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논란의 블로킹',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7.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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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의 오른발이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스나이더의 발이 2루에 닿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 장면1.


5일 잠실구장 넥센-두산전. 1회초 넥센의 공격. 1사 후 2번 타자 스나이더가 외야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두산의 외야를 힐끗 본 스나이더는 헬멧까지 벗겨진 가운데, 2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이에 두산의 중계 플레이가 이어졌고, 2루에서 일대 접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때….

2루 위에는 두산 2루수 고영민이 서 있었다. 하지만 고영민의 발 위치가 문제였다. 2루를 오른발로 가로막은 채 무릎을 굽힌 뒤 공을 잡은 것이었다. 이를 본 스나이더는 발로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무릎을 펴지 못한 채 손으로 베이스를 터치하려고 했다. 자칫, 스나이더가 발바닥을 보이며 정상적으로 슬라이딩을 했을 경우, 고영민의 정강이 쪽을 강타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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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자 유재신과 고영민의 아찔한 충돌 순간.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 장면2.

이어진 8회초 넥센의 공격. 넥센이 4-5로 뒤진 가운데, 1사 1루에서 유한준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유한준은 대주자 유재신으로 교체됐다. 다음 타자는 김민성. 김민성은 7구째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이와 동시에 유재신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양의지의 2루 송구가 이어졌고…. 그런데 이번에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두산 수비의 주인공은 고영민이었다.

유재신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며 2루를 향해 왼손을 쭉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고영민의 오른발이 슬라이딩하는 경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결국 유재신의 얼굴과 고영민의 정강이가 서로 부딪혔다. 결과는 세이프. 이어 넥센 3루 최만호, 1루 정수성 코치와 트레이너 및 두산 선수들이 다가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경기가 속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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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포수 안중열이 주자와 공이 오기도 전에 홈플레이트를 가로막고 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 장면3.

4일 부산 SK-롯데전. SK의 1회초 공격. 2사 2루 기회. 이재원의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2루주자 이명기는 이미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하는 상황. 공을 잡은 아두치는 홈으로 공을 뿌렸다. 롯데 포수는 안중열. 홈에서 일대 접전이 벌어졌고, 이명기는 슬라이딩과 동시에 왼손을 뻗은 뒤 홈플레이트를 쓸려고 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를 가로막고 있는 안중열과 충돌,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충돌 후 쓰러진 이명기는 충격 탓인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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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따로, 몸 따로'인 상황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이대로는 정말 곤란하다. 그라운드의 주인공들이 퍽퍽 쓰러지고 있다. 이 장면을 보는 팬들과 가족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몸이 곧 재산인 선수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되려고 하는가. 이미 사고가 난 다음에는 모든 게 끝이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홈 블로킹' 그리고 베이스를 가로막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합의가 필요하다.

4일 잠실 경기의 경우, 고영민이 두 차례 베이스를 가로막은 채 상대 주자의 진루를 저지하려고 했다.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물론, 고영민 역시 승부에 집중하면서 무의식 중에 나올 행동일 확률이 높다. 당연히 고의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습관'이라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고영민은 이미 지난 4월 9일 1루를 오른발로 가로막은 채 서 있다가 서건창과 충돌한 전례가 있다.

당시 서건창은 무릎 십자인대 부분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릎에 묵직함을 느껴 정상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5일 경기에서도 두 차례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고영민이 모두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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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를 수비수가 가로막으면 둘 다 위험하다. /사진=OSEN





'장면1'에서는 스나이더가 스파이크를 뻗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스나이더가 배려를 한 것이다. 만약 국가대항전이었으면 고영민은 실려 나갔을 것"이라면서 고영민의 잘못을 지적했다. '장면2'에 대해서도 안 위원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경우, 베이스에서 비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래야 서로가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

'장면3'의 경우도 롯데 포수 안중열이 공이 오기도 전에 미리 왼발로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경우, 주자로서는 막고 있는 발을 피해 슬라이딩을 한 뒤 손을 이용해 홈을 쓸거나 혹은 아예 포수를 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두 상황 모두 심각한 부상이 나올 수 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차원에서 공이 오기 전 홈플레이트를 가로막지 않기로 잠정적인 합의를 했다. 그러나 시즌 절반이 지난 지금, 이 합의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각 팀 포수들은 여전히 예전의 버릇을 버리지 못한 채 공보다 홈플레이트, 그리고 선수를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NC 포수 김태군 역시 홈 블로킹 상황에서 위험한 상황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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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초 2사 1루 박헌도 타석 때 1루 주자 유한준이 1루 견제구에 걸린 뒤 2루에 가기 전 태그 아웃됐다. 이때도 고영민의 발이 2루를 막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OSEN





또 다시 우리보다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의 경우를 끌어오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홈 충돌 방지 규정'을 만들어 경기에 적용하고 있다. 중심 내용은 '포수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홈을 향하는 주자의 주로를 막을 경우, 안전 진루권을 적용해 세이프를 선언한다는 것(룰 7.13)'이다. 또 한화 김성근 감독 역시 홈 블로킹에 대해 "홈에서는 공이 오기 전에는 포수가 상대 주자에게 길을 열어주는 게 맞다. 안 그러면 양 선수 모두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동업자 정신'. 스포츠 세계에서 자주 나오는 말인데, 괜히 자주 나오는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지켜주겠는가. 승부는 정정당당하고 치열하게 하되, 서로가 약속한 것들. 즉, 지킬 것은 지켜가며 깨끗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이제 상대 선수를 아작 내면서 한 점 지켰다고 기뻐하고 지지해줄 팬들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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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구 LG-삼성전. 4회말 1사 3루 삼성의 공격. 나바로의 우익수 방면 뜬공을 이진영이 잡은 뒤 홈으로 뿌렸다. 3루주자는 구자욱. LG 포수는 유강남. 유강남이 홈플레이트를 열어둔 채 공을 잡은 뒤 태그를 시도하는 순간. 이렇게 홈플레이트는 항상 열어둬야 충돌을 피할 수 있다. 결과는 아웃이었다. /사진=스카이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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