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야 할지, 새 길 찾을지..." 박주영의 2023년은 올 수 있을까

울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10.2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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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산 현대의 K리그1 우승에 기여했던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7). 이제 그의 다음 시즌 거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주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오랜 시간 몸담았던 FC 서울을 떠나 울산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던 그는 과거 대표팀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은 홍명보 감독의 러브콜에 팀을 옮겼다.


입단 후 박주영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한 번 더 재미있고 신나게, 후회 없이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적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주영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졌다. 울산은 올 시즌 적수가 없는 활약 속에 꾸준히 K리그1 선두를 지켰다. 한때 2위와 승점이 10점 이상 차이 나는 압도적 모습이었다. 결국 울산은 시즌 종료를 1경기 남겨둔 지난 16일 강원전에서 2-1로 승리, 통산 3번째이자 2005년 이후 17년 만의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23일 열린 우승 시상식에서 박주영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쳤고, 샴페인을 뿌리며 기쁨을 누렸다. 박주영 개인으로서도 서울 시절인 2016년 이후 6년 만에 정상에 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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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박주영(맨 오른쪽)이 2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2 K리그1 우승 시상식에서 홍명보 감독(가운데)에게 샴페인을 뿌리고 있다.
개인 기록은 보잘것없었다. 박주영은 올 시즌 리그 6경기에 출전해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골을 넣었으나 팀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기록만 보면 가장 아쉬운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주영은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올 시즌 강력한 MVP 후보인 이청용은 "주영이 형은 경기에 많이 나가진 못했지만 훈련장이나 훈련이 끝난 시간에도 후배들을 챙겨준다"며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조언도 많이 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홍 감독 역시 "(조력자 역할을) 아주 많이 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올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주영은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23일 제주전에서 후반 32분 교체 투입됐다. 인상적인 모습은 없었으나 전방에서 몇 차례 찬스를 만드는 역할은 잘 수행했다. 경기가 끝난 후 박주영은 동료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경기 후 박주영은 "17년 동안 기다렸던 팬 여러분의 염원이 멋진 스태프와 선수들과 잘 어울려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기여했다는 평가에는 "특별히 한 건 없고 숟가락만 얹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개인 기록과는 상관없이 박주영은 올 시즌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하루하루 즐겁게 했다. 훈련할 때마다 웃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즐겁고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경기에 관해서는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거니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 팀에 나보다 더 나은 선수들이 많고, 그런 선수들이 잘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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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박주영이 23일 제주전 종료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울산이 깜짝 우승이 아니라 정말 2년, 3년 갈 수 있는 강한 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박주영. 그러나 다음 시즌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주영은 "지금은 잘 모르겠다"며 "아 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이제 생각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쉬면서 그만해야 될지, 또 새로운 길을 찾아야 될지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기준은 명확하다. 박주영은 "내가 볼 차는 게 좋으면 더 하고 싶은 거고, 그만하고 싶다면 그만해야 된다고 늘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까지는 좋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주영은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선수였다. 고교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뽐냈고 프로에서도 이를 증명했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박주영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연 내년 시즌 박주영은 어떤 모습으로 시작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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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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