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민호 현중, 다 멋있어요"①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2.12 19:12 / 조회 : 38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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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 ⓒ송희진 기자


잠 잘 시간도 없이 빡빡한 일정 속에 촬영을 이어간다. 용케 여유가 생겨 집에 들어갈라 치면 그새 훌쩍 시간이 지나 씻고 나오기도 바쁘다. 혹 쉬는 날이면 밀린 광고 촬영과 인터뷰를 소화해야 한다. 그 좋아하던 생 라면도 먹을 여유가 없는 말 그대로 몸이 열 두 개라도 모자랄 상황, KBS 2TV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구혜선의 요즘 생활이다.


'꽃보다 남자'가 '하이 판타지 로망스'라고 한다. 누나고 동생이고 할 것 없이 가슴을 덥혀주고 눈을 즐 겁게 하기 충분한 훈훈한 꽃미남들, 그것도 '귀족'이라고 할 법한 완벽한 조건을 가진 이들이 떼로 등장 한다. 표방한 장르대로 현실감각과는 동떨어진, 그러나 한 번쯤 상상은 해봤을 꿈같은 상황이다.

이중에서도 비현실적 상황의 최고봉은 단연 완벽남이라는 F4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평범하다고 는 하나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서민, 금잔디다. '꽃보다 남자'가 아닌 '잔디의 하루'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든 장면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우악스러울 정도의 꿋꿋함을 보이고 있다.

맡은 배역을 따라갔기 때문일까. 금잔디 역을 맡아 열연 중인 구혜선도 '비현실성'의 면에서는 그 누구에 게도 지지 않을 법하다. 촬영장에 나가면 꽃보다 아름답다는 F4가 자신을 둘러싸고 자신 만을 바라본다. 촬영장 밖에서는 작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인다. 언 제나 늘 든든하게 자신을 믿고 지원해줬던 소속사 식구들도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구혜선이 '환상 속 의 그대'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의 구혜선은 극 중에서 극 외적으로도 인기몰이 중인 이민호와 김현중 사이 모두의 관심을 받는 양손에 떡을 쥐고 있는 것과 매한가지인 상황을 그리며 날카로운 비난의 화살들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게다가 너무 과장됐다 싶기까지 한 그녀의 극중 표정과 행동은 화살에 독까지 묻혀버렸다. "각오하고 시작했다"고는 해도 마냥 기분 좋을 수만은 없는 질투어린 목소리와 힐난은 그녀의 작은 어깨에 무거운 추를 내려놓는다.


"이민호 씨, 김현중 씨 다들 너무 인기 있고 멋있잖아요. 안 좋은 소리 들을 것을 예상했었어요. 다들 완벽하리만큼 멋있는데 저는 아니니까요. 처음부터 저로서 재미를 주자고 콘셉트를 잡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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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 ⓒ송희진 기자


일부 혹평에 부상에 숨가쁘기로 널리 알려진 촬영 일정까지 숨돌릴 새 없이 휘몰아쳤다. "지쳐 있을 거야" 섣부른 예상을 했다. 그러나 '섣부른'이라는 단어에 백배의 강조를 해야 할 만큼 구혜선은 연신 밝은 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중에도 드러나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캐릭터 연구는 그녀의 긍정적인 사고와 열정을 반증했다.

"힘들 때도 있어요. 체력에 한계를 느껴 저 밑으로 푹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요. 그런데 그보다 즐거워요. 즐기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구혜선은 최근 드라마만으로도 바쁜 와중에 짬을 내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먼저 나선 것도 아니오, 음반을 정식 발배하겠다고 확고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 그녀가 스스로 먼저 나선 일이다. 더 시간이 날 때면 앞서 거미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며 한 차례 실력을 인정받았던 일러스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직접 단편 영화 제작에 나서 소속사를 놀라게 했던 영화에 대한 열의도 아직 불타고 있다. "사극을 하며 체력은 확실히 다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강철 체력이다.

"머리 부상 입었을 때랑 일전에 검사했을 때 뇌 사진을 찍었었는데 우뇌가 좌뇌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크대요. 그래서 그런지 예술 쪽에 대해 관심이 더 많고 적성에도 더 맞는 거 같아요. 욕심이라기보다 어렸을 땐 사정상 사교육을 받거나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제가 돈을 벌고 소속사나 제가 있는 상황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니까요. 그래서 제가 지금 소속사를 결코 못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다른 시선에서 보면 그녀는 극중 금잔디처럼 현실 감각 '빵점'이다. 엄마가 애써 받아온 돈을 아무렇지 않게 구준표의 엄마에게 돌려줬던 극 속 상황처럼 스스로 "솔직히 난 숫자감각은 별로다"라고 인정했을 정도의 그녀는 명품이든 고가의 길거리 저가 상품이든 비슷해 보이면 다 같은 값으로 보고 마는 그녀의 묘한 경제 감각을 자랑(?)한다. 돈을 떼로 벌 수 있을 기회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 일, 즐길 수 있을 일을 찾는다.

"하루하루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살아요. 그래서 힘들 때도 더 잘 버틸 수 있어요. 어쩌면 즐기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사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스물 다섯, 그러나 나이 이상으로 다사다난한 길을 걸었던 구혜선의 삶은 이제 작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총 24부 중 14부를 지나 이제 중반을 넘어선 드라마에 대해 "구준표가 변했듯 앞으로 금잔디도 변화하는 모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저 스스로도 이 작품을 하면서 좀 더 성장할 것 같다"던 그녀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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