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 "배우로서 모험 즐기고 있다"(인터뷰)

김명은 기자 / 입력 : 2009.11.11 15:55 / 조회 : 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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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김승우(40)가 달라졌다. 배우로서 한층 여유를 가지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을 즐기고 있다.

김승우는 요즘 KBS 2TV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북측 최고의 첩보 요원 박철영 역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배우라면 으레 신경쓸 수밖에 없는 배역의 경중을 따지기보다 매회 한 두 신 출연에 불과하지만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는 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

이미지 변신과 함께 자신만의 또 다른 연기 스타일을 연구하고 파고들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을 갖게 된 것.

"주변에서는 '아이리스' 출연을 많이 반대했어요. 이미 2년 전 시놉을 봤을 때 이름도 네 번째로 나와 있었고 출연 분량도 적었어요. 여기에 배우로서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는 악역이라는 점도 반대의 이유였죠. 하지만 일종의 '선수들의 감'이라는 게 있었어요. 저는 박철영 캐릭터가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거든요."

그는 '아이리스'에서 특별한 멜로라인이 없다.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김소연의 극중 캐릭터가 더블 삼각관계로 얽혀있는데 반해 그가 맡은 박철영은 선화(김소연 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전부다. 대신 무게감을 더했다.

"이렇게 센 역할은 처음이에요. 나이 마흔을 넘기니 멜로 연기에 대한 열정도 조금씩 식는 것 같아요. 인생 자체로는 건장한 남자다움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배우로서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잖아요. 시청자들이 '김승우가 안 하던 걸 하네' 하고 봐주길 기대했어요. 올 초 뮤지컬 도전도 그와 같은 맥락이었어요."

그는 "지금까지는 부드러움이 있는 '선(線)의 연기'를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각(角)의 연기'가 나의 연기 콘셉트가 될 것"이라며 "이번 역할을 통해 좀 더 연구할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특히 멜로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굳이 없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을 제작진에게 전달했다고.

그는 "나까지 멜로로 엮이지 않더라도 우리 드라마는 할 얘기 너무 많다"며 "드라마가 더욱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큰 산을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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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안방극장 수목극 흥행작 기근 현상을 한방에 날려버린 '아이리스'. 김승우는 "'아이리스'가 드라마사에 전무후무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전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상호 신뢰가 이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처음 드라마가 기획된다고 했을 때 우리들도 믿기 어려웠어요. 200억 제작비는 물론이고 톱스타들의 대거 캐스팅도 놀라웠죠. 그렇지만 돈을 쏟아 붓는다고 다가 아니에요.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내부적으론 자신감이 넘쳤지만 방송 시작 전까지 긴장감은 극도로 가중됐다고.

그는 "순수예술이 아닌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대중의 평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첫 회부터 시청률이 높게 나왔고 박철영 캐릭터도 화제가 돼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친 존재감', '폭풍간지' 등 '아이리스'를 통해 얻은 수식어를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죠. 그렇지만 저의 왕자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웃음) 배우는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 이미지 때문에 힘든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리스'가 매회 숨막히는 첩보액션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데는 배우들의 몸을 아까지 않는 열연이 있기에 가능하다.

김승우 역시 헝가리 로케이션에서 이병헌, 김소연과 함께 차량 추격신을 찍으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그는 "김남주씨가 충격을 받을까봐 주변에서 메이킹 필름을 보여주지 말라고까지 했다"며 "그 때 일로 오른 팔과 무릎이 안 좋다. 하지만 '내가 이런데 (이)병헌이는 어떻겠어' 하고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위험한 장면임에도 대역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반칙하기가 싫었다. 얼굴이 잠깐 잠깐 비춰진다고 해도 예민하게 보시는 분들도 분명 있다"며 "병헌이도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훗날 배우로서 업계 사람들에게 "참 좋은 배우였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무릎팍도사'에서도 얘기를 했었지만 제가 재벌이라는 소문은 정말 사실이 아니에요. 연기를 하면서 돈을 벌었죠. 단역 때는 하루에 30만 원을 받고, 1년에 100만 원을 벌 때도 있었어요. 수많은 오디션을 거쳐 충무로에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어요. 연기할 때만은 치열한 김승우이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가정에서는 든든한 가장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배우 김남주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그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솔선수범을 보이고 싶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근엄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일과 가정,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는 삶의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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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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