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의 '투수 교체' 미스터리 '셋'.. 과연 무엇을 원했나?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4.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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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OSEN





4월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한화와 두산이 '2015 KBO리그'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두산의 6-3 승리. 이날 경기는 한화의 홈 개막전이었다. 더불어 만우절이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만우절 같은 한화의 '투수 교체'가 나왔다. 한화의 만우절 '투수 교체' 미스터리 3가지. 그 상황을 다시 한 번 재구성해본다.


◆ '5선발' 유창식은 왜 갑자기 마운드에 올랐나

한화가 1-3으로 뒤진 6회초. 2점 차. 선발 유먼이 1사 1루 상황을 맞이했다. 여기서 김성근 감독은 선발 유먼을 내리는 선택을 했다. 유먼의 최종 투구수 105개였다. 그런데 두 번째로 올라온 투수가 다소 의외였다. 바로 2일 선발이 매우 유력했던 '5선발' 유창식이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한화 내부에서도 의외인 유창식의 '전격 구원 등판'. 그는 왜 갑자기 마운드에 올랐을까.

우선, 김성근 감독이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을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프로 5년차' 유창식은 한화의 보물이자 올 시즌 제몫을 해줘야 할 선수다. 다음날 선발로 내정됐던 유창식을 과감하게 올렸다. 그러면서 '승리를 향한 의지', 그것을 팀 동료들은 물론, 상대 팀 선수들과 감독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 또 2일 오후에는 비가 예고돼 있다. 2일 경기가 우천 취소된다고 가정할 경우, 유창식이 1일 던지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또 다른 하나는 김 감독이 애초부터 유창식을 불펜진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된 유창식은 지난 3월 31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만약 확실한 선발로 생각했더라면 2일까지 다른 투수들을 등록한 뒤, 3일 유창식을 1군에 올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창식은 31일부터 더그아웃에서 대기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리고 결국 1일 전격 구원 등판했다. 하지만 '좌완(유먼)→좌완(유창식)'이 연속해서 나선 것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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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식이 제구에 난조를 보이자, 포수 정범모가 그를 다독이고 있다. /사진=OSEN





◆ 유창식은 왜 볼을 '15개'나 연속으로 던지는 동안, 교체되지 않았나

그럼 또 다른 미스터리. 왜 유창식이 볼을 15개나 연속으로 뿌리며 난조를 보이는 동안 교체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이날 유창식은 다소 몸이 덜 풀린 듯 보였다. 준비가 덜 된 듯햇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그는 양의지에게 우전 2루타를 맞은 뒤 김재환을 1루 땅볼 처리했다. 계속된 2사 2,3루 위기. 그런데 이후 잠시 동안 이글스파크에 암흑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유창식이 김재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민병헌에게 또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 밀어내기 실점을 기록했다.

다음 타자는 정수빈. 유창식의 초구가 폭투로 이어졌고, 이 사이 3루주자 양의지가 홈을 밟았다. 최악의 컨디션 난조였다. 한화 벤치로서는 교체를 생각해 볼만했다. 그러나 잠시 마운드에서 그를 다독였을 뿐 교체는 없었다. 이후 유창식은 볼 3개를 추가로 또 던지며 볼넷을 허용했다. 12구 연속 볼. 유창식은 후속 김현수를 상대로 재차 볼 3개를 연거푸 뿌렸다. 15구 연속 볼. 그러나 한화 벤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유창식은 볼카운트 0-3에서 스트라이크를 겨우 한 개 꽂았다. 이글스파크에서 모인 한화 팬들은 마치 그가 삼진이라도 잡은 듯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유창식은 김현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이날 자신의 투구를 마무리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연속 볼을 던진 기록은 16개(2012년 4월 13일, 당시 LG 리즈)가 최다 기록이다. 이날 유창식은 그보다 1개 못 미치는 15구 연속 볼을 던졌다.

지난 3월 21일 한화와 삼성의 시범경기. 당시, 유창식은 선발로 나와 무려 117개의 공을 던졌다. 시범경기에서 100개 넘는 공을 던지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 일부에서는 '벌투 논란'이 일었다. 유창식은 8피안타 7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부진했다.

이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유독 유창식에 대해 "경기 중 만들어나가야 할 것같다"고 입을 열었다. 한화의 다른 투수들은 200여개가 넘는 '불펜 피칭'을 통해 제구를 가다듬었다. 반면, 김 감독은 유창식에게는 유독 '실전 피칭'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날 역시 이런 김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투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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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사진=OSEN





◆ '필승조' 권혁은 왜 공 4개만 던진 채 승부 도중에 교체됐나

앞서 유창식이 6회 2점을 더 내줬다. 사실상 한화의 추격 의지가 한풀 꺾였다. 이어진 7회초. 한화는 승리조가 아닌 임경완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임경완은 루츠와 홍성흔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 무사 2루 위기만 자초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여기서 김 감독은 좌완 권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권혁은 한화의 필승조 중 한 명이다. '추격조→필승조'의 교체 흐름. 권혁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오재원을 3구째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냈다. 다음 타자는 양의지. 권혁은 초구로 볼을 뿌렸다.

주목할 것은 이 지점이다. 이 순간, 두산 김태형 감독은 1루 주자 홍성흔 대신 대주자 고영민을 투입했다. 그러자 한화 벤치는 곧바로 권혁을 내렸다. 볼카운트 0-1로 승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교체를 한 것.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대훈은 양의지를 초구에 희생플라이로 잡아낸 뒤 또 다시 김민우로 교체됐다. 경기의 흐름은 '뚝뚝' 끊겼다. 7회에만 마운드에 오른 한화 투수는 4명. 두산 입장에서는 7회 한화의 빈번한 투수 교체가 얄궂게 보일 만도 했다.

결국 김민우는 후속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재호를 3루 땅볼 처리하며 7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한화 벤치에서는 더 이상의 투수 교체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김민우가 9회까지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과연 김성근 감독은 이날의 '투수 교체'에 대해 어떤 설명을 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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