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4할'.. 넥센은 왜 스나이더를 버리지 않았나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8.1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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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의 전력 질주 모습.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1. 지난 7월 어느 날이었다. 스나이더에게 두산 고영민의 블로킹에 대한 생각을 질문한 적이 있다. 지난 7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스나이더는 좌중간 안타를 친 뒤 2루까지 뛰어가다가 상대의 중계 플레이에 걸리며 아웃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산 2루수 고영민이 베이스를 가로막았다. 스나이더는 순간적으로 무릎을 굽힌 채 베이스로 들어갔고, 결국 태그아웃을 당했다. 왜 스나이더는 무릎을 굽히며 2루로 들어갔을까.


"당시 2루수가 베이스를 가로 막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었어요. 만약 제가 다리를 쭉 내밀며 들어갔으면 아마 상대 선수의 다리가 부러졌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 굽히고 들어갔죠. 하지만 이번 한 번뿐이에요. 다음에 또 그런 일이 나오면 저도 아마 무릎을 쭉 펴고 들어갈 지도 모릅니다".

# 2. 스나이더가 한창 부진을 겪고 있던 지난 4월 말. 넥센 염경엽 감독은 부진을 거듭하던 스나이더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특별 휴가를 줬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오라'. 염 감독의 외국인 선수를 위한 배려였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스나이더의 행동거지를 살폈다.

염 감독은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 명단에서 빼거나 혹은 2군으로 보내면 훈련도 안 하고 태만한 자세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서 기회를 줬다. (퇴출설까지 나도는 가운데) 퇴출을 해봤자 선수만 바뀔 뿐 거기서 거기더라. 그럴 바야 믿음을 계속 보여주는 게 낫다. 아직 스나이더는 KBO리그에서 뛴 지 1년도 되지 않은 타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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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세 엽경엽 감독.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넥센의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가 완벽 부활에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전반기를 뒤로 하고, 후반기 내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날(14일) 목동 한화전에서는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1회에는 우전 안타를 친 뒤 박병호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2회 볼넷. 4회 2루수 뜬공. 7회에는 윤규진을 상대로 우중간 적시 2루타를 쳤다. 5-2에서 6-2로 달아나는 쐐기타였다.

스나이더. 올 시즌 시범경기를 0.100의 타율로 마쳤다. 시즌 초반 7경기에서 타율 0.160으로 부진하자 3일 간 특별 휴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진은 계속됐다. 5월 5일까지 타율은 0.184에 그쳤다. 결국 염 감독은 '감 잡고 오라'며 스나이더에게 2군행을 면했다. 퇴출이 아닌 기다림. 염 감독의 선택은 믿음과 기다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나이더는 그 믿음에 보답했다. 3~4월 타율이 0.184, 5월 타율이 0.256이었으나, 6월 타율 0.314를 기록한 뒤 7월에는 무려 0.384를 찍었다. 전반기 타율이 0.264인 것에 반해 후반기에는 무려 0.400(65타수 26안타)의 타율을 뽐내고 있다. 홈런 역시 전반기 60경기 동안 10개에 불과했으나, 후반기 18경기를 치른 현재, 7개를 때려냈다.

14일 경기 후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오늘은 스나이더의 활약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이제 한국 야구에 데뷔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적응을 마친 것 같다. 앞으로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팀에는 큰 힘이 될 것 같다"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은 39경기 동안 스나이더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인성도 좋고 야구도 잘하는 스나이더가 넥센의 천덕꾸러기에서 복덩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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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가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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