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루, 의대 포기하고 사진 택한 이유(인터뷰)

신희은 기자 / 입력 : 2009.08.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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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기자 qwe123@


2005년부터 올해까지 5년 가까이 공들여 만든 작품 50점을 내놨다. 전시회 시작 전부터 파격적인 누드전이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61) 교수의 딸이다, 말이 많았다. 부모 잘 만난 덕에 편안히 사진한다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었다.

25일 오후 5시 국내 첫 개인전 '나도의 우수'를 여는 신예 사진작가 김미루(28). 그는 세간의 관심에 "그런 말들 신경 안 써요. 아버지께서도 나름의 철학이 있다고 만족해 하셨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개막 전날인 24일 저녁 서울 강남 갤러리현대에서 만난 김미루는 수줍은 듯 하면서도 당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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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기자 qwe123@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다소 파격적인 갤러리 사진에 놀라자 김미루는 "내 몸은 주인공이 아니라 사진의 한 요소일 뿐"이라며 "풍경만 찍으면 추상적인 기록물이 될 것 같아 살아있는 생물체의 느낌을 더하고 싶었다"고 웃음지었다.


김미루의 작품은 '도시의 버려진 공간'으로 요약된다. 그는 "1999년 뉴욕으로 공부하러 가 의사를 꿈꿀 즈음 폐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호기심에 도시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쥐를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는 그. 쥐를 따라 지하철 깊숙한 내부에 처음 들어간 게 소외, 고립된 도시 공간을 탐험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의대 대신 사진을 택한 이유를 묻자 김미루는 "처음엔 일반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몰래 들어가는 게 재미있었다"며 "버려진 공장에서 살고 있는 개, 설탕공장의 설탕통에 매달린 벌 등 살아 있는 지하 세계를 회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사진을 택했다"고 전했다.

김미루는 또 "동물적인 생명력을 작품에 담고 싶어 10~20개 가량의 동물 포즈를 맨 몸으로 직접 연출했다"고 전했다. 폐허 속에서도 생명이 살아 숨쉰다는 것, 우리가 사는 공간도 언젠가 폐허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미루는 "앞으로 사진작가로 계속 활동하고 싶다"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 사진, 영상 등 어떤 매체라도 상관없이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때만큼은 그가 안전장치도 없이 맨해튼 다리 위에 오를 때의 열정적인 모습이 눈에 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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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기자 qwe123@


김미루는 2003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의학대학원을 준비하다 사진작가로 전향,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2005년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을 여행하며 사진활동을 하면서도 디자인 회사에서 2년간 일하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다.

김미루는 올해 2월 아이디어 및 강연 공유 사이트 테드닷컴에 지난해 더 이지 컨퍼런스(The EG Conference·로스앤젤레스에서 12월에 열리며 음악,기술,발명,사진,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선보이는 행사)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표한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한 번은 다리 밑에서 혼자 옷을 벗고 카메라를 설정해 사진을 찍으려는데 노숙자가 다가와 셔터를 눌러주고 되레 옷으로 날 감싸주기도 했다"는 모험담을 털어놔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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