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 노덕 감독 "모험을 떠나시겠습니까?"[★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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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의 노덕 감독이 12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2.10.12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노덕 감독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모험을 떠났다. 그런 그가 '글리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모험을 떠나시겠습니까?"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글리치'의 노덕 감독과 스타뉴스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


이날 노덕 감독은 '글리치'를 연출한 이유에 대해 "사실 '글리치'를 만나기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OTT가 없던 시절이었고,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근데 제가 5~6년 전에 기획했던 아이템과 비슷한 대본인 '글리치'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보고 이유 불문하고 당연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연출을 할 텐데 그럼 제가 기획했던 저만의 아이템은 (나중에 나오면) 아류작, 표절작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이 연출할 바에는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덕 감독은 "진한새 작가의 대본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만 제가 비슷한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실패했던 경험은 있기 때문에 절대 쉽지 않은 이야기고, 큰 난관들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편하게 접하는 관습화된 장르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모험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척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저를 포함해 관계자들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고, 진한새 작가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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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의 노덕 감독이 12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2.10.12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노덕 감독은 1부의 '어른'이라는 키워드가 작품의 포문을 여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어린 시절 있었던 일을 묻고, 억지로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며 철이 들어야 한다. 그러나 바뀐 게 없다는 걸 다 알고 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결혼하고, 애를 낳아도 늘 우리는 처음 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서툴지만 어른인 척하면서 사는 것"이라며 "'글리치' 속 주인공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나의 진짜 모습일까?' 의심을 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 지효가 보라(나나 분)를 만났을 때 철이 들지 않았을 때의 진짜 모습이 나오는 게 귀여웠다. 지효와 보라가 함께 있지 않을 때의 모습과 보라에게 마음을 터놓는 관계가 된 이후 굉장히 달라진다. 두 사람이 만날 때 지효와 보라가 어린아이로 돌아가더라"라고 설명했다.

노덕 감독은 두 인물을 연기한 전여빈, 나나의 캐스팅에 대해 "'글리치'가 쉽지 않은 이야기였는데 '지효'라는 캐릭터도 쉽지 않았다. 영화 안에서 인물은 목적성이 뚜렷해야 하고, 그 인물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며 "근데 제가 대본을 읽고 '지효'라는 인물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근데 이미 회사나 작가님이 전여빈이라는 강력한 배우를 내세우고 있었고, 저는 그 캐릭터와 전여빈이라는 배우를 대입시키면서 봤다"며 "근데 보면 볼수록 작가님이 왜 전여빈이라는 배우를 생각하면서 대본을 썼는지 이해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전) 여빈이는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지효'라는 캐릭터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캐릭터다. '글리치' 안에서 굉장히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걸 다 만나는 건 '지효'가 유일하다. 그래서 '보라'는 좀 전여빈과 다른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며 "사실 제가 나나 배우와 일하고 싶어서 계속 노리고 있었다. '보라' 캐릭터를 보고, 이건 나나랑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굿 와이프' 보고 반했고, 대본 리딩 때 '보라'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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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덕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 '글리치'는 10월 7일 공개된다. /2022.09.2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특히 노덕 감독은 '글리치'를 통해 노덕 감독 또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연출과 연기가 비슷한 지점이 있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도 당사자다. 외롭고, 의지할 데가 없는 건 심정적으로 비슷하다"라며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이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 자기 안에서만 잘해도 외롭고 못 하면 더 외로운데 그 인내의 과정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이 동반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체든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제가 누군가한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하면서 내면의 변화가 컸다. 배우, 스태프들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그전에는 단순하게 '내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했다면 이번 현장은 그와 동시에 배우, 스태프들이 가진 고민을 나누게 됐다. 내가 누군가의 보라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먼저 믿어주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그게 그들에게 힘이 된다는 걸 체감했다. 인간 노덕으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노덕 감독은 '글리치'에 대해 "길이 닦여져 있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모험이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척해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고, 보시는 분들에게 '이 모험을 같이 떠나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이 드리는 건데 물론 떠나지 않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실 거다. 그걸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다.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라는 걸 알고 시작했고, 거기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글리치'는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여러 장르를 건드리고는 있지만 깊게 들어가지는 않고 빠졌다가 또 다른 장르로 넘어가는 게 인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인물을 두려고 노력했다"며 "개인이 가진 고민을 담고 싶었고, 그것이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시는 분들도 인물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따라가 주셨으면 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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