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2' 프로듀서가 쓴 술과 영화 이야기 '술푼 영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7.08 11:39
  • 글자크기조절
image
애세이 '술푼영화'를 쓴 '마녀2' 프로듀서 김현우 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
영화 '신세계'에서 브라더들의 마음을 데워준 술이 기억나는지...

원래 시나리오에는 '잔을 채운다'라는 표현만 있을 뿐 술 종류가 적혀있지는 않았다. 제작진이 차이나타운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정청(황정민)과 이자성(이정재)이 만나 잔을 기울이는 데 가장 어울리는 술을 찾아내 장면을 완성했다. 정답은 청진 금화 고량주다.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고급술은 로얄살루트인데, 정작 영화에는 등장하지도 않은 모히또가 화제가 된 사실은 또 어떤지.

'신세계' '마녀' 낙원의 밤' '뷰티풀 데이즈' 등을 제작한 영화사 페퍼민트앤컴퍼니 김현우 대표가 쓴 술과 영화 이야기 '술푼 영화'(너와숲, 2022. 06.28)에는 다양한 영화들에 등장하는 술과 그 영화,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고루 담겼다.

김현우 대표 이력은 독특한다. 전자공학을 전공해 첫 직장은 글로벌 IT기업이었다. 3개월만에 사표를 던진 것을 시작해 10여 차례 취직과 사직을 경험했고, 일찍이 창업과 폐업을 반복했다. 여성잡지와 패션잡지, 스포츠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소프트뱅크미디어에서 발행한 디지털 경제문화 매거진 편집장으로 2000년대 닷컴 벤처 붐에도 함께 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콘텐츠투자 부문 이사, 산수벤처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명량' '국제시장' '설국열차' '수상한 그녀' '괴물' 등에 투자했다.


'악마를 보았다'를 시작으로 '신세계' '브이아이피' '시간 위의 집' '살인소설' '뷰티풀 데이즈' '마녀' '낙원의 밤' '미드나이트' '마녀2' 등은 직접 제작했다. 그야말로 술을 마시며 영화 이야기로 밤을 지샐 만하다. 술과 영화 이야기를 글로 남길 만하다. 영화가 담긴 술맛이 글을 적실만 하다.

김현우 대표는 스스로를 복합문화인이라고 칭한다. 29살 때 첫 책 '젊은 나이에 성공하고 싶다면'을 내놓고 23년만에 두 번째 책 '술푼 영화'를 선보였다. 젊은 나이에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술과 영화를 사랑하며 20년을 넘게 보냈으니 행복한 삶을 보냈다.

김현우 대표는 "사실 '술푼 영화'는 18년 전에 연재했던 글들을 수정하고 새로운 글을 모아서 쓴 책"이라며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은 게 술과 영화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image
'술푼 영화' 표지
'술푼 영화'에는 '그 때 그 사람들'에서 여왕의 술로 태어나 대통령의 죽음을 본 시바스 리갈 이야기와 그 때 그 시절 진로의 맛이 담긴 '클래식', 이걸 마시면 그 때부터 사귀어야 하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산소주 등 다양한 한국영화에 담긴 술 이야기와 '비 포 선라이즈'의 라우드,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샤토 무통 로쉴드, '여인의 향기' 잭다니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J&B, '물랑루즈'의 입생트, '노킹 온 더 헤븐스 도어'의 데킬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산토리 위스키, '흐르는 강물처럼' 보일러 메이커 등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에 담긴 술이야기가 넘실댄다.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술과 영화를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맛봤을 또 맛보고 싶은 술과 영화가 그득하다.

김현우 대표는 "운이 좋게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세 편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드나이트'와 '낙원의 밤', 그리고 '마녀2'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세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는 건, 그 만큼 쓴 술과 단 술을 마셨으리라.

김현우 대표와 박훈정 감독과 인연도 남다르다. 페퍼민트앤컴퍼니란 회사 이름도 '악마를 보았다' 투자를 결정한 회의실 이름에서 따왔다. 익히 알려졌듯이 '악마를 보았다' 시나리오는 박훈정 감독이 썼다. 영화를 하고 싶었던 무명 시나리오 작가였던 박훈정 감독과 그 시절 맺은 인연이 '신세계'와 '브이아이피' '낙원의 밤' '마녀' '마녀2'까지 공동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녀2'가 무척 자랑스럽다"는 김 대표는 자신을 '마녀2' 프로듀서로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마녀2'와 '술푼 영화'를 같이 선보인 김현우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영화 제작은 물론 영화감독들의 책들도 선보일 계획이다. 영화 시나리오란 영화화가 안되면 관객이 만나지 못하기 마련인 이야기들이다. 김현우 대표는 그럼 세상이 바뀌었으니 영상화를 위해 감독들의 소설을 출간하고 영화로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첫 작품은 '뷰티풀 데이즈' 윤재호 감독이 집필한 SF소설 '제3지구'다.

김현우 대표의 술맛 나는 도전이 계속 될지, 분명한 건 지천명을 넘긴 그는 여전히 술과 영화를 사랑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