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밴드' 폐지, '무모한 도전'처럼 될 순 없었나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10.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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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밴드 ⓒ송희진 기자


♬ 지금 슬픈 내 노래는 무대 뒤의 한 소녀~ 애써 눈물지으며 바라보고 있네~

10년 전에 전국을 강타했던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 가사다. 당시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도 훔치고, 짝사랑하는 상대도 그리며... 뭐, 어쨌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 같다. ‘마지막’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슬프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이건, 어떤 일의 마지막이건, 어떤 배우, 가수들의 마지막이건 말이다. 이 ‘마지막’ 때문에, 안타까운 프로그램이 있다. 노래 제목처럼 진짜로 ‘마지막 콘서트’를 한 ‘오빠밴드’다.


‘오빠밴드’는 지난 6월21일 첫방송을 한 이후로 4개월 만에 폐지된다고 한다. 아직 마지막회는 방송되지 않았지만, ‘오빠밴드’팀이 ‘마지막 콘서트’를 하며 1000여명의 팬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팬의 한 사람으로, 또 방송을 만드는 작가의 입장으로 참 씁쓸했다. 왜? 프로그램이 좋고, 나쁘고 간에, 계속 하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는 건 결국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그래, 어쩔 수 없다. 상대 방송사들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20%를 육박하는 시청률인데 반해, ‘오빠밴드’는 한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다만 아쉬운 건 가능성이 있음에도 ‘더 기다려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박2일’이 우리나라 좋은 곳을 소개하는 여행이고, ‘패밀리가 떴다’가 가족 여행이며, ‘무한도전’이 온갖 미션 수행을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면, ‘오빠밴드’ 역시 밴드의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음악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렇담 리얼리티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뭐, 중요한 걸 한두 개로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일단 ‘캐릭터 형성’이라 말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시라.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재미있고, 시청률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시점은 모두 멤버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구축하면서부터이다.

‘오빠밴드’가 아쉬운 건 바로 이 점이다. 이제 막 출연자들 개개인의 ‘캐릭터’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었는데 폐지된다는 점이다. 또 어디 이뿐인가? 진짜 가수 콘서트의 게스트 공연도 하고, 출장밴드도 하고, 두루두루 밴드로서 할 일들을 하다가 이제야 막 ‘오빠밴드’의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았는데... 그래서, 더 기다려지기 시작했는데 폐지된다는 점도 그렇다.


과거 ‘무한도전’이 초창기 쫄쫄이를 입었던 ‘무모한 도전’ 시절을 떠올려보면, 더더욱 아쉽다. 작가적인 입장에서 ‘아, 이 프로그램은 뭔가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었다. 하지만, 시청률은 너무나 저조했다. 그러나 어땠는가? 방송사는 열심히 기다려줬다.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진짜로 잘 됐다. 그런데, ‘오빠밴드’는? 이 프로그램 역시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프로그램도 잘만 하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결국 ‘가능성’보다 ‘시청률’이 중요한 방송 현실상 폐지가 결정됐다는 거다.

늙은 오빠들의 로망을 불태웠던 ‘오빠밴드’. 그들의 열정을 느꼈고, 그들을 통해서, 전국의 역시 늙은 오빠들이 열정을 함께했던 좋은 프로그램인데... 한마디로 쩝, 이다. 아무리 가능성이 있고, 컨셉트가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저조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고, 그 밥에 그 나물식의 식상한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좋으면 승승장구하는 것이 지금의 방송 현실이다. 그러니 시청자들에게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사할 기회가 점점 적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통해서, 팬의 입장에서, 그리고 방송작가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도대체 좋은 프로그램은 뭘까?’ 하는.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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