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팬덤 탄생 14년, 더 세고 더 조직적으로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9.09.17 08:57 / 조회 : 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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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팬들이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왼쪽, 오른쪽 맨 위)와 동방신기 팬들이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 및 SM엔터테인먼트에 보낸 내용증명서류


<상황 1>

동방신기의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세 멤버가 전속계약 문제를 놓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갈등을 빚게 됐다. 동방신기의 한 팬사이트 측은 모금을 통해 일간지 1면에 동방신기 전속계약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 세 멤버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한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병행, 20만 명에 달하는 팬들의 서명을 모아 한국소비자원, 서울중앙지방법원,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상황 2>

최근 2PM의 리더 재범이 한국 비하 발언에 휩싸이면서 논란이 불거진 지 4일 만에 탈퇴를 결정, 미국으로 떠났다. 재범의 탈퇴 소식이 알려진 직후 팬들은 한 포털사이트 청원 게시판에 16만 명 규모의 탈퇴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20대 이상 팬 연합은 신문에 광고를 게시할 뿐 아니라 연예기획사처럼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 언론에 배포해 자신들의 움직임을 알리고 있다.

아이돌 팬덤이 커지고 있다. 양적으로 커질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점점 체계화되고 조직화되면서 가요계의 전방위에 자신들의 힘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거대 팬덤을 이끌고 있는 대형 아이돌 가수들에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힘은 더욱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 예전에는 그저 '오빠부대'로 치부됐던 팬덤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며 이 같은 힘을 얻게 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아이돌 팬덤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일종의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1996년 H.O.T의 데뷔와 함께 시작된 거대 아이돌 팬덤의 역사는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했다. 아이돌 팬덤은 그간 다양한 아이돌 굴곡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이 때문에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온 아이돌 팬덤의 고난 상황대처법은 하나의 매뉴얼처럼 팬들에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오랜 기간 여러 아이돌 그룹이 데뷔, 활동, 해체, 개인 활동, 새 멤버 영입, 탈퇴 등의 변동을 겪어옴에 따라 팬들 역시 함께 진화해 왔다. 이 때문에 여러 팬덤은 최근 악성 댓글, 루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여러 악재 발생에도 재빨리 대처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팬 연령층이 넓어지면서 경제력과 사회적인 인맥을 통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때 10대 여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이돌 팬덤은 꽃미남 일색이었던 아이돌계에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등장하면서 '누나팬'들을 대거 영입하게 됐다. 이 때문에 아이돌 팬덤은 경제적인 능력과 법조계, 방송가 등 아이돌 그룹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을 가진 누나팬들의 도움으로 훨씬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인터넷의 발달로 팬 사이의 의사소통이 더욱 쉬워졌다는 데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팬사이트, 팬카페 등 공식적인 팬클럽 활동 외에도 팬들이 자생적으로 조직한 팬덤의 규모가 커지면서 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의 규모로 거대화됐다. 특히 동시다발적 접속성과 무한한 자료라는 온라인 공간의 특징은 팬들 사이의 정보 공유를 통해 아이돌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팬들 간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현재 팬덤 활동의 대부분은 기획사에서 인정하는 공식팬클럽이 아닌 팬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팬사이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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