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서' 박용우 "'눈 변하지 않았다' 감사하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2.04.0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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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 /사진=프레인TPC


"제가 공감하고 감사했던 반응이 '눈이 변하지 않았다'라는 것이었어요. 눈이라는 것은 사람을 표현하는 외적인 부분 중에 강력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솔직한 편이어서 그런 것들이 눈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되게 좋았어요."

달리 히어로를 찾을 게 아니다. 배우 박용우(51)가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극본 김현정, 연출 이승영)에서 분한 오영이란 인물을 보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도 한때는 현실에 짓눌려 무기력한 삶을 살기도 했지만, 황동주란 파트너를 만난 후 각성했다. 부패를 척결하고 좋은 어른이 되기로. 데뷔 28년째 반짝이는 눈을 보유한 박용우의 장점이 오영에 투영됐다.


'트레이서'는 누군가에겐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

박용우는 극중 조세 5국 국장 오영 역을 맡았다. 오영은 무기력한 만년 과장에서 국세청 에이스로 각성, 조세 5국 팀장 황동주(임시완 분), 조사관 서혜영(고아성 분)과 함께 중앙지방국세청장 인태준(손현주 분)의 뒤를 쫓으며 부정 척결에 통쾌한 활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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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 /사진=프레인TPC



-'트레이서'를 마친 소감은?

▶좋은 분들을 만나서 즐겁고 치열하게 촬영을 잘 했다. 반응도 좋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 행복했다.

-'프리스트' 이후 3년 만의 미니시리즈로 '트레이서'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대본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님이 긴 시간동안 고민해서 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땀이 느껴지는 대본이었다. 오영이란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전한 캐릭터였다면 매력을 못 느꼈을 텐데, 스스로 뛰어난 능력이 있었음에도 양심에 흔들리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시청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국세청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전달하고 싶었는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전문 용어가 많이 나와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대본을 길게 훑어보니 결국 사람 사는 얘기였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행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근본적인 얘기는 비슷했다. 복잡한 것은 쉽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감독님과 처음에 골격을 잡을 땐 기본 감정적인 얘기를 주로 했다. 이후에 국세청 전문 용어는 스스로 공부했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치열하게 스스로 공부했다.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면 대사의 맛을 살리는 것 이전에, 그걸 유려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면과 대사에서 배우가 주고자하는 메시지와 내용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오영은 무기력한 만년 과장에서 국세청 에이스로 각성하며 부정 척결에 통쾌한 활약을 했다. 오영은 실제 박용우와 어떤 점에서 닮았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거짓말을 잘 못한다. 예전엔 오해도 많이 받고 다투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말을 가려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거짓말하는 기술이 는 건 아니고, 내가 솔직하더라도 상대에게 실례일 것 같으면 그 부분은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다. 상대의 장점은 솔직하게 말한다. 솔직한 면이 오영과 닮았다. 오영은 초반에 스스로 의기소침해하고 눌려서 조직에서 살았던 이유가 하나였다. 솔직하게 표현해야 할 것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부담감에 짓눌렸던 것이다. 사람이 솔직하지 않으면 병 된다.(웃음)

-오영의 멜빵 정장룩이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멜빵은 내 의견이었다. 초중반까지 오영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루즈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주기 위해, 남루하면서 단단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마 소재의 옷을 착용했다. 이후엔 날이 선 느낌을 주는 질감의 수트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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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배우 입장에선 오영이란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영은 내가 봐도 멋진 사람이고 멋진 어른이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이렇게만 살아나간다면 한 인간으로서는 그래도 멋지게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연기한 나도 영광이었고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이 탄탄한 대본을 끝까지 써주셔서 감사했다. 감독님도 고생 많이 하셨고 너무 멋지셨다. 나와 같이 연기했던 상대 배우분들 하나같이 성실하고 선한 분들이어서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 이런 분들과 대본이 만나서 아주 좋은 드라마가 하나 나왔다고 생각한다.

-오영은 '일을 안 하는 것'이 신념인 만년 과장에서 황동주를 만나며 국세청 에이스로 활약했다. 오영이 어떤 마음을 먹고 변화했다고 생각하는가.

▶오영은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한 것이었다. 자신의 신념이 있지만 그걸 억누르는 일을 한 것이다. 오영은 자신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현실이 그를 바보와 정의의 사도로 만들었는데 이 사람은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오영은 과거에 자기가 가진 정의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서혜영이란 아이만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해서 태준과 딜을 했다. 자기가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지만 그 아이를 돕기 위해 딜을 하고 억누르면서 살았다. 그걸 지키면서 있었던 것이 오영의 입장에선 일을 한 것이겠다. 나는 오영이 이 조직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포기했다면 다른 일을 해서라도 혜영을 도왔을 것이다. 절벽에서 신음한 사람이 오영이라고 나오는데 나로선 의미있는 역할이었다.

