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살인' 이승준 "고스톱? 전혀 못 쳐요"(인터뷰)

영화 '고스톱 살인' 이승준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3.31 14:49 / 조회 : 1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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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승준/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이승준(36)은 언뜻 하정우를 닮은 것도 같고, 조승우의 느낌도 묻어난다. 날카로운 눈매에 어딘지 긴장한 것 같은 몸짓이 서른여섯 나이에도 신인이라는 것이 절로 느껴졌다.

지난 20일 개봉한 '고스톱 살인'은 그 소재부터가 독특하다. 한 도박판의 여사가 먹은 패들의 조합이 주민등록번호가 되면 그 번호의 주인이 죽는다는 것. 이승준 또한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나리오를 보고 당황스러웠어요. 처음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감독님을 보고 마음을 바꿨어요. 저 멀리서 저를 보고 막 뛰어오시는데 마음이 뭔가 짠했어요(웃음). 감독님이 영화 이상의 무언가를 주겠다고 하셨어요. 사실 이미 다음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난처한 상황이었어요. 같이 하기로 한 동생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마음을 굳혔죠."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항상 담배연기 가득한 매캐한 방에서 고스톱을 친다. 고스톱으로 무려 죽음까지 조장할 수 있다는 설정의 영화인데 정작 주인공인 이승준은 고스톱에 전혀 조예가 없단다.

"사실 저는 전혀 못 쳤어요. 송영재 선배에게 많이 배웠죠. 지금은 룰도 다 잊어버렸어요. 촬영할 때 배우들끼리 쉬는 시간에 고스톱을 치기도 했는데 그때 욕 많이 먹었죠(웃음). 제가 알기로는 감독님도 고스톱을 잘 못 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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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승준/사진=이동훈 기자


김홍파, 권남희, 송영재. 주연배우들의 연령대가 높다보니 주요 배역 중에는 서른을 훌쩍 넘긴 이승준이 막내가 되어 버렸다. 살가운 성격은 못되지만 일단 선배님,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는 '형'이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와 편해지는 길이 열린다. 현장에서 막내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이승준은 "심지어 저희 엄마도 저를 어려워하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파형이랑은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저는 형님들에게는 다 형이라고 해요.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너무 딱딱하잖아요. 막내노릇을 한다고 했는데 형들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죠."

이미 20대 후반에 접어든 2009년,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승준은 이를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친구가 참여한 한예종 졸업 작품 '성북항'에 출연했고 이 작품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느지막이 연기를 시작했지만 그간 연기를 마음에 품지 않은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 본 연극에 매료되어 그때부터 마음속에는 항상 연기에 대한 갈망을 품고 살았다. 어린 시절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던 이승준에게 영화는 최고의 친구였다. 하루 종일 집에서 TV를 틀어놓고 많은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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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승준/사진=이동훈 기자


올해 나이 만 서른여섯.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승준의 영화 필모그래피는 신인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오히려 이승준이 더욱 활약했던 곳은 무대다. 연극 극단을 운영하며 직접 연출한 극을 올리기도 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철인3종 경기 선수로 생활하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굽이굽이 돌아온 길이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속도라고 여긴다.

"홍파형이 말씀하시기를 '다들 자기 걸음이 있고 자신의 속도가 있다. 넌 잘 가고 있다. 누군가 잡아당겨서 빨리 달려도 그 손을 놓으면 넘어 진다'고 하셨어요.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죠. 원래 욕심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열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들 '기회'를 기다리는데 저는 무조건 작품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하고 싶은 걸 하다보면 그걸로 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연극 연출은 꽤 해온 이승준에게 영화 연출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이미 작품을 구상한지 7년이 됐단다. 내용이 궁금하다 재차 물었지만 그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진짜 깜짝 놀라실 거예요"하고 웃을 뿐이다.

연극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연출까지 도전하고자 하는 이승준은 여전히 걷고 있다. 자신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안이슬 기자 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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