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한국 TV코미디의 계보다

고참 예능PD가 말하는 한국 TV코미디 약사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7.07.30 18:28 / 조회 : 1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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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1번지' '웃으면 복이와요' '청춘만만세' '토요일이다 전원출발' '쇼 비디오자키'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그리고 구봉서 배삼룡 이주일 이기동 박시명 권귀옥 심형래 최양락 이봉원..

최근 심형래 감독이 오랜만에 TV에 출연, 개그맨으로서 향수와 웃음을 듬뿍 선사했다. 바로 1980년대 '유머1번지'의 인기코너였던 '변방의 북소리'를 유재석 송은이 등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재연한 것이다. 과연 '영구'라는 바보 캐릭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심형래 감독은 한국 TV코미디언들 중 어느 위치에 있으며, '유머1번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계보는 어떻게 될까.

1970~80년대 MBC에서 예능PD로 맹활약한 후 MBC TV제작국장, MBC프로덕션 사장을 거쳐, 현 로고스필름 대표로 있는 유수열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1973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를 직접 연출한 예능PD 출신.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고참 예능 PD가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코미디 프로그램의 흐름을 간략히 되짚어봤다.

유 대표에 따르면 한국 TV코미디 프로그램의 효시는 역시 MBC '웃으면 복이와요'. 작고한 김경태 PD가 TBC에 있다가 1969년 MBC 개국 때 합류했는데, 그가 지방 유랑극단 무대에 섰던 코미디언들을 모아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웃으면 복이와요'였다. 그리고 이 '웃으면 복이와요'는 그해 8월 MBC TV 개국 첫주 일요일에 처음 전파를 탔다.

"TV가 국내에 도입되고 한동안 특별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었다. 당시 코미디언들은 심야 술집이나 지방 무대에 섰다. 이들의 레퍼토리 역시 전부다 무대용 레퍼토리였다. 이런 이들 코미디언을 모아서 TV에 출연시킨 게 바로 김경태 PD였고 이들이 출연한 프로가 바로 '웃으면 복이와요'였다"(이하 유 대표)

유수열 대표는 김경태 PD가 다시 TBC로 되돌아간 73년부터 '웃으면 복이와요'를 맡았다. 이때 활약한 이들이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 김희자 송해 박시명 서영춘 권귀옥 등 기라성 같은 코미디언들. 이후 몇년 안가 서영춘 배일집 배연정 김희자 등이 김경태 PD를 따라 TBC로 넘어갔고, 나머지 이기동 구봉서 등은 계속 MBC에 남았다. 당시 '웃으면 복이와요'의 경쟁 프로그램은 TBC의 '좋았군 좋았어' '고전 유머극장' 등.

그러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한 방송통폐합 와중에서 한가지 기억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이주일의 등장이었다. TBC가 KBS로 통합된 후 '토요일이다 전원출발'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무렵, 최고의 스타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의 고 이주

일이었다.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을 통해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이주일은 80년 8월 '저질방송' 논란에 휩싸이며 방송출연이 금지됐다. 이런 이주일을 다시 방송에 나오게 한 주인공이 바로 지금의 유수열 대표였다.

"이주일씨를 MBC를 통해 재데뷔시켜야 하는 책무를 내가 맡았다. KBS에 다시 나오면 MBC가 큰 타격을 받는다 생각했다. 무조건 MBC에 나오게 해야 했다. 그래서 어렵사리 81년 1월 '웃으면 복이와요'를 통해 재데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그만큼 이주일은 내가 보기에도 '10년은 갈 만한' 스타 중의 스타였다"

'웃으면 복이와요'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이 양분했던 한국 TV 코미디 프로는 80년대 들어 '청춘만만세'(MBC), '유머1번지'(KBS) 양강구도로 변신했다. 유 대표는 이 때부터 대한민국에 소위 '개그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무대 코미디언들이 1970년대를 주름잡았다면 80년대 들어 방송사 공채 코미디언들이 중심을 이뤘고, 80년대 이들 코미디언을 고영수가 '개그맨'으로 부르면서 개그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70년대 초반만 해도 탤런트는 공채가 있었는데 코미디언은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내가 방송사에 코미디언도 공개모집을 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1975년 MBC 공채 코미디언 1기로 뽑힌 사람이 바로 이용식이다. 이후 TV용 코미디언들을 일컫는 개그맨들의 시대가 지금 '개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 대표가 보는 한국 TV코미디의 갈래는 크게 세가지. 송창의 PD가 기틀을 다진 시트콤, '개콘' 같은 공개코미디, '웃으면 복이와요' 같은 토막코미디.

"시트콤은 주한미군방송(AFN)을 통해 국내에 알려 60년대부터 제작됐다. 나도 구봉서 배삼룡이 나오는 '비둘기가족'이라는 시트콤을 만들었는데 잘 안됐다. 구봉서 이런 사람들이 워낙 무대에 익숙해서 TV용 심리묘사가 잘 안됐던 것이다. 그러다 송창의 PD가 오면서 시트콤이 정착됐다"

"그리고 공개 코미디는 미국의 코미디클럽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한마디로 스탠딩 코미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 코미디 형태가 '웃으면 복이와요' '유머 1번지' '청춘만만세' 같은 토막 코미디다. '개콘'이나 '웃찾사'도 이런 토막 코미디라 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담는 그릇 스타일이 코미디클럽 풍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 심형래의 존재는? 82년 KBS 특채 코미디언 출신으로 MBC에는 출연하지 않은 심형래는 바로 코미디의 '바보' 캐릭터를 전승한 인물. 유 대표는 "코미디 중에서 기본이며 가장 사람들을 웃기기 쉬운 게 바로 바보 연기다. 명진 박응수 배삼룡 등 그 바보 캐릭터의 전통을 제대로 이어받은 게 심형래였고 이는 다시 이창훈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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