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뚫고 하이킥'이 살아있는 시트콤인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09.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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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소설이든 드라마든 ‘속편이 본편보다 못하다’라는 얘기가 있다. 이 얘기에 대해서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렇다, 대부분의 속편들이 별로였던 거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편만큼 기대가 되는 속편이 있으니, 그 녀석은 바로 ‘거침없이 하이킥’팀의 후속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매회 빠지지 않고 시청했던 팬의 입장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 당연하다. 첫회부터 물론 시청했다. 시작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7시부터 M본부 채널에 미리 맞춰놓는 치밀한 준비성(?)까지 가지고 말이다. 대망의 첫회 시청 소감을 말하면? 역시 재미있다가 정답이다. 속편이지만 본편만큼 재미있을 예감이 단번에 딱 드는 정도였으니까.


자, 자 그렇담 오늘은 한 번 짚어보자. 뭘 말인가? 일부 마니아층에게만 통한다는 ‘시트콤’이란 장르가 어떻게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시청률이 잘 나오는가, 하는 걸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붕 뚫고 하이킥’은 한마디로 말해서, 살아있는 시트콤이기 때문에 재미있단 건데... 대체 뭐가 ‘살아있다’는 거냐?

살아있는 것, 하나! ‘캐릭터가 살아있다.’

콕 찝어 말해서, 극중 인물들 한명한명이 모두 소중해서 버릴 인물 하나 없다, 이 얘기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첫회부터 모든 인물들의 캐릭터를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시청자들에게 쏙쏙 들어오게 만들었다.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방귀 뽕뽕 껴대는 ‘제멋대로 이순재 할아버지’, 예쁜척, 고운척, 교양있는척, 척척척의 대가 공주 할머니 김자옥, 이순재의 과격한 큰딸 오현경, 허우대는 멀쩡하나 지적 능력이 2% 부족한 정보석, 좋은 옷과 구두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황정음, 시골에서 올라와서 뭐든지 처음 먹어보는 시골 소녀, 반항아 고등학생, 변비 때문에 대부분의 신이 화장실 변기 위인 여자 아이 등등...

헥헥 하도 많아서 숨차다, 이 정도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개성있고, 재미있다는 거다. 그러니 어느 누구 한 명 탁 꼬집어서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살아있고, 어떤 출연자가 나오든, 어떤 설정의 장면이 나오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재미있을 수밖에.

이 반대의 경우, 여러분의 기억 속에 있는 지루한 드라마를 한 번 생각해보시라. 예쁘고 잘생긴 남녀 주인공 두세 명을 제외하곤 나머지 출연자들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 않는가? 주인공 빼고는 나머지 조연들이 별 캐릭터가 없으니, 재미도 없고, 비중도 작고, 그러니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연할 수밖에. 그리고 더 나아가 스토리 전체가 두세 명만으로 진행되니 당연히 지루할 수밖에.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반대라 이 말씀.

살아있는 것 둘! ‘스토리가 살아있다.’

스토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리 캐릭터가 살아있다 한들 뭔 소용이 있겠는가. 이건 마치 축구 신동이 잔디밭이 없어서 제대로 축구하지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지.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개성있는 캐릭터가 마음껏 뛰어놀 무대인 스토리 라인이 확실하게 살아있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스토리가 단순하지 않다. 매회 30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한 가지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 않다. 30분을 요리조리 잘 배분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급식 회사 사장인 이순재 집안의 이야기와 그의 딸과 그의 손자, 그의 연인이 다니는 고등학교 이야기, 그의 고등학생 손자 과외 선생님인 황정음과 그녀와 함께 살고있는 친구들, 이 중에 외국인 줄리엔이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산골소녀 신세경과 서신애 이야기 등등, 다양한 스토리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있느니 흥미진진한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보너스 추가! 이 스토리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 양념은? 모든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란 사실이다. 시청자 중 어느 한 부류만 공감하는 시트콤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고 있다. 어르신들은? 이순재 할아버지와 김자옥 할머니의 로맨스를 보면서 나이 들어도 사람의 감정은 똑같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고, 아줌마들은? 드센 아줌마 오현경을 보면서 남편, 자식 뒤치다꺼리하는 아줌마들은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빚쟁이에게 쫓기는 아빠와 헤어진 신세경, 서신애 두 소녀를 보면서 마치 휴먼 다큐를 시청하듯 찔끔 눈물 한 방울 닦게 되는 훈훈함까지... 시트콤이지만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말씀.

캐릭터며 스토리며 생동감있게 살아있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웃기려고 억지 상황을 연출하거나 단순한 말장난을 했던 기존의 시트콤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렇담 앞으로 높은 시청률까지 ‘하이킥’하며 차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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