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2, 3루 '이정후'면 거를 만했다... 찬스가 익숙한 '4번'이 뒤에 있었을 뿐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5.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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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사진=키움 히어로즈
상황은 1-1 동점 무사 2, 3루 위기. 타석에 들어선 것이 KBO 최고 타자 이정후(24·키움)면 거를 만했다고 누구나 판단할 것이다. 뒤에 나올 선수가 1군 통산 15번째 출장인 신예라면 선택은 뻔했다. 다만 그 신인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찬스에 익숙한 '4번 타자' 출신이라는 것을 너무 간과했을 뿐이다.

키움은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KT를 7-5로 누르고 5연패를 끊어냈다. 시즌 18승(18패)째를 기록한 키움은 5할 승률에 복귀해 7위에 머물렀다.


양 팀은 에이스 안우진(키움)과 고영표(KT)를 내세워 팽팽한 1-1 접전을 펼치고 있었고 승부처는 6회초였다. 잘 먹히던 고영표의 변화구가 차츰 몰리기 시작했다. 김태진이 좌전 안타, 야시엘 푸이그가 몇 번을 걷어낸 끝에 행운의 2루타를 만들어냈다. 밀어친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되면서 KT 1루수에게 역동작이 걸렸고 무사 2, 3루가 됐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득점권 타율만 3할 8푼이 넘는 이정후였다. 고영표-장성우 KT 배터리는 이정후를 고의4구로 거르고 '4번 타자' 이주형(20)을 선택했다. 이정후에게 단타를 내주지 않을 확률보다 1군 15경기의 이주형(20)을 상대로 삼진 혹은 병살을 유도할 확률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주형이 앞선 두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 3구 삼진으로 물러난 것도 이유가 됐을 것이다. 특히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실투성 투심 패스트볼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고영표는 앞 타석과 똑같이 이주형을 상대로 체인지업을 보여준 다음 투심 패스트볼을 사용했다.


그러나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이주형은 낮게 들어오는 공을 그대로 받아 쳐 유격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최근 5경기 5득점에 그쳤던 키움 타선의 막힌 혈을 뚫는 그런 안타였다. 이후 3점이 더 만들어지며 키움은 모처럼 빅이닝을 만들었고 여기서 승기를 굳혔다.

야탑고를 졸업한 이주형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9번으로 키움에 지명된 프로 2년 차다. 야탑고 시절부터 4번을 수 차례 맡으면서 안타(40개)와 비례한 타점(36개)을 뽑아내는 등 찬스가 익숙한 선수였다.

박찬혁(19), 박주홍(21) 등 대형 신인들에 이름이 가렸지만,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믿을 만한 타자 유망주이기도 하다. 지난 퓨처스리그 2년간 통산 81경기 타율 0.304, 5홈런 4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4를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17경기 타율 0.364(66타수 14안타), 2홈런 13타점, 출루율 0.408, 장타율 0.561로 대체 선수 후보 1순위로 꼽혔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지난 4월 말 콜업 당시 "퓨처스리그에서 좋다는 보고를 받았다. 잘 쳐서도 있지만, 지명타자를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려하게 됐다"고 말할 정도.

차츰 그 기대에 부응 중이다. 지난 11일 고척 두산전에서 시즌 첫 홈런포를 때려내며 팀의 영패를 막았고 12일에는 프로 데뷔 첫 4번 타자로 나서 2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그리고 마침내 팀의 연패를 끊어내는 적시타를 뽑아내며 굳어있던 키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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