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 "연기 잘한다? 그건 착각의 말씀"(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9.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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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우 ⓒ이명근 기자 qwe123@


하필이면 그 날이 '탐나는 도다'의 16부 종영이 결정된 날이었다. 고대하던 배우 서우를 만났는데, 그 비보를 기자가 먼저 전하고야 말았다. 흠칫 놀란 듯 그녀의 커다란 눈이 더 커졌지만, 서우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트렌디 사극을 한다는 게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차분히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 짧은 종영이 너무나 아쉬운 이유에는 드라마 속 서우의 생기가 절반이다. '미쓰 홍당무'의 전교 왕따 종희가 그녀를 만나 생명력을 얻었든, '탐나는 도다'의 제주 해녀 버진이는 서우를 만나 더욱 생명력이 넘친다.


실제로 만난 서우 역시 에너지와 발랄함이 넘쳐났다. 서우는 연기 잘 한다는 칭찬에 정색을 하고 "날 잘 몰라 하시는 말씀"이고 "그건 정말 착각"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이 당찬 매력 덩어리 아가씨를 계속 기대하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녀의 첫 주연작이 '탐나는 도다'라니, 탐나는 배우 서우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탐나는도다'의 버진이나 '미쓰 홍당무'의 종희를 보면 그게 그냥 서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에서는 굉장히 귀여움 받는 막내딸이다. 천방지축 버진이와는 닮은 게 많지만, 종희는 저랑 좀 달랐다. 학교 다닐 때 왕따 같은 게 없어서, 저한테는 어려웠다. 버진이는 처음부터 '네가 버진이었으면 좋겠고, 버진이가 너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받았다. 제 식대로 풀어가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남자한테 하는 버릇 같은 게 그대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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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우 ⓒ이명근 기자 qwe123@


-좋아하는 남자에게 하는 버릇? 예를 들면?

▶오지랖이 넓어서, 남이 힘들고 아픈 거 못 지나친다. 버진이도 박규(임주환 분)가 짜증난다면서 아프다고 약도 챙겨주고 하지 않나. 또 좋아하는 마음을 한참 뒤에 깨닫는 것도 똑같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마음인지도 모르다가 나중에 그 사람이 없으면 안될 것 같고 그런다. 버진이도 사랑이 뭔지 모른다.

-박규 역의 임주환과 잠깐 열애설도 났다.

▶오빠는 의연하게 미안하다고 하더라. '오빠도 똑같지' 그랬더니 '여배우한테 더 안좋을 수 있다'고 했다. 들을 땐 뭔 소린가 했다. 저는 그날 촬영이 망했다. 원망스럽고 속상하기도 했다. 저는 베테랑이 아니다. 미숙한 저한테는 충격이었고 감당하기 벅찼다. 멜로를 찍어야 하는 배우끼리 서먹해지고 서로 의식하고 지내야 되는 게 서운하고 속상했다.

-서우 하면 다들 본능으로 연기하는, 끼로 똘똘 뭉친 신인이라고 그런다.

▶상 받고 나서도 '소속사에서 힘썼나' 그랬다. 기사를 보면서도 '이게 내 얘기가 맞나?', '내가 누군진 알고 이러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슈퍼 갈 땐 슬리퍼 신고 세수도 안하고 나가는 앤데, 그 인물과 내가 동일인물인지 헷갈린다. 내 실상이 만일 알려지면 그거야말로 이슈가 되지 않을까? 길치인데다 워낙 빈틈이 많다. 똑똑하게 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버진이가 더 실감나나보다.

▶잘 보면 버진이가 만날 넘어지는데, 그게 내 모습이다. 멀쩡히 잘 걸어가야 되는 신에서 몇 번 넘어졌더니 나중엔 그게 대본에 나오더라. 어렸을 적부터 좀 머슴애 같았다. 까불기도 하고. 버진이가 철없이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 엄마가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보셨다. '이건 그냥 너야 너' 그러시면서.(웃음)

-그런 자신이 배우가 될 줄 알았나?

▶전혀, 전혀 꿈도 꾸지 않았다. 연기란 뭔가 특별하게 태어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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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우 ⓒ이명근 기자 qwe123@


-그런데 어떻게 연기를? 그것도 그렇게 잘하나?

▶그런데 그게 제가 한 게 아니다. 모든 게 감독님이 만들어주실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아들'에 제가 특별출연했을 때, 제가 너무 못하니까 감독님한테 초 단위로 지시를 받았다. 자리도 딱 찍어주시고, 몇 초 뒤에 그리로 가서, 하품을 하고 어디를 보고…. 그렇게 찍었는데 영화에서는 꽤 잘 해 보이더라. 지금도 감독님들한테 전적으로 의지한다. 저를 잘 보이게 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잘 보여야 된다.

-여담인데 제주도 해녀복이 꽤 야하다.

▶해녀복이 야하다는 생각을 못하다 저랑 엄마랑 방송보다 깜짝 놀랐다. 천이 축축 붙고 처지고 그래서. 그때 물 신 찍을 땐 정신줄을 놓고 찍는 상황이어서,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했을 것 같다. 매니저 오빠들한테 '어떻게 저렇게 나오는 데 가만히 있었어요' 했더니 '네가 입어서 야한 거'란다. 몹쓸 몸매인 거다.(웃음)

-다음 영화 '파주'에선 또 다른 모습이다.

▶형부를 사랑한다는 거 자체가 파격적이다. 서로 표현도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갈등하고 슬퍼한다.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부터 어렵더라.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까불이 망나니 버진이로 살다가 채은모가 될 때는 살도 빠지고 예민해지더라. 채은모를 버리고 버진이로 다시 올 땐 힘들었다. 내가 다시 버진이를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영화 자체도 그렇게 끝난다. 계속 뭔가가 남는다.

-지금은 적응했나?

▶그럼요, 지금은 완전 버진이죠. 회복했어요.(웃음)

-자신에 대한 기대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겠다.

▶아휴. 저는 정말 착각이시라고…. 신인상 타고 난 뒤에는 자면서도 걱정이 될 정도다. 하나의 이미지로 보시다가 그게 아니면 또 실망하시지 않겠나. 그때부터 계속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그 전엔 연기를 즐기면서 했는데, 지금은 죽기 살기로 한다. 지금은 조금 지쳐가고 있다. 거기서 조금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한다. 관심과 칭찬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나?

▶ 앞으로는 그런 거 말고, '미쓰 홍당무'처럼 누군가를 서포트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조금 쉬면서 다른 선생님들과 작품도 하고 싶고. 주인공은 너무 힘들어요. 제가 좀 게으르거든요.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게 벅차요. 앞으로 몇 년 제가 좋아하는 작품, 하고 싶은 작품 하면서 공부도 하고, 완벽하게 준비가 됐을 때 큰 작품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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