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종영 '로비스트', 구닥다리 설정으로 참패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12.26 10:24 / 조회 : 1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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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24회로 종방하는 SBS '로비스트'(극본 주찬옥 최완규·연출 이현직 부성철). 12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이고도 구닥다리 설정으로 참패를 면치 못했다.


당초 '로비스트'는 무기 로비스트라는 흥미롭고 매력있는 직업의 세계를 다룬다는 의도로 기획됐으나 시대착오적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로비스트가 젊은이들에게 유망직업으로 꼽히고 있다며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했으나 내용면에서는 1980, 90년대식 설정에 그쳤다.

지난 세기 황인뢰 PD와 손잡고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왔던 주찬옥 작가는 미국의 전문직 드라마를 즐겨보며 한층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실패했다. 여러 편의 드라마를 감수하고 있는 최완규 작가 역시 대본 집필에 크게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로비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모자랐고, 캐릭터 구축이나 이야기 구성에도 실패했다. 대작 드라마를 콘트롤하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보니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에서 모티프를 따와 듬성듬성 짜깁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난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간 1년여간의 시간을 들여, 미국, 키르기스탄 로케이션 촬영과 투여된 제작비만큼 화려한 볼거리를 위해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기본적인 스토리 설정에 실패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한국에 북한 잠수함 침투 정보를 넘겨 FBI에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던 미국 해군정보국 직원 로버트 김 사건, 미국에서 관광버스 사업가로 성공한 피터 김의 사연부터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과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연서 사건, 학력을 위조하며 고위층에 접근하는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사건, 전 대통령 아들들의 부정 비리를 연상시키는 대통령 아들 김성주의 등장,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로비 등 실제에서 따온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열됐으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여기에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남녀주인공의 인연과 첫사랑, 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 치고 받는 육박전 등은 꼭 로비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수없이 반복되온 낡은 이야기. 로비스트에 대한 직업적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여주인공 마리아(장진영 분)는 섹스어필로 필요한 인물에게 접근하는 등 피상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의문의 차량폭발로 숨진 언니를 죽인 세력을 밝히겠다는 의도로 로비스트가 된 마리아가 로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모한 캐릭터로 변신한 것이나, 해리가 마리아에게 집착하는 이유, 로비스트가 된 이유 등도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못했다.

계속되는 새로운 인물 투입도 스토리의 빈약함을 자인한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 김성주(정성환 분) 등의 등장은 그렇다치더라도 남자주인공 해리(송일국 분)를 '형님'으로 모시는 호식과 불곰이라는 '어설픈' 코믹 캐릭터의 투입은 더더욱이 어이없었다. 냉철한 프로페셔널의 세계를 원했던 시청자들에게 로비스트를 '똘마니'를 거느린 '골목대장' 쯤으로 비춰지게 한 결정적 실수였다.

간간히 등장하는 해리의 여동생 수지(최자혜 분)와 남자친구 앤디(김다현 분)의 노래와 춤, 수화로 핵잠수함 사업의 핵심 인물인 최무갑 의원의 청각장애아 딸과 수화와 '텔미' 댄스로 친해지는 모습 등도 이야기 전개에서 벗어나 뜬금없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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