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패' 유태술 "진지함이 웃음의 포인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7.05.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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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유태술. 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이름 '홍패'. 나이 미상. 활동시기 서기 600년대. 당나라 장수 설인귀의 심복이자 거란족 출신 부장. 주군의 영광이든 굴욕이든 언제나 함께하는 최고의 충신. 그러나 소박하고 단순하며 눈치가 없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KBS 2TV 대하드라마 '대조영'(극본 연출 김종선)의 최고 코믹공신.

그 홍패와 함께 중견탤런트 유태술(45)이 떴다. 그의 이름이 익숙지 않더라도 '대조영'의 '홍패'는 드라마를 한번쯤 본 사람이라면 잊지 못할 터다. 양복입은 그 모습이 어색하다면 15kg짜리 갑옷과 수염을 더해 떠올려 보라.


진중한 대하드라마 속에서 의도치 않는 웃음을 주는 적장 홍패가 어느 새 인터넷 스타가 된 사이, 유태술은 "진정한 '대조영'의 공신이다", "등장하길 기다려가며 본다"는 팬들의 칭송 속에 뒤늦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죠. 초반에는 욕도 많이 먹었어요. '제국의 아침'에선 견훤 오른팔 김총 장군이라고 비슷한 역을 묵직하게 했거든요. 너무 왔다갔다 한다고, 자존심 상할 정도로 많이 혼났죠. 그러다 이제야 제 톤이 나온 겁니다.

내가 떴구나 이런 생각은 사실 못해요. 기분이 좋지만 부담도 됩니다. '대조영'에서 홍패가 부각된다지만 사실 구설수에 오르곤 합니다. 사극인데 코미디를 한다는 거죠. 그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스스로 생각하죠. 잔소리를 듣고 혼나던 그때처럼. 꾸준히 가다보면 더 좋아지겠죠."


시청자들이야 "대조영 최고의 코믹 캐릭터"라며 칭찬이 자자하지만 정작 유태술의 연기 포인트는 바로 진지함이다. 최고의 콤비를 이루는 설인귀 이덕화와 함께 다짐하고 또 다짐한 것이 "우리는 오버하려 들지 말자"였다. 그러나 그 굳은 다짐과는 별개로 시청자들은 웃고 열광한다. 유태술도 거기까진 "내가 어쩔수 없었다." "우린 정말 웃기지 말자고 하는데, 진지함 속에서 웃음이 나오는 걸" 뭐 어쩌겠는가.

"뒤늦게 기회가 온 거죠. 사실 요즘 인기있는 젊은이들에 비하면야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백윤식 김수미 임채무 변희봉 이순재…. 중견 스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젊은 스타가 탄생하듯 기성 배우들이 한 계기로 주목받는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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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유태술. 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유태술에게는 이런 제 2의 도약이 더욱 반가운 이유가 또 있다. 그는 이른바 '중견 엔터테인먼트'라는 파로스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사업단 단장이기도 하다. 40명 가까운 소속 배우 가운데 가장 젊은 이가 1967년생, 가장 나이 든 배우는 1937년에 이를 정도다. 중견들에게도 설 자리가 필요하고, 현대적 매니지먼트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사실 중견 탤런트들의 소외감이 상당합니다. 연기를 전공하고 공채시험을 거쳐 엑스트라부터 닦아 여기에 온 분들이거든요. 하지만 인기 위주 경쟁 시스템에서는 설 자리가 없으니까, 자연스레 의도치 않게 은퇴하는 형식이 된 거죠. 중견의 파워를 보여주고 싶은 거 제 소망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은 연기자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상 대표이면서도 굳이 단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연기자로서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이 낯간지러워"서였다. 낙마해 쇄골뼈가 네조각 났을 때 뇌에 나쁘다는 전신 마취가 혹여 연기에 해가 될까 싶어 부분 마취만 하고 고통을 참았을 정도다. "어쨌든 배우는 대사를 외워야 되잖아요."

시청자들은 "홍패는 시트콤으로 보내도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며 유태술 제 2의 전성기를 점치고 있다. 유태술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의욕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20년간 연기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 시트콤이고 하지만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이 바로 시트콤"이라고 슬쩍 운을 띄운다. 반평생 가까이 연기를 하면서도 경험이 없어 움츠러드는 것이 있다고 웃음짓는 열정의 중견배우, 유태술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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