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마더', 관객의 예상과 분명히 다를 것"①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5.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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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봉준호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 감독이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 '마더'까지 불과 영화 네 편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됐다.

송강호의 말을 빌리자면 '살인의 추억'을 촬영할 때만 해도 9회말 2아웃의 투수처럼, 투자자가 편집본을 본 상태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불안한 감독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투자하고 싶어 하는 감독이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마더', 엄마 비틀기다. 주인공은 국민엄마 김혜자다. 인자하고 따뜻할 것만 같은 국민엄마 김혜자가 살인누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말이 모성이지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광기를 선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엄마의 광기와 함께 하고 싶었던 숨은 이야기, 그것을 들어봤다.

-많은 관객들이 스릴러 영화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이 시나리오에서 바뀌면서 색다른 느낌의 영화로 완성됐다.


▶결말이 조금 달라졌다. 시나리오 있는 그대로 촬영을 했지만 후시 녹음을 할 때 바꿨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서 모호한 것으로 바꾸자고 생각했다. 도준(원빈 분)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고 싶었다.

-완성된 영화는 엄마 버전의 '살인의 추억'이 아니다.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생각한다.

▶'살인의 추억'과는 전체적으로 다르다. 경찰이 나온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관객이 어떤 예상을 하고 오든 분명히 다를 것이다. 결론이 충격일 수 있고 슬픔일 수 있고 한숨일 수도 있다. 그것이 영화의 목표였다. 관객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기대가 정말 크다. 그것은 어느덧 장편 4편 만에 거장은 아니더라도 스타 감독의 대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인데.

▶행운이 따랐던 것 같다. 그해 여름 '괴물'이 이상한 현상을 일으키면서, 정말 흥행할지 몰랐다. '살인의 추억'도 편집본을 보고 부분 투자금을 회수한 곳도 있었다. 당시 기사 시사 반등도 완성도는 있는데 흥행은 잘 모르겠다 였다.

-사실 칸영화제에서도 '괴물' 등에 비해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스타감독의 대중성과 작품성에 대해 고민할 것 같다.

▶보는 관객은 대중성과 작품성이 어떻게 섞여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예측할 수 없다. '마더'는 2004년에 스토리가 현재 완성본의 결말과 똑같은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당시는 '괴물'을 준비하던 초창기였다.'괴물'이 흥행이 되어서 반작용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이 스토리, 이 캐릭터에 끌렸기 때문에 만든 것이다.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된 사건이 있다고 들었는데.

▶과거에 신림동에서 말단 순경의 애인이 여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나중에 밝혀진 것은 여관에 강도가 들었던 사건이지만 순경이 누명을 썼다. 당시 그 누명을 벗긴 게 가족이었다. 가족들이 자료 서류를 쌓아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극중 문아정 여고생과 비슷한 사건들이 이 사회에 많았다. 한 반지하방에 60대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9살의 어린 아이를 중국 연변에서 입양한 뒤 몇 달 뒤 파양하는 일이 반복되는 사건이 있었다. 알고 보니 아이들을 데려다가 성 노리개로 썼던 것이다. 결국 그 사실이 들통 나 구속됐는데, 재미있었던 것은 그 지하방에 80세 먹은 노모가 함께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TV 프로그램에서 엄마를 인터뷰했는데 80세 먹은 노모가 격렬하게 입양 온 아이들을 욕했다. 연변에서 오갈 곳 없는 애들을 먹여주고 입혀줬는데 라며 욕하는 것이다.

이 엄마는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기자 앞이니깐 연기하는건가? 연기라면 경이로운데, 자기가 저렇게 말하면서 저 상태가 진실이 되는 건가.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드니깐 현실을 왜곡하는 건가. 말하는 모습이나 내용이 웃기면서 슬펐다. 그 인터뷰가 시나리오 작업에 자극이 됐다.

-모성과 광기가 어떤 차이가 있나? 한국 정서에 부모가 아이를 때린다고 했을 때 사랑의 매와 폭력이 구분되지 않는다.

▶경계가 아슬아슬하다. 영화 '마더'에서 모성과 광기의 경계를 따져보는 것도 웃길 것 같다. 모성하면 단어 자체를 사랑의 최고 형태로 숭고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주 얇은 선을 넘는 순간, 집착과 광기가 될 수 있다. 이 영화의 목표이고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중 엄마도 이성이 있고 통찰력이 있다. 그러나 엄마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됐을 때 광기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짐승이 야수처럼 상대방을 물어뜯는 것처럼 선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영화 '마더'는 그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달려간다.(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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