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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지난 30일 SBS '인기가요' 녹화가 이뤄지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는 100여 개에 이르는 도시락과 음료수, 지난달 21일 발매 후 1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해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는 지드래곤 솔로 1집 '하트브레이커' 100장이 배달됐다.
지드래곤의 한 팬사이트에서 마련한 이 같은 선물은 지드래곤의 솔로 데뷔 첫 무대를 위해 수고한 스태프를 위한 소리 없는 응원이었다. 또한 물량이 달려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홍보CD도 미처 돌리지 못한 소속사를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
이날 아침부터 추적추적 빗방울이 들었으나 1000여 명에 이르는 팬들은 지드래곤의 첫 방송 무대를 보기 위해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지드래곤이 출연한 '인기가요'는 전국일일시청률 14.1%를 기록했으며(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지드래곤 출연 당시 분당시청률은 17%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사례 2>
지난달 18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반을 발표한 유명 작곡가 용감한 형제와 인터뷰 중 그가 남긴 말.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이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 등에서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은 대부분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들이 작성하는 글들이다. 대한민국 가요계에 대한 평가는 네티즌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네티즌의 의견을 대변하고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안타깝고 아쉽다."
가요계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하면 뭐가 있을까. 흔히 가요 기획사, 방송사, 언론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가요계를 움직이는 데에는 이런 눈에 보이는 관계자들 외에도 '보이지 않는 손'의 또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힘이라고 하자면 단연 팬덤이다.
사례 1에서 보듯이 최근 팬들은 단순히 공연이나 방송 현장을 찾아 가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 이상으로 가수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지드래곤 팬들의 경우 홍보CD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소속사 대신 각 언론사에 지드래곤의 솔로 음반을 보내기도 하고 방송국 관계자에게 돌리기 위한 CD를 마련, 소속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팬덤의 힘을 보여주는 경우라면 단연 서태지와 관련, 서태지 음반 활동 지원 뿐 아니라 저작권법 개정의 움직임까지 일궈낸 서태지 팬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방신기 팬들은 인권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한국소비자원에 공연 취소와 관련, 피해구제신청을 준비하는 등 집단 움직임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부 팬의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가요 기획사들은 회사 내에 팬 마케팅 부서를 따로 두고 팬 관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힘은 네티즌이다.
일명 네티즌 수사대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여론을 만들어간다. 예전 여론이 언론 보도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컸다면 이제는 새로운 음반이 공개되면 언론에서 다양한 네티즌의 의견을 수렴, 대중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등 네티즌은 또 하나의 힘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이런 네티즌의 힘은 간혹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연예 게시판 등을 통해 의견을 형성하는 경우 일부 네티즌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책임감 없는 악성 댓글을 남겨 가수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요 관계자가 본 가장 큰 '보이지 않는 손'은 뭘까.
한 가요 관계자는 "가요계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고 하면 일명 대진운이 아니겠느냐"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건넸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실력 있고 노래가 좋은 가수라고 하더라도 어느 시기에 어떤 가수와 경쟁하게 되느냐에 따라 인기의 승패가 갈라지는 것 같다"며 "기획사로서는 언제 누가 음반을 발매하는지를 확인해 발매시기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