 같은데.

▶내 필모그라피에 퀴어영화가 더욱 많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잘할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을 선점할수도 있고, 키울수도 있다. 또 내 이야기가 아닌가.(웃음)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