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 정신 '甲' 이런 포수가 다 있다니 "서로 다치면 안되잖아요"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9.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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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
올 시즌을 마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는 예비 FA 포수의 동업자 정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 박세혁(32)의 이야기다.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점수를 주지 않으려는 포수의 충돌은 매번 심심찮게 발생했던 문제였다. 홈 충돌 방지 규정이 생기기 이전에는 아예 대놓고 홈플레이트를 막는 포수들도 있었다. 이를 마주한 주자들은 온몸으로 돌진해 포수를 밀고 들어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충돌에 따른 부상 위험성이 크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팀의 승리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동업자 정신 실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6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홈 플레이트에서 포수와 주자의 충돌을 방지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후 포수들이 홈 플레이트를 의도적으로 가로막는 플레이는 많이 줄어들었다.

KBO 리그 2022 공식야구규칙 6.01 방해, 업스트럭션 (i) 홈 플레이트에서의 충돌 (2)에 따르면 '포수는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주자를 태그할 때 불필요한 강제 접촉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주자와 불필요한 강제 접촉(예를 들어, 무릎 정강이 보호대, 팔꿈치, 전완 등을 이용해 시도하는 접촉)을 상습적으로 하는 포수는 총재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박세혁의 플레이 하나는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은 지난 13일 LG와 두산의 잠실 라이벌전에서 벌어졌다. 2-0으로 앞선 LG의 6회초 공격. 1사 2,3루 상황. 문성주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주자 오지환이 홈으로 쇄도했다. 이때 전진 수비를 펼친 김재호가 지체없이 홈으로 뿌렸고, 무릎을 꿇은 채 공을 잡은 포수 박세혁은 오지환을 태그 아웃시켰다.


이 과정에서 박세혁이 홈 플레이트를 눌러앉은 채로 막고 있었다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오지환과 충돌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박세혁은 오지환을 태그한 뒤 동시에 센스 있게 몸을 회전시키며 홈 플레이트를 열어줬다. 오지환이 뻗은 손과 자신의 다리 보호대가 충돌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동업자 정신이었다. 박세혁은 "요즘에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선수가 많다. 저는 연습한 대로, 몸에 배인 대로 했을 뿐이다. 서로 다치면 안 되잖아요. 그걸 동업자 정신으로 봐주신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라고 입을 열었다.

박세혁은 "아무래도 짧은 유격수 땅볼 타구였기에 긴박한 상황이긴 했다. 포수들이 홈에서 태그하기가 정말 힘들다. 사실 유소년 시절부터 홈 플레이트를 막는 연습만 했다. 그런 습관을 한 번에 바꾼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승부에 집중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동업자 정신을 잊을 수 있다. 그래서 연습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제 조금은 제가 충돌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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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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