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KBO 리그 단일 경기구, 스포츠산업 치명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6.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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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공인구 단일화를 위해 납품업체 선정 입찰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뉴스1





한국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 ‘KBO 리그’가 15일 ‘단일 시합구 납품업체 선정 입찰 실시’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2016시즌부터 경기에서 10개 구단 모두가 한 회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보도자료에는 ‘KBO(총재 구본능)는 현재 5개인 KBO 공인구를 단일화하여 리그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공정 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해 2016년 리그에서부터 사용하게 될 단일 시합구의 납품 업체 선정 입찰을 실시한다. KBO리그 경기에 사용되는 전체 야구공을 납품할 업체를 선정하는 이번 입찰은 제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입찰 공고일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경기용 야구공 제조 매출이 연간 1억원 이상인 국내 브랜드의 내국 회사(제조는 OEM 포함) 중에서 참여가 가능하다.’라고 조건이 적시돼 있다.

글쓴이는 KBO 리그가 단일 경기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 시점에서 한 번 더 신중하게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야구 전체를 볼 때 야구 공 시장은 약 120억원 규모이다. 대한야구협회가 관할하는 아마야구, 그리고 전국야구연합회의 사회인 야구, 한국여자야구연맹, 리틀야구 모두를 포함하는 야구 공 산업 규모이다. 사실 영세하기 그지없는 중소 기업의 영역이다.


그 가운데 프로야구 KBO 리그가 사용하는 경기 구 지출 규모는 5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규모의 40%를 조금 넘는다.

그런데 만약 KBO 리그가 2016시즌부터 단일 경기구를 사용하고 한 업체에 50억 매출을 몰아주면 현재 KBO가 공인구로 인정하는 5개 사 가운데 4개 사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문을 닫는 업체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5개 사 중의 하나가 아닌 신규 업체가 입찰에서 납품권을 따낼 수 있다. 다만 최근 3년간 야구공 제조 매출이 연간 1억원 이상이 조건이라면 5개 사가 아닌 다른 영세 업체들은 입찰 자격을 갖추기 어렵다.

야구 공 제조 사업은 KBO리그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단일구가 된다면 야구공 산업은 치명타를 입게 되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진다. 메이저리그의 롤링스, 일본프로야구의 미즈노 등 단일구가 있지만 한국 스포츠산업의 여건은 다르다. 미국야구, 일본야구는 엄청난 저변을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가 단일구를 쓴다고 해도 아마야구, 사회인 야구가 프로가 쓰는 단일구를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국 야구의 경우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대한야구협회가 잘 부러지는 나무 배트 사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을 염려해 고교야구의 경우 일본처럼 알루미늄 배트를 쓰는 것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우리 아이들은 프로에 진출하면 나무 배트를 쓰게 된다. 미리 적응할 필요가 있다. 그 비용은 부모들이 알아서 하는데 왜 그런 걱정을 하느냐"는 반대에 부딪혀 알루미늄 배트 제도를 포기했다.

이러한 성향은 사회인야구를 비롯해 한국야구계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프로야구 'KBO리그'. 야구인과 팬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KBO 리그가 쓰는 공을 같이 쓰고 싶어 하게 되고 이를 위해 공 값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의 경우 글러브만 하더라도 선수용에 내 외야수용 등 몇 개 씩 가지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단일구 선정 과정에서 제기될 특혜 의혹 등 시비에서 KBO가 자유롭기 어렵다. 이미 시장에는 'KBO가 경기 운영 위원, 기술 위원들을 비롯해 야구 전문기자, 언론인, 외부 인사들로 선정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고 일부 업체에서는 이들 후보들을 대상으로 이미 로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어떤 관계자들은 야구공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으로 중국의 OEM 공장을 방문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야구공 제조업체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떨어지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점 사업으로 펼치는 스포츠 산업 활성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 단일구 선정 작업이다.

현재 프로야구 공인구가 국내에서 제조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이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만든다. 그런데 KBO는 제한 경쟁 입찰 방식으로 국내 업체, 국내 브랜드로 자격을 한정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롤링스(Rawlings) 등 미국 업체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KBO는 단일구를 통해 리그의 통일성을 부여한다고 했다. 물론 그런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단일구에 문제가 생긴다면 즉시 대체를 하기 어렵다. 올 시즌 롯데의 경기구에서 이상이 발견됐을 때 롯데 구단은 타사의 공인구가 있어 바로 교체를 했다. 단일구가 되면 그럴 수 없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단일구의 반발력에 일본프로야구기구(NPB)가 개입해 결국 가토 료조 커미셔너가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KBO도 이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연구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통찰력과 미래 비전을 가지고 한국프로야구를 이끄는 최고의 커미셔너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버드 실릭 커미셔너와 비교해 '한국의 버드 실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대기업의 경영자로서 현재 스포츠 산업의 현실, 야구공 제조사들의 영세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 확실하다.

글쓴이는 선택의 기회와 업체 간의 선의의 경쟁, 야구 산업의 미래 발전을 제한하는 단일구 선정보다는 최소 3개 업체를 KBO 리그 야구공 납품 회사로 결정해주기를 제안한다. 3개 사는 돼야 야구공의 품질을 높이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한번이라도 문제가 되면 자격을 박탈하면 된다.

KBO는 공정 스포츠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5개의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어도 KBO리그는 공정하다. 최근 조사에서 공인구들이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다. 하나로 정한다고 해서 KBO 리그가 더 공정해지지는 않는다.

KBO리그 단일구 선정은 한국야구 저변이 더 확대돼 좋은 공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 필요하다고 본다. 3개 정도의 공인구가 있어야 향후 야구공 산업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수출까지 할 수 있을 것이. 그래서 KBO의 책임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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