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났다..수지·정은채·김준한, '안나'로 완성한 '인생캐'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7.09 13:00
  • 글자크기조절

편집자주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image
안나 / 사진=쿠팡플레이
잘 만난 캐릭터 하나, 열 작품이 부럽지 않다. 배우 수지부터 정은채, 김준한까지 세 명의 배우가 인생 캐릭터를 만나 자신의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바로 '안나'를 통해서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정한아 작가의 원작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소설의 설정을 토대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소재를 접목시킨 '안나'는 이름, 가족, 학력, 과거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거짓말로 쌓아 올린 삶을 살아가게 된 여자의 위태로운 심리 변화를 보다 깊이 탐구해 인물에 대한 공감과 몰입감을 끌어낸다.


평범한 삶조차 버거운 '유미'(수지 분)에서 화려한 삶을 누리는 '안나'(수지 분)가 되기까지 진실과 허구를 위태롭게 넘나드는 여자의 모습은 긴장감과 동시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나'의 배우들이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한 마디로 '안나'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특히 수지부터 정은채, 김준한까지 세 배우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나'를 통해 첫 단독 주연에 도전한 수지는 극 중 유미와 안나, 두 개의 이름과 삶을 가진 인물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극과 극을 살아가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서사를 촘촘하게 쌓아올리면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인물인데도, 어쩐지 응원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자존심 때문에 무심코 하게 된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하고, 여기서 비롯되는 거짓으로 점철된 인생 속 인물의 내면을 과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욕망과 불안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을 그려내며 최소한의 대사, 최대한의 눈빛과 표정으로 극의 중심에서 전개를 이끈다. 이렇듯 수지는 자신의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엄청난 화면 장악력을 과시하고, 스스로 외나무다리 위에 올라가 진실과 거짓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그의 모습은 긴장감과 동시에 엄청난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image
안나 / 사진=쿠팡플레이
그러나 '안나'에는 수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나'에는 '유미'와 '안나'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여자의 거짓된 삶을 마치 거울처럼 투영하며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새로운 인생의 레퍼런스가 된 전 직장 상사 '현주'(정은채 분), 감추고 싶은 모습만 지독하게 닮은 남편 '지훈'(김준한 분)이다. 각 배우들이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하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정은채가 연기한 '현주'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악역이 아니다. 태생부터 가진 게 많아 우월한 인생을 즐기면서 딱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대에게 박탈감을 안겨주는 인물이다. 그는악의도 배려도 없는 성격을 해맑고, 리듬감 넘치게 표현했다. 과한 듯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표정, 자연스레 상대를 깔보는 눈빛까지, 극 중 대립하는 '안나'와의 대면에서는 숨을 쉴 없을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정은채는 '현주'를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여기에 김준한 또한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안나'에 힘을 싣는다. 김준한이 맡은 '지훈'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지독할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실제 정치인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짓다가도 어느 순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냉소적인 눈빛과 표정으로 감춰진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김준한은 극과 극의 모습으로, 아이러니하고 수수께끼 같은 면모를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하나의 목적만을 바라보는 소시오패스 같기도 한 인물인데, 김준한이 '봄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준한은 '안나'에서 '최지훈'이라는 인물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하다.

이렇듯 수지, 정은채, 김준한 세 배우는 '안나'를 통해 연기 인생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듯 보인다. 인생 캐릭터를 만난 이들이 또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기자 프로필
김나연 | ny0119@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김나연입니다. 항상 노력하고, 한 발 더 앞서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