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도중 물세례 맞은 홍명보 감독 "선수들·코치 멋진 일 이뤄냈다" [★현장]

울산현대의 K리그 우승을 이끈 홍명보 감독이 16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전 기자회견 도중 설영우(오른쪽) 등 선수들로부터 깜짝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김명석 기자

울산 현대를 17년 만에 K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은 홍명보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멋진 일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난입한 김민준 설영우로부터 깜짝 물세례를 받고도 환하게 웃어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16일 오후 2시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직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긴 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은 1위에 오른 뒤부터 계속 1위 자리를 지키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울산은 선제골 실점 이후 엄원상과 마틴 아담의 연속골을 앞세워 강원을 2-1로 꺾고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승점 76(22승10무5패)을 기록한 울산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17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리그 정상에 올랐다.

특히 울산은 이번 시즌 3라운드부터 선두 자리에 오른 뒤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끝까지 이 자리를 지켜냈다. 비겨도 우승이었던 강원전에선 짜릿한 역전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부임 2년 차에 울산의 K리그 우승 한을 푼 홍명보 감독은 "이 자리를 통해 고마움을 전할 분들이 너무 많다"면서 "무엇보다 우선 항상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주신 서포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선수단이 잘 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김광국 단장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울산현대 선수들이 16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전 승리로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해주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홍 감독은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 시즌 시작하면서도 몇몇 선수들의 이적 공백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대안이 나타나더라도 상대팀에 읽혀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매일매일이 고민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K리그 감독으로 2년 차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선수들 덕분이다. 1992년에 프로 첫 신인으로 들어와서 그 해 우승을 했는데, 감독이 돼서 우승을 한 기쁨이 2배 이상 든다"고 웃어 보였다.

1992년 신인 첫 MVP,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올해 K리그 우승으로 홍 감독의 '10년 대운 주기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홍 감독은 "열심히 했던 해에 우연히 그런 결과들이 나왔다. 올해도 의식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한 해였는데 그런 것들이 같이 따라줬다"며 "저도 고민이다. (10년 뒤인)2032년에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홍 감독이 꼽은 이번 시즌 최고의 수훈 선수는 주장 이청용이었다. 그는 "이청용에게 주장 역할을 맡기면서 문화를 만들어갔다. 커리어에 맞게 잘해줬다"며 "경기 출전 시간이 나이에 비해서 많았다. 힘든 경기에 들어가서 더더욱 빛을 내는, 아주 훌륭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청용 선수가 MVP를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 울산이 어떤 팀으로 갈지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K리그를 모든 면에서 선도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문제가 됐던 몇몇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잘 상의해야 한다. 좋은 선수, 비싼 선수들만 데려와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선수들로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