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립 "우연과 필연의 운명적 만남에 끌렸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12.06 14:32 / 조회 : 1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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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아립 ⓒ임성균 기자 tjdrbs23@


'북극의 연인들'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북극의 연인들'이란 영화 제목과 감독 홀리오 메뎀은 영화 팬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퍼즐을 짜맞추듯 우연과 필연이 교직하는 영화가 탄생한 것은 1998년. 이미 각종 영화제와 시사회를 통해 여러 관객을 만났다.


10년 전 세상에 나온 영화를 호기롭게 개봉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초월해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덕이다. 실제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 힘을 더하고 있다. 홀리오 메뎀 감독의 팬을 자처하는 최진상 감독은 오마주 형식의 단편영화를 예고로 만들었고, 가수 이아립이 헌정곡을 부르며 OST와 뮤직비디오에 참여했다.

그 중에서도 이아립의 이름은 더욱 눈에 띈다. '별똥별'의 스웨터 멤버로 잘 알려진 그녀는 최근 무대를 잠시 떠나 '열두폭 병풍'이란 레이블을 설립하고 글과 노래, 이미지를 한데 담는 독특한 창작 작업을 해 왔다. 인디 뮤지션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지금, 뜻밖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를 만났다.

-어떻게 OST와 뮤직비디오에 참여하게 됐나.

▶2004년 스페인 영화제에서 '북극의 연인들'을 봤다. 자체가 장면 장면을 기억되던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다. Mnet에서 뮤직클립 작업을 하며 만난 음악감독 김기형씨가 마침 제안을 하셨다. 영화에 음악으로 오마주를 바친다는 게 참신하게 다가왔다.


영화처럼, 내가 참여한 것 자체가 '우연과 필연의 운명적인 만남'이랄까? 요즘 영화와 계속 연관을 맺는다. 우연찮게 독립영화에 깜짝 출연했고, 영화에 관련된 제의를 받고, 디자인일 때문에 영화잡지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나는 사실 영화와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 '뭔가 이상다'면서도 이 신기한 우연을 즐기고 있다. 사실 이 일로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을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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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아립 ⓒ임성균 기자 tjdrbs23@


-'북극의 연인들'은 어떤 영화였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릿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느낌. 이번에 다시 보면서 정리가 됐다. 영화 속 장면 장면이 일종의 기시감처럼 기억에서 떠올랐다. '북극의 연인들'은 퍼즐처럼 맞춰진 영원의 사랑 이야기 같다. 우리가 기다렸던 우연, 해가 지지 않는 불멸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작곡은 유형석씨가 했다. 지금껏 자신의 노래만을 불러 왔는데, 대중 작곡가와의 작업 자체가 조금은 의외다.

▶유형석씨는 좋아하는 작곡가지만 그 분의 노래 음역대는 제가 소화할 수가 없다고 고사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염두에 주신다고 했고, 무엇보다 노래가 너무 좋았다. 녹음 때도 같이 하셨는데 진짜 프로가 하는 디렉팅을 받는 느낌도 좋았다.

지금까지 원래 혼자서 작업하고 풀어내는 식으로 일을 해왔다. 어렸을 땐 도움받지 않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니 필요한 건 도움을 받는 것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재미있었다. 앞으로 기회가 온다면 잘 맞는 분과 또 작업하고 싶다.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담는 세 가지 작업을 어디에 풀까 고민을 하다 병풍을 떠올렸다. 할머니가 병풍 자수가시다. 청자들의 방 안 가장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야지 하는 다음으로 '열두폭 병풍'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었다.

하나의 프로젝트지만 개인의 글과 심상, 음악, 이미지를 담는 작업이라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꼭 음악일 필요도 없다. 이제 두 폭이 나왔는데 네 폭 째에는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웨터 보컬 시절과는 다른 색깔이 느껴진다. 더 신비로워졌달까.

▶스웨터가 귀여움이 가미된 음악을 했다면 지금은 결이 많이 다르다. 물론 스웨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내 원형의 모습은 '버스, 정류장' OST '누구도 이뤄지지 않았네'가 아닐까. 지금은 그 쪽에 더 가까워졌다.

신비롭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뜻이 담긴 것 같다. '너는 누구냐'고 하면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스스로도 어디로 가는 지 모르고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의 바람은 좋은 곡을 만드는 것 뿐이다. 사람에게 위로가 되거나 치유가 되는 곡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요즘 인디 음악들이 주목받는 동시에 대중음악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중 음악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지.

▶비도 좋고, 동방신기도 좋고, 원더걸스도 좋다. 요즘 무대가 너무 좋아졌다. 쇼가 너무 멋지니까 눈과 귀가 즐거워졌다. 가장 핫 트렌드도 볼 수 있고. 무슨 무대든 제대로 된 쇼를 볼 수 있는 공연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흐뭇하다. 다양한 음악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쉬운 점은 대중음악과 인디 식으로 너무 경계를 많이 나눈다는 점이다.

취향은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뮤지션은 그 취향과 관계가 없다. 좋은 곡을 쓰고 발표해 나누는 것이 이들의 몫일 뿐이다. 음악하는 사람이 주눅 들거나 반대로 뻔뻔해질 필요는 없다. 음악이란 그저 들려주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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