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보다 공익광고! 뉴욕 사로잡은 한국청년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제석씨 인터뷰

김훈남 기자 / 입력 : 2009.10.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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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전문가 이제석씨(28) ⓒ사진=송희진기자 songhj@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숱한 화제를 만들어 온 재미 광고전문가 이제석씨(28·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월드비전의 '기아체험 24시' 홍보 작업과 아름다운재단의 제2회 비영리컨퍼런스 참여 차 서울에 온 그를 21일 만났다.

이제석씨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광고전문가로 대구 계명대학교와 뉴욕에 위치한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 SVA)를 졸업했다. 2007년 도미 후 뉴욕 페스티벌, 클리오 어워드, 깐느 국제광고제 등 세계 3대 광고제를 석권한 바 있는 '광고계의 기린아'다.


그의 작품은 세상에 나올 때마다 화젯거리다. 2008년 '욱일승천기'로 얼굴을 가린 도둑을 형상화해 일본의 독도 침탈을 고발했던 퍼포먼스, 일본의 신무기라며 권총모양의 역사교과서를 경매 사이트에 올려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배추김치 사진과 함께 '김치가 신종플루를 막는다(Kimchi prevents flu)'는 문구를 넣어 만든 '김치마스크' 역시 이씨의 작품이다.

"진짜 좋은 광고는 적은 비용으로 망해가는 가게를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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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에 찍어먹으면 맛있다'는 메시지를 스티커 두장으로 설명한 '오레오'광고. ⓒ이제석 광고연구소(www.jeski.org)



그가 만든 광고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추구한다. 투명 엘리베이터에 스티커를 부착,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때마다 우유에 과자가 들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해 '우유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오레오' 광고나 서울만 남아있는 남한의 지도를 경매에 올려 수도권 집중현상을 고발한 그의 작품이 좋은 예다. 모두 신문이나 방송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아이디어의 힘으로만 승부했다.

이 광고들의 주된 콘셉트는 '알아서 퍼져나가는 광고'다. 소규모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노출시키면 광고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거나 입소문을 내주고 그것이 화제가 돼 광고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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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소재로 한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광고.


이씨는 지난 5월 미국 뉴욕 원쇼 페스티벌에서 1위를 차지한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광고를 예로 들었다. "많은 돈을 들여 대중에게 노출해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광고의 아이디어가 좋으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광고를 본 대중이 눈살 찌푸리지 않아야"

이제석씨는 "사람들이 스크랩할 만큼 독창적인 광고, 극장에서 나와도 흘려 넘기지 않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며 좋은 광고의 조건으로 '정체성'과 '대중에 대한 배려'를 들었다.

그는 먼저 "일부 광고를 보면 상품이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세뇌'당하는 기분"이라며 '광고의 정체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좋은 광고라면 대중이 포함된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어 휴대전화에 매일 전송되는 스팸문자에 대해 "100명 중 1명만 설득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99명을 놓치는 광고"라 평했다. "방법을 바꾸면 수용자를 배려하고 소통할 수 있다"며 "그런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 주장했다.

"돈 못벌어도 공익광고가 나에겐 적격"

유독 공익광고에 집중하는 그의 행보에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미국 유명 광고학교인 SVA 졸업에 화려한 수상경력, 해외 광고회사 근무경력까지 포함하면 그는 얼마든지 좋은 조건에 일할 수 있다. 스스로도 "국내외 광고 업체 입사 제의가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고액연봉, 화려한 타이틀 보다는 내 마음이 편한 것이 좋아서 공익광고를 만든다"고 했다. 돈을 벌기엔 상업광고가 낫지만 작품으로 남길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것. 광고에 그가 공감하는 메시지를 담아 대중과 소통하려면 광고주의 요구를 고려해야하는 상업광고보다 공익광고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이어 "광고·마케팅연구소 운영을 하다 보니 상업 광고작업에도 참여하기도 하지만 주로 철학이 맞는 광고주와 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추구하는 공익 광고는 '메시지 전달을 넘어 수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광고'다. 이씨는 "'불우이웃을 돕자'는 광고 끝에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면 참여코자하는 사람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자신의 이름을 건 광고교육원 개설을 준비하는 이씨. 그는 후배 양성에도 욕심을 냈다.

선생과 학생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을 통해 공익광고의 시너지를 추구한다는 이씨의 교육원은 무료로 학생을 가르칠 예정이다. 대신 교육받은 만큼 사회나 광고 연구에 참여해 환원하게 할 생각이다. 그는 "지금도 재능기부자들의 지원을 기다린다"며 사회참여를 하고 싶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또 "최고의 아이디어는 광고업계의 틀에 얽매이지 않을 때 나오는 것 같다"며 "철없는 아이 같은 정서가 더 기발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광고업계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을 모아 광고계의 아이돌 '빅뱅'을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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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석씨(28)가 기획한 광고들. ⓒ이제석 광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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