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악녀의 광기 [★FULL인터뷰]

tvN 수목드라마 '이브' 한소라 역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2.07.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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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배우 유선(46·왕유선)은 지난 21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에서 강렬한 악녀로 변신했다.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 멜로 복수극. 극 중 정계 권력자 한판로(전국환 분)의 외동딸이자 강윤겸(박병은 분)의 아내 한소라 역으로 분한 유선은 광기 어린 연기로 안방극장에 소름을 유발했다.

유선은 최근 드라마를 마치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비록 한소라는 스스로 불행한 기억을 지우는 중증 무드셀라증후군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비참한 결말을 맞았지만, 유선은 빛나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유선은 "(한)소라가 되기 위해선 소라를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소라는 객관적으로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했다"며 "처단돼야 하는 악인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비참한 결과는 너무 필연적이었다"고 말했다.

"소라의 짠함과 불쌍함을 동정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왜 동정하느냐'고 화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악인이니까 어떻게든 처벌을 받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대본 16회를 받았을 때 어떤 결말보다 제일 비참한 순간이더라고요. 가장 집착했던 외모를 잃어버리고 기억도 잃어버리고 남편은 죽었고... 본인이 집착하고 붙들었던 것을 다 잃어버린 순간, 가장 절망의 끝으로 가게 만들어 버린 거니까... 소라가 정신이 돌아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하면서도 너무 마음이 무너지고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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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분노 연기 후 실신하듯 쓰러져, 19금 베드신 부담됐지만.."





유선은 캐릭터 설정상 악에 받쳐 울부짖고 분노하는 연기를 여러 번 소화해야 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촬영장 가서 스트레스 다 풀겠네'라고 하시더라"면서 "하지만 그런 쾌감을 느낄 새도 없이 에너지 소비가 컸다"고 토로했다. "어떤 날에는 소리 지르고 화내고 울부짖는 신들이 몰려 있었는데, 찍고 나면 차에 타자마자 실신하듯 쓰러졌어요. 분노가 제일 힘든 감정이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느껴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몸도 많이 경직되곤 했죠."

'이브'는 방송 당시 수위 높은 베드신으로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유선은 "대본 처음 받고 나서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난 학부모니까 그것도 염려가 됐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다행히 촬영 전 박봉섭 감독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감독님이 감사하게도 제 입장에서 얘기를 해 주더라고요. 감독님도 딸을 가진 아버지고, 아내가 있기 때문에 '작품을 처음 제안할 때부터 그런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서로 충분히 협의 하에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하셨어요. 감독님의 말씀이 진정성 있게 다가 와서 마음에 많이 안도가 됐죠. 제 고민을 함께 고민해 주신다면 믿고 가도 되겠다는 신뢰를 많이 느꼈어요.

유선은 박 감독의 약속대로 베드신 촬영은 큰 부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유선은 "감독님이 미리 레퍼런스도 보여주고, 그림 콘티까지 다 만들어서 사전에 다 보여줬다"며 "어떻게 찍을지 모르고 현장에 가면 불안할 수 있는데, 미리 계획을 알고 그 계획대로 촬영이 진행되니까 막상 현장에선 '벌써 끝났나' 싶을 정도로 빨리 진행됐다. 많이 배려해 주셔서 처음 작품에 임할 때 가진 부담에 비해 되게 편안하게 찍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2011년 결혼해 9살짜리 딸을 둔 유부녀인 만큼 다른 배우들보다 부담감이 컸을 터. "처음 작품을 결정할 때도 남편이랑 상의를 했었고, (남편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작품을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배려를 해줬어요. 그 방송을 볼 때 서로 다른 공간에서 봤죠. 남편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소라 캐릭터와 윤겸과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너무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회자되고 이슈 된 것과 상관없이 스토리 라인에서 필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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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서예지 준비성에 엄지척.."만날 때마다 기대"





유선은 '이브'에서 서예지, 박병은, 이상엽 등 여러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특히 이라엘 역의 서예지와는 시종일관 팽팽하게 대립하며 소름 돋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유선은 서예지에 대해 "처음에 우호적으로 다가왔을 때 빼고는 계속 텐션이 부딪히는 관계였다"며 "주고받는 대사 자체가 정말 팽팽하니까 나도 정말 준비를 많이 해갔지만, '이 친구는 어떻게 준비해올까' 매번 기대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유선은 또한 서예지의 남다른 준비성과 열정을 칭찬했다. 그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 왔구나'가 느껴져서 서로 붙었을 때 팽팽한 긴장감이 잘 살아났다"며 "만날 때마다 기대가 되고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병은과는 부부 관계로 연기 합을 맞췄다. 그는 박병은에 대해 "워낙 유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나이도 나랑 동년배라 빨리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고 밝혔다.

