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자숙' 하정우 '수리남'으로 2년 만 복귀..앉자마자 꺼낸 말은 [★FULL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 강인구 역

이덕행 기자 / 입력 : 2022.09.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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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배우 하정우(44·김성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으로 2년 만에 돌아왔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수리남'에 출연한 하정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수리남'은 한 민간인 사업가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작전에 협조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는 극 중ㅈ 수리남에서 목숨을 건 비즈니스에 뛰어든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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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프로포폴 논란 후 2년 만 복귀.."반성하고 돌아봤다"






하정우는 2020년 8월 마약류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하정우는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19회에 걸쳐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하정우는 흉터를 제거하면서 수면마취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1심 재판부는 그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으로 영화 '클로젯'(2020) 이후 2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하정우는 '수리남'을 통해 복귀했다. 지난 7일 '수리남' 제작발표회를 통해 첫 공식 석상에 나선 하정우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과 관련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언론 인터뷰에서는 달랐다. 하정우는 자리에 앉자마자 "일련의 사태 때문에 제작발표회에서 사죄의 말씀을 드릴까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보다는 이렇게 직접 말씀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분께 실망과 걱정을 드린 부분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 2년을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반성도 많이 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05년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달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부분에서 제동이 걸렸다. 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졌다. 정말 저를 바라봤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제 좌표도 확인하고 제 나이도 실감했다. 아팠지만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속상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2020년에는 아무것도 안 했다. 고수 부지에서 걷기만 했다. 5만 보씩 걸었는데 정신이 쨍하고 들면서 나이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그 사이 가족에도 변화가 있었다. 하정우의 동생 차현우는 배우 황보라와 오는 11월 결혼식을 올린다. '동생에게 결혼 선물을 했냐'는 가벼운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아버지가 추석 때 '동생에게 뭐 해줄 거냐'고 물어보시더라. 황보라가 예단과 예물을 해왔는데 일단 다 돌려줬다. 동생의 결혼식은 나도 처음이라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서 동생의 니즈가 뭔지 파악한 후 범위 내에서 선물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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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윤종빈 감독과 5번째 작품.."더 신경쓸 부분 생겨"





'수리남'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했던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정우는 "실존 인물이 된 분을 직접 만났다. 제가 뵀었을 때는 중장년이셨는데도 쨍쨍하고 탄탄했다. 등산복을 입고 오셨는데 산을 뛰어오르실 것 같았다. 겉으로 보이는 에너지가 남달랐다. 그분이 쓰신 15페이지 정도의 회고록을 읽고 10부작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에 강인구가 '그럼 내 자식에게는 이야기할 수 있냐?'고 말하는데 정말 그거 하나 남으셨다고 하더라. 이 시리즈가 제작된다고 하셨을 때 누구보다 반가운 마음으로 허락하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극 중에서는 일반 수산업자가 언더커버로 들어가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명분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그 의문을 100%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극 안에서 허용될 수 있는 부분 정도까지는 찾은 것 같다. 실제로 이분이 엄청난 기지를 발휘하셨더라. 도리어 더 영화같은 분이다. 마지막 국정원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지긋지긋한 수리남에서의 생활이 아니라 독립해서 가정을 이끌어 온 현재까지의 시간들이 지긋지긋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리남'의 소재가 되는 이야기는 하정우가 직접 발굴해 윤종빈 감독에게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는 "7년 전 학교 선배가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영화로 만들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영화로 기획했다. 제작사 강병찬 대표를 통해 윤종빈 감독에게 전달했다. 처음에는 소위 '뺀찌'를 먹었다. 다른 감독님도 다 거절하시더라. 그렇게 몇 년 표류했다. 윤종빈 감독이 '공작'을 끝내고 다시 흥미를 갖게 됐다. 드라마 시리즈물로 만들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10부작으로 나왔는데 해외 로케이션과 '머니샷'들이 많아서 6부작으로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또한 "10부작짜리 오리지널을 6부작으로 줄이면서 신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이 대사로 처리됐다"며 "상황이나 장면으로 구현됐다면 잘 표현됐을 텐데 그러지 못해 늘어지고 지루한 부분이 있다. 6부작의 한계였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종빈 감독에게 '수리남'을 먼저 제안한 이유를 묻자 그는 "'군도'나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행'을 봤을 때 남성들 간의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 고사한 이유는 이 내용은 2시간 20분 안에 담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인연을 맺은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과 작업에 대해 "서로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건 장점이다"라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동지이자 감독님으로서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 다른 배우들 눈에 둘이 친해서 봐주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있었다. '군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력이 쌓이면서 그런 마음가짐이 더욱더 강하게 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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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황정민, 따뜻하고 든든한 형..윤종빈 감독보다 편해"





'수리남'에는 하정우 외에도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김민귀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하정우는 극의 중심에서 다양한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으며 극을 이끌어갔다.

황정민은 한국 마약상이었다가 남미의 작은 국가 수리남으로 도피해 해외 마약상이 된 전요환 역할을 맡았다.

