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원조 꿀복근? 다른 걸 보여줄 수 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11.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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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차승원은 원조 '꿀복근'의 소유자다. 그는 남성도 '섹스어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려줬다. 톱모델 출신인만큼 패션 감각도 남달랐다. 그는 소위 '간지남'으로 통했다.

하지만 차승원은 연기에선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애썼다. 복근을 드러내기 보단 헐렁한 셔츠를 걸치려 했고, 가급적이면 추레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물론 숨긴다고 숨겨지지는 않았지만.


그랬던 차승원이 변했다. 아니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이제야 비로소 하는 듯하다. 그는 영화 속에서 멋을 추구하고 갈수록 영화적인 캐릭터를 찾으려 한다. 영화 속 캐릭터는 점점 차승원화 되어간다.

12월3일 개봉하는 '시크릿'에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차승원은 '시크릿'에서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는 형사를 맡았다. 멋있을 수가 없는 역이다. 그런데 차승원이 하니 멋있다. 다른 형사들이 '잠바'를 입을 때 차승원 홀로 '슈트'를 걸쳐도 이상하지 않다. 그건 차승원이란 배우가 극 중 역을 자기화했다는 뜻이다. 또 관객이 차승원과 배역을 동일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래 다른 영화를 하려 했는데 '시크릿'으로 방향 전환을 했다. 항간에는 차승원이 벗는 것을 싫어해서 그랬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벗는다고 안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크릿'이 내가 하고 싶은 색감과 일치했기에 그랬던 것이다. 요즘 색감이란 말을 참 많이 쓴다.

-원래는 큰 매력이 없는 역이다. 자칫 찌질해 보일 수도 있고. 그래서 보탰던 부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

▶원죄도 있는 인물이고. 커다란 매력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히려 조폭 두목 역이 더 강렬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역을 내 식으로 하고 싶었다. 의상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전반적인 그림이 나와 맞았던 게 좋았던 것 같다.

-예전보다 현장에서 여유랄지, 확 이끄는 맛이랄지, 그런 게 많아졌다던데.

▶글쎄. 이런 것은 있다. 예전에는 나 홀로 했어야 하는 작품들이 있었다. 그런데 끝나고 보면 부담도 들고 허탈함도 들고 그랬다. 그러다보니 그 작품에 반감까지 들 수 있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미어 리그라고 할까, 나 혼자 공을 차는 게 아니라 패스하면서 하고 싶단 생각 말이다.

-예전과 달리 극적인 작품을 찾는다. '시크릿'은 물론이고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이나 '포화 속으로' 속 캐릭터도 마찬가지인데.

▶잘안되는 게 무엇인지 경험으로 알게 되더라. 또 잘안되는 것을 잘되게 하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라. 그냥 내 장점을 더욱 세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더라. '시티홀' 때도 그랬다. 원래는 젠틀한 남자였다. 그래서 내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작가와 PD가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내 방식의 젠틀맨을 하고 싶다고 했다. 툭 툭 던지는데도 납득되는...

-완전히 역할 속 인물이 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자신 안에 캐릭터를 녹이는 배우가 있는 것 같다. 차승원은 갈수록 후자가 되는 것 같은데.

▶나를 버리려고도 해봤다. '국경의 남쪽'이나 '아들'이 그런 시도였다. 하지만 관객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더라. 당신 안불쌍해보여 그러더라. 내가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으니 내가 잘 하는 걸 하는 게 가장 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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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예전에는 일상적인 연기를 시도해 보더니 요즘은 점점 더 외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는 걸 하는 것 같은데. '시크릿'도 마찬가지고.

▶외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는 영화 이제는 하고 싶다. 예전부터 '신 시티'나 '데쓰 프루프' 같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 '박수칠 때 떠나라'부터 '눈눈 이이'가 그런 시도를 했던 작품이었다. 이런 류의 영화만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결정타는 '아들'이었다.

-차승원은 섹스어필한 남자 배우 계보를 잇는다. 몸으로 섹시한 남자 배우 중에선 첫 타자라 할 수 있고.

▶무대인사 때 어떤 팬이 '꿀복근'이라고 하더라.(웃음) 예전에는 그게 싫었다. 웃옷을 벗어야 해도 후줄근한 러닝셔츠를 입곤 했다. 아마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다양한 시도를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것을 부각시켜도 다른 것으로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배우들 중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배우들이 적지 않다.

-영화 속 캐릭터는 원죄로 고민한다. 차승원 개인에게도 원죄 같은 죄스러움이 있나.

▶글쎄 영화에선 아내를 사랑해서 그런 일을 하는지, 아기에게 미안해서 그런 일을 하는지 잘 묘사되지 않는다. 난 아기가 있으니 후자쪽이지만. 그래서 후회를 더 세게 하려고 연기적으로 묘사했다.

개인적으론 원죄 같은 죄스러움은 없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사실 차승원은 영화적인 사람이다. 외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일상사도 그렇고.

▶예전에는 일상적인 냄새를 풍기려 했다. 그런데 이젠 일상적이지 않은 게 오히려 내겐 일상적인 것 같다. 그게 지금 나인 것 같고. 오래된 옷장에서 지금까지 입지 않았던, 하지만 좋아하는 옷을 이제야 내가 입는 느낌이다. 여름에 입지 않은 옷을, 가을에 입는 듯한 느낌.

-요즘 40대에 가장 멋스럽게 보여지는 역을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 불혹이기에 겪는 위기를 표현하기도 하고. 실제 나이와도 관련이 있나.

▶그렇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단면만 보여지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예전에 했던 것들을 다시 한다고 해도 그 때 같은 즐거움은 못 느낄 것 같다.

-'시크릿'에선 알고 있으면서도 묻어두길 바라는 남편을 연기하는데.

▶묻어둘 것은 묻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상대에 따라 다르지만. 난 치밀하게 생각하기 보단 사건이 터지면 해결하는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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