-조세 5국의 활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이다 장면은?

▶오영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신의 표현에서 소극적이던 사람이 처음으로 국장을 찾아가서 범인을 밝혀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8부에서 최초로 오영이 처음 기자회견을 갖고 "불의한 조직과 타협하지 않고 그 조직을 밝혀내겠다"고 말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한 조직에 저런 사람이 있으면 정의, 질서에 대해서 각성하며 살겠다는 후련함을 느꼈다.

-'트레이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트레이서'는 사회 고발성 드라마였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양심, 정의를 다뤘고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진지하게 소화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서'는 길어진 방영 기간과 함께 동시간대에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KBS 1TV '태종 이방원',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JTBC '기상청 사람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3'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했다. 대진운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사실 어떤 드라마가 방송될지 몰랐다.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트레이서'와 동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를 나중에 시청했는데 다들 완성도가 훌륭하고 좋은 드라마였다.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드라마 시장이 질적으로 너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나는 배우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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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 /사진=프레인TPC


-임시완, 고아성 등 후배 배우들과 많이 호흡했다.

▶내가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진 않아서 나이만 갖고 선배, 후배라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친구라 생각하면서 장난도 쳤다. 지나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너무 즐겁게 지냈다.

-손현주, 박호산, 추상미 등 연기파 배우들이 많아 즐거운 작업이었을 것 같다.

▶손현주 형님과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1대 1로 같이 많이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 뭘 하지 않는 연기가 제일 좋은 연기인 것 같다. 비주얼 쇼크도 중요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기를 하는 게 매력이 있다. 그런 걸 현주 형이랑 하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추상미, 박호산 씨와도 많은 장면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런 면에 있어서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뭘 하지 않는 연기를 하는 분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연기'란 무엇일까.

▶나는 단순함이 본질에 가까워지면 명확해진다고 생각한다. 명확성 안에는 여러 디테일이 있겠다. 아무것도 안 하는 연기가 최고라는 말 안에는 여러 의미가 들어있겠다. 애써 뭘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은 연기라 생각한다.

-인태준이 스스로 죽는 결말은 어떻게 봤나.

▶태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이 다 보이진 않아서 나는 열린 구조라 생각한다. '트레이서' 시즌3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서'가 박용우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멜빵?(웃음) 오랜만에 다시 드라마를 하게 된 반가운 작품이었다. 연기를 앞으로 계속 할 것인데 연기하는 게 즐겁다는 느낌을 받은 작품이었다. 좋은 사람도 많이 알게 됐다.

-올해 데뷔 28년 차다. 지금까지의 연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무엇일까.

▶나에겐 그게 '트레이서'인 것 같다. 예전엔 연기가 참 괴로웠다. 더 잘해야 하는데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생각하면서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이것밖에 안 돼서 즐겁다, 성장할 게 있으니까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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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 /사진=프레인TPC


-연기를 하며 힘들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자신을 다독였는지.

▶'잘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본질이다. 그걸 자기가 받아들이려면 분명한 팩트가 있어야 한다. 나 같은 바보도 하다하다 보면 조금은 된다는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확실한 팩트가 있기 때문에 나는 잘 될 거라고 믿는다.

-연기 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드럼 치는 게 좋아서 9년째 꾸준히 치고 있다. 드럼은 리듬의 변주가 다양하다. 기승전결, 감정에서 포인트를 주는 부분이 앞이 될지 뒤가 될지가 연기와 되게 비슷하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운동도 좋아해서 꾸준히 오랫동안 하고 있다.

-드럼 치는 모습이 궁금하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보여줄 생각도 있는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영화제 등에서 배우들을 모아서 기타, 베이스, 건반까지 모아서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배우분들이 직접 자기가 출연한 영화 OST를 공연용으로 연주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감독, 스태프분들이 참여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꼭 하고 싶다.

-앞으로 그려나가고 싶은 자신의 모습은?

▶질리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게 여러 의미가 있겠다. 자주 나오든 가끔 나오든 항상 그립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면 집중이 되고 감동이 느껴지고 같이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트레이서'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나도 댓글을 읽어봤는데 좋은 글로 응원해주시고 오영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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