극 중 한소라는 이라엘의 복수 계획대로 강윤겸의 외도에 광기 어린 행보를 보이며 악녀 본색을 드러냈다. 이에 유선은 "(박병은과) 만나면 너무 반가운데 만나자마자 싸워야 하고 오열해야 하니까 오히려 중후반부에는 대화도 자제하고 시선도 덜 맞추고 있다가 리허설을 하며 긴장감을 만들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라엘을 돕는 서은평 역의 이상엽에 대해선 "친화력이 있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라며 "현장에서 가끔 부딪히는데도 분장실에 와서 '누나, 저 먼저 끝났어요'라고 다가온다. 좋은 형, 누나를 만난 것처럼 따르고 와 주니까 나도 너무 귀여운 동생 하나 생긴 것처럼 반가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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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방송 중간 주연 배우들의 SNS에 올라온 이른바 '맥주 회동' 사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사진에는 유선과 박병은, 이상엽이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또한 주연 배우 중 서예지만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선은 "제천에서 다같이 촬영을 했는데 (서)예지 씨는 낮신을 찍고 서울로 올라갔고, 저희만 해질녘까지 촬영이 진행돼서 숙소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상엽 씨가 그래도 같은 숙소에서 자면서 '맥주 한잔 해요'라고 제안해서 그 자리가 이뤄진 거다"고 밝혔다.

당시 술자리는 촬영 7~8개월만에 배우들끼리 처음 가진 사석이었다고. 유선은 "편안한 사적인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항상 격정적인 감정들과 텐션감을 유지하며 촬영을 했다"며 "그날 우연치 않게 숙박을 하면서 상엽 씨의 제안으로 자연스럽게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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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요즘 자극되는 배우? "박은빈-김준한"





유선은 한소라 캐릭터를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했다고 했다. 그는 "예민한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체중을 4kg 정도 뺀 상태에서 몸을 만들었다"며 "예전엔 볼에 살이 좀 있어서 둥그런 인상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뾰족한 인상을 만들고 싶었다. 식단도 신경 쓰고 운동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의상에도 각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며 "피팅도 진짜 많이 했다. 상황에 맞는 의상을 입기 위해 미리 피팅을 해놓은 게 있는데 상황과 맞는 게 없으면 새로 세팅을 다시 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정교하게 스타일링을 했다"고 전했다.

매 작품 완벽한 캐릭터 소화를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유선도 자극이 되는 후배가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 역을 연기하는 박은빈을 극찬했다.

"1회를 보고서 감탄할 정도로 너무 놀라웠어요. '저런 역할이 나한테 오면 할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그녀의 노력과 집중력, 표현력에 너무 많이 놀랐죠." 유선은 또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높은 인기에 대해 "('이브'와) 시간이 안 겹쳐서 천만다행"이라며 "국민 드라마가 됐으니까"라며 웃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서 악역 최지훈 역을 소화한 김준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유선은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눈여겨 본 배우였다. 감정선이 너무 좋아서 임팩트 있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 안 보여서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안나'를 보고 너무 놀랐다. '어떤 사람이 저 역할을 했어도 저렇게 잘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유선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지만, 여전히 도전과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KT 시즌 오리지널 '종이달'에 캐스팅된 그는 새로운 연기 변신을 위해 쇼트커트였던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내려오도록 길게 붙였다.

"옛날에는 제 것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작품을) 안 보곤 했는데 요즘은 남들 잘하는 거 봐야지만 더 자극을 받게 되더라고요. '내가 저 역할이면 저렇게 했을 텐데 저렇게 하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돼요. '잘 한다, 잘 한다', '좋다, 좋다'는 작품은 일부러 찾아서 봐요. 어느 때보다 많이..."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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