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포영화, '장화 홍련' 저주에서 못벗어나나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8.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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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4교시 추리영역' '요가학원' 등 올 여름 한국공포영화들이 모조리 관객에 선보였다. 호평을 받은 영화건 혹평을 받은 영화건 흥행 성적은 여의치 않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일 개봉한 '불신지옥'과 4교시 추리영역'은 각각 20만명과 6만명을 동원했다. 20일 개봉하는 '요가학원'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국가대표'와 '해운대'에 밀려 예매율이 3위에 그쳤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극장가를 쌍끌이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8월 한국공포영화들의 이런 흥행 성적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 '고사'가 '놈놈놈'의 틈바구니에서 선전을 거둔 선례가 있는 만큼 공포영화 수요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신지옥'의 저조한 흥행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불신지옥'은 기독교와 무속신앙을 한 데 묶어 관객에 불편한 공포를 선사해 언론과 평단에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 공포영화로서 공포를 주는 방식 또한 기존 공포영화와 차별을 이뤘다. 그럼에도 관객은 '불신지옥'을 멀리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불신지옥'의 이 같은 흥행 추이를 놓고 2년 전 개봉했던 '기담' 사례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2007년 개봉한 '기담'은 공포영화로서 색다른 접근과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샀다. 하지만 참담한 흥행 성적으로 일찌감치 극장에서 내리게 돼 관객들이 '기담' 살리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불신지옥'의 이 같은 흥행성적을 놓고 타켓 선정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기독교적인 요소도 그렇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인지 완성도에 비해 불편한 구석이 있다"면서 "공포영화 주요 관객인 10대 여성이 보기에는 어려운 소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4교시 추리영역'과 '요가학원'은 각각 '고사'와 '장화 홍련'에 빚을 진 작품들이다. '4교시 추리영역'은 '고사'처럼 학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애초 '고사2'로 공동 제작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요가학원'은 '장화 홍련' 이후 세트와 벽지에 공을 들이는 이른바 '벽지 공포영화'의 전통을 잇는다. 인테리어와 가구 등이 공포감을 주는 저택에서 여자 배우들이 잇달아 죽는 영화의 전형을 따랐다. 한동안 '링'에 영향을 받아 '사다코'식 꺾기로 공포를 양산하려 했던 한국공포영화가 나태한 방식으로 회귀했다는 평이 뒤따랐다.

이 때문일까, 영화계 일각에서는 한국공포영화가 '장화 홍련'의 저주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고 있다. 2003년 개봉한 '장화 홍련'은 314만명을 동원, 역대 한국공포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당시 평단의 혹평을 무색하게 만든 '장화 홍련'의 이 같은 성공은 이후 한국 공포영화에 일련의 흐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영화들은 '장화 홍련'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한국공포영화를 관객이 외면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한국공포영화는 언제까지 '장화 홍련'에서 못 벗어날까? 그렇지는 않다. 일단 빨리 찍어 한철 장사 하자는 식의 제작은 거의 사라졌다. '불신지옥' 같은 영화도 탄생했다. '요가학원' 흥행 여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언제나 그랬듯 위기가 기회다. 한국공포영화도 완성도와 흥행을 겸비할 때가 조만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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