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가렸던 벤투호 '민낯'... 강팀 만나자 '속수무책'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6.03 06:51 / 조회 : 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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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벤투 감독이 작전지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피파랭킹 29위)이 '세계 최강' 브라질(1위)에 완패를 당했다. 6만4872명이 들어찬 만원 관중 속에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도 5골이나 실점했다. 아시아 예선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하던 기세 역시 '세계의 벽' 앞에 단숨에 꺾였다. 월드컵까지 5개월, 벤투호 스스로 커다란 숙제를 안은 경기가 됐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1-5로 졌다. 벤투호 출범 이래 5실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9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렸던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처음 3실점을 허용했고, 이후 멕시코와 일본에 각각 3실점을 한 적은 있지만 4차례 이상 한국 골망이 흔들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브라질과 한국의 전력 차는 뚜렷했고, 설상가상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페네르바체)와 이재성(마인츠05)마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 브라질을 꺾는 이변보다는 아시아 예선을 거치면서 자리 잡은 '벤투호 축구'가 과연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참혹했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긴 했지만 전반 1분 만에 한국 골망이 흔들렸고, 결국 전반 7분 만에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황의조(보르도)의 벼락같은 슛으로 균형을 맞추긴 했지만, 잇따른 수비진 실수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승기가 기울었다. 후반 막판엔 집중력마저 떨어져 내리 2골을 더 실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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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후반전 다섯 번째 실점을 한 뒤 대한민국 선수들 모습. /사진=뉴시스
수비는 물론 최후방에서 빌드업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김민재의 공백은 생각보다 더 컸다.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정우영(알 사드)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한 전술도 상대의 압박에 속수무책이었다.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더라면 5실점을 넘어 점수 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었을 만한 경기였다.


상대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팀이고,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빠졌다고는 하나 플랜B 등 전술적으로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한 건 아쉬움이 남았다. 무엇보다 아시아 예선에서는 통했던 높은 점유율과 빌드업 축구가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는 사실상 무의미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벤투호의 이번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특히 많은 기대를 받던 건 역대 최장수 사령탑이 될 만큼 벤투 감독이 오랫동안 팀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뿌리내린 전술이 아시아 예선을 벗어나 세계적인 강팀을 만나자마자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이 5실점 이상한 건 지난 2016년 스페인전 1-6 참패 이후 6년 만인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당시에도 한국은 아시아 2차예선 전승 통과 등 승승장구하다 세계적인 강팀을 만나자 참패를 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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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손흥민(오른쪽)이 브라질의 득점 이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벤투 감독은 다만 브라질전 참패 이후에도 "우리 스타일을 지금 와서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 경기를 전체적으로 다시 보고 어떤 부분을 발전시킬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황의조 역시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더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며 벤투 감독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이번 브라질전에 드러난 벤투호의 약점과 한계가 우루과이나 포르투갈 등 월드컵 본선 상대들에도 중요한 전력 분석 자료가 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홈 이점이 없는 월드컵 무대에서 브라질전과 똑같이 당하지 않기 위해선 벤투호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벤투 감독의 주장처럼 후방 빌드업이라는 스타일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포메이션이나 세부 전략 등에 대한 변화는 고심이 필요해진 셈이다. 브라질전을 통해 얻은 교훈이자 벤투호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벤투호는 오는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전장을 옮겨 칠레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칠레의 FIFA 랭킹은 28위로 한국보다 한 계단 높은데, 브라질과 달리 일부 핵심 선수들은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벤투호는 3일 오전엔 회복훈련만 진행하고 4일부터 본격적인 칠레전 대비 훈련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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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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