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댄디가이? 난 빈티지 인간"(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10.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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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송희진 기자 songhj@


댄디가이. 어느새 이 말이 배우 이선균(34) 앞에 가장 자주 붙는 수식어가 됐다. 이는 동시에 이선균을 보는 많은 이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대변하기도 한다. 팬들의 기억에 진하게 각인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달콤한 매력남, '하얀거탑'의 인간적인 의사의 공이 가장 크다. 덕분에 이선균은 CF계의 블루칩이 됐고, 뭇 여성들이 아까워하는 '품절남'이 됐다.

그러나 엇비슷한 '댄디가이'의 이미지를 소비하던 시절도 있었다. 사실 이선균은 세련된 반짝스타가 아니며, 평소에도 맵시를 갈고 닦는 스타일도 아니다. 되새겨보면 그는 연극이 좋아 무작정 무대로 뛰어들어 한국예술대학 연극과를 나온 배우고, 때로는 까불며 때로는 진중하게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거북이 스타이기도 하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파주'(감독 박찬옥)은 '댄디가이' 너머의 이선균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이선균이 맡은 주인공 김중식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던 아내의 죽음 이후, 떠나버린 그녀의 동생을 기다리는 남자다. 그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도 모를 금기의 사랑 앞에 끊임없이 자신을 억누르며, 이선균은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오랜만이다.

"시나리오에서도 강한 힘을 느꼈지만 박찬옥 감독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명필름과 작업하고도 싶었다. 그리고 그 전 보다 더 영화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다. 기획영화나 시즌영화가 많다보니, 더 진중한 고민을 하면서 작업해보자 했다. 고마웠다. 그 마음을 만족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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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송희진 기자 songhj@



그가 최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그 질문을 다시 던졌다. '댄디가이'가 변신했다고, 목욕탕 목소리는 여전하다고. 이선균은 "나는 빈티지에 가까운 인간"이라며 "의외로 댄디가이 같은 역할이 표현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평소 즐겨입는 옷은 '추리닝'. "동네에 다닐 땐 사람들이 잘 못알아볼 정도로 너무하다 할 정도로 막 하고 다닌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좋은 이미지가 고맙지만 고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스스로는 연기 변신이나 이미지 변신에 조바심이 없다. 하도 그러니까 '돌아이'같은 거 할까 그러기도 한다. 연기 변신이라고 하면 '180도 변신' 식으로 양분해 말하지 않나. 하지만 2도도 5도도 변신이고 다른 연기라고 생각한다. 제가 언젠가 180도까지 변신했을 때 그게 그다지 큰 변신이 아니길 바란다."

최근 종영했던 '트리플'은 사실 그런 미세한 변신을 볼 수 있던 작품이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 이윤정 PD와 이선균의 재회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드라마는 저조한 시청률 속에 쓸쓸히 조기 종영했다. 이선균은 "그 작업이 행복할 거란 기대가 커서 감내한 게 많았는데, 톱니 하나가 맞지 않으니까 그게 어긋나더라"라고 진한 아쉬움을 토했다. 친구같은 이윤정 PD에게 잠시 삐치기도 했단다.

"저 잘 안 삐쳐요. 제가 삐치면 정말 삐친 거예요. 표정을 못 숨기거든요. 그런데 그게 오래 못 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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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송희진 기자 songhj@


그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박찬옥 감독에 대해 물었다. 공교롭게도 연이은 여성 PD, 감독과의 인연이다. 이선균은 "이윤정 감독은 천상 여자다. 간섭 안 받고 환경미화 하듯 기분좋게 작업한다. 반면 박찬옥 감독은 남자같다. 진중하고, 어떤 고민이든 들어주고 뭔가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 분이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 '파주' 현장에선 육중한 무게감을, '트리플' 현장에선 흥겨움을 느꼈다. 이선균은 "매니저가 '파주' 찍다 '트리플' 가는 절 보고 '형 연예인처럼 보여' 그랬어요"라며 껄껄 웃었다.

이선균이란 누군지 소개해달라는 주문에 좀처럼 말을 못 잇던 그는 '트리플'에서의 모습이 아마 자신의 본래 모습과 가장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같은 연인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동료 배우이기도 한 아내 전혜진을 두고는 "연애할 때도 그렇고 결혼해서도 그렇고, 가장 친한 친구이자 술친구고, 가장 많은 고민을 공유하는 짝궁"이란다.

이선균은 하도 많이 싸워서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멋쩍게 웃었지만, 그 조차 다정함이 묻어났다. 아내의 출산이 연말로 다가와 아이들만 보면 눈에 밟힌다고 설렌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강조했듯 이선균은 말쑥한 댄디가이는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나 매력적인 품절남이란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변화가 기대되는 배우라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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