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태후', 의미 있는 '첫발'..아쉬운 '종영'

김명은 기자 / 입력 : 2009.09.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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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면 왜곡의 문제 또한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을까.

KBS 2TV 대하드라마 '천추태후'(극본 손영목·연출 신창석)가 27일 78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천추태후'는 지난 2002년 촉발된 동북공정을 계기로 황제국을 선언하고 거대한 고구려의 고토를 회복하고자 했던 천추태후를 재조명한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했다.

지난 1월 3일 첫 방송된 '천추태후'는 여걸로 변신한 채시라가 활을 쏘는 모습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을 비롯한 화려한 볼거리로 시청률 20.0%(TNS 기준)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곰전투 등 화려한 전투 장면을 담은 고려와 거란의 1차 전쟁으로 시선몰이에 성공한 '천추태후'는 이후 배우 최철호가 연기한 경종의 광기어린 모습이 화제를 낳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20%대의 시청률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10%대로 내려앉았고 지난 8월 초에는 10%대 초반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겪었으나 종영을 앞두고 다시 20%대를 회복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시청률과 역사 왜곡의 문제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천추태후'는 궁중 내 암투를 그린 사극에서 탈피하고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 전장을 누비며 호령하는 여걸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했다.

역사 왜곡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천추태후와 김치양의 관계를 비롯해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내용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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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작진은 고려사에 기록된 천추태후, 김치양, 강조의 모습은 요부와 간웅, 반역의 인물로 묘사돼 있지만 이러한 기술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시선에서 본 관점으로 이해했다.

'천추태후'는 북벌을 통해 영토의 확장을 이루고자 했던 천추태후와 전쟁보다 내치에 관심을 기울였던 반대 세력이 결국 타협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정하고자 했다.

"확실히 이제는 평화의 시대인 듯합니다. 이제는 칼을 든 자보다도 호미를 든 사람이 더 필요한 시대인 듯합니다. 내 시대는 그리 갔으니 황제는 마지막까지 잘 가꾸어 풍요를 거두세요."(천추태후의 마지막 대사)

이 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걸 천추태후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만한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지 못했고, 극의 몰입을 이끌만한 캐릭터의 부재로 드라마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MBC 월화사극 '선덕여왕'이 그 뒤를 이으며 여성 사극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금, 역사 왜곡의 문제로 먼저 뭇매를 맞은 '천추태후'의 종영은 적잖은 시사점을 안기고 있다.

정통 사극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KBS는 지난해 봄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대하드라마를 1TV에서 2TV로 이동해 시청률 불운을 맛봤다.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45분 1TV로 방송되던 '대왕세종'이 지난해 4월 5일 2TV 오후 9시 5분으로 채널과 시간대를 이동해 방송하며 시청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오후 10시로 시간대를 변경하고 방송을 시작한 '천추태후' 또한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했으나 1TV에서 방영된 기존 대하드라마와 달리 시청률의 부침을 겪었다.

KBS는 내달 19일부터 단행되는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맞춰 내년 1월 대하드라마의 1TV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천추태후' 이후 KBS 대하드라마가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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