하정우는 황정민과 호흡에 대해 "너무 편했다. 워낙 고수다 보니 액션 장면을 찍어도 부담이 없다. 멱살을 잡거나 머리를 잡아도 상대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줬다. 제가 신인 시절 처음 매니지먼트를 갔을 때부터 알던 형이다. 처음에는 무섭고 다혈질인 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작업하니 누구보다 따뜻하고 든든했다. 도리어 윤종빈 감독보다 (황)정민이 형과 일하는게 편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누가 첩자인지를 밝혀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틀 동안 찍었는데 굉장히 연극적인 동선에 연극적인 대사 톤인데 잘 소화했다. 박해수를 뺀 모든 배우가 모여 긴장감을 조성했고 저도 덩달아 텐션이 올라갔다. 또 전요환 저택에 수영장이 있는데 황정민이 스스럼없이 삼각팬티를 입고 돌아다니더라. 캐릭터에 정말 빠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박해수는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 최창호 역으로 분했다. 조우진과 유연석, 김민귀는 전요환의 수족과도 같은 변기태, 데이빗 박, 이상준으로 각각 등장했다.

하정우는 "다들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들었다. 유연석은 박찬욱 감독님 덕분에 알게 돼 사석에서 자주 만났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짧게 어학연수를 갔을 때 만난 일본인 친구가 있는데 십몇 년 만에 다시 연락할 수 있게 도와줬다. 조우진도 오며가며 많이 봤다. 박해수, 김민귀는 정말 처음봤다"고 전했다.

하정우는 강인구 아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박해수가 맡은 최창호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보면서도 연기하기 진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극명하게 대비되는 최창호와 구상만이라는 두 인물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대만의 영화배우 장첸이 중국계 갱을 이끄는 첸진 역할로 특별 출연했다. 하정우는 "2007년 '수미'라는 영화에서 처음 만났는데 저를 기억하더라. 월드스타고 중화권 최고의 스타인데 그런게 없더라. 같은 한국 배우 같기도 했다. 클럽에서 봉식이가 맞는 장면이 그 분의 첫 촬영이었는데 잘 적응하시더라. 전주에 차이나 타운을 만들어 내외부 장면을 찍었다. 장첸은 주로 그 쪽에서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때 입출국시 격리를 15일 해야 했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하더라. 사실 중국 갱단은 모두 한국인이었다"고 털어놨다.

강인구의 아내 역할은 배우 추자현이 맡았다. 하정우는 "추자현과도 처음이었다. 윤종빈 감독 동네 주민이다. 5년 전 한남동 고깃집에서 밥을 먹는데 추자현이 남편 분과 식사를 하더라. 제가 밥값을 계산하고 간 적이 있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했는데 윤 감독이 특별 출연을 부탁했을 때 그 이야기를 했다더라. 사실 저도 아버지에게 배운 거다. 저도 유인촌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님들에게 비슷한 경함이 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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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에미상 6관왕..'수리남'도 줬으면"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 오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에미상 6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하정우 역시 "(이)정재 형이랑 황동혁 감독님이 상 받는 걸 봤다. '수리남'도 주면 너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제 시리즈물을 작업할 때 '거기까지 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마약을 소재로 한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나르코스'다. '수리남'의 영문명 역시 '나르코스'에서 딴 '나르코스 세인츠'로 지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나르코스'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정우는 "'나르코스' 시리즈가 워낙 재미있고 다양하지 않나. 다만 '동양인들이 수리남에서 이런 일을 했다고?'라는 차별점은 있지 않을까 싶다"며 "또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시리즈물을 만들었을 때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저와 윤종빈 감독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준 사랑에 보답하는 선물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극 중 강인구는 어린 시절 유도를 배우다가 집안이 어려워지자 이를 포기한다. 이어 카센터와 유흥업소 등 다양한 직종을 거친 뒤 수리남으로 넘어온다. 강인구의 다사다난한 과거는 하정우의 내레이션으로 설명된다. 순탄하지 않은 인생사지만 하정우의 내레이션은 담담하게 흘러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하정우는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감독님의 의도 역시 가볍게 시작해서 이 이야기가 정말 무용담처럼 보이길 바랐던 것 같다. 저도 톤을 가볍게 남 이야기하듯이 했다. 처음부터 장엄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수리남'은 제주도, 전주, 안성을 비롯해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촬영을 진행하며 다채로운 장면을 완성했다. 하정우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의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 정글에서 찍는 장면이 많다보니 도심에서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이동했다. 길거리에 있는 시간도 많고 도로 상태도 한국보다 열악했다. 또 봄부터 국내에서 촬영하느라 지칠대로 지친 상태 였는데 마지막 두 달을 찍느라 힘들었다. 마지막 촬영이 아침 6시에 끝났는데 오후 1시 비행기로 바로 한국을 갔다"고 회상했다.

요즘 고민을 묻자 하정우는 "갈수록 어려운 것 같다. 1번 주연 배우가 스토리를 가져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새로움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신과 함께' '백두산' '수리남' 모두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인데 1번 주연의 고충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튀어나올 수 없고 두 다리를 박고 끌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극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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