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이 밝힌 '투수들의 타격 금지론'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6.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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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규진이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OSEN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한화가 LG에 6-7로 뒤지고 있던 9회말. 1사 후 정근우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어 김회성의 좌익수 방면 2루타 때 LG 좌익수 박용택이 공을 한 번 더듬었다. 이 사이 1루에서 3루까지 전력질주한 정근우는 홈까지 쇄도, 7-7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1사 2루 기회. LG 마무리 봉중근은 최진행을 고의4구로 걸렀다. 다음 타자가 투수 윤규진이었기 때문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한국에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보기 드문 모습이다. 하지만 한화는 올 시즌에 벌써 4차례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갖고 있는 야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가운데, 경기 막판 지명타자가 수비를 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선 경기에서는 투수 박정진과 권혁이 타격에 임했다. 박정진은 지난달 1일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타석을 소화했다. 당시, 박정진은 팀이 7-5로 앞선 7회말 타자로 나와 이인복의 5구째를 공략,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한화의 수호신' 권혁 역시 올 시즌 배트를 든 적이 있다. 지난 5월 17일 넥센전이었다. 권혁은 9회말 6-6 동점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손승락. 결과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루킹 삼진이었다. 6구째에는 배트를 휘둘렀으나 파울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12일 한화-LG전. 윤규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프로 데뷔 후 첫 타석. 하지만 앞서 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윤규진은 타격을 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타석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봉중근이 던지는 공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스트라이크 2개와 볼 1개를 차례로 본 뒤 4구째 루킹 삼진을 당했다. 후속 신성현은 3구 삼진을 당하며 승부는 연장으로 돌입했다(최종 결과 LG 10-7 승리). 윤규진은 14일 LG전에서도 8회 타석에 들어선 뒤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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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를 든 권혁(좌)과 박정진. /사진=OSEN





팬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투수가 타석에 임하는 것을 지켜본다. 물론, 큰 기대는 걸기 힘들다. 투수의 경우, 고교 시절 타격을 겸했어도 프로에 온 이후에는 투구에 전념하기 때문이다. 타격 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날 윤규진의 경우, 1사 1,2루라 병살타의 위험성도 존재했다.

그럼 김성근 감독은 투수들의 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 감독은 이날 윤규진에게 치지 말라는 '대기' 사인을 내렸다. 김성근 감독은 "윤규진한테 치지 말라고 했다. 잘못 타격을 시도하다가 다칠 수가 있다. 위험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앞선 경기서 박정진과 권혁은 내가 치지 말라고 했는데도 쳤다. 그랬더니 투구가 흔들렸다. 박정진이 그랬다. 타격을 하면 아무래도 심적으로 흥분 상태가 될 수 있다.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투수가 타석에 임한 뒤 성공한 사례로 '한화의 레전드' 송진우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아마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서 성공한 것은 송진우(현 KBS N스포츠 해설위원)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송진우는 지난 2001년 6월 3일 청주 LG전서 7-7로 맞선 9회말 1사 2,3루서 대타로 나와 신윤호를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친 바 있다.

김 감독은 투수가 자주 타석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앞으로는 경기 끝까지 야수 1명을 남겨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향후 선수 교체에 대한 전술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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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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