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가 말했다 #현빈이 반한♥손예진 매력 #'서른, 아홉' 시한부연기[★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2.04.08 06:52 / 조회 :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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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이 드라마는 여운이 긴 것 같아요. 끝났는데도 주변 분들이 보고 메시지를 보내주시거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다시 그 감정이 올라와요. 아직은 캐릭터를 다 못 보낸 것 같아요."


경력 17년의 베테랑 배우도 쉽지 않은 게 시한부 연기다. 누구나 직면하지만 결코 가볍게 그릴 수 없는, 죽음을 앞둔 인물. 전미도(39)가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 연출 김상호)에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서른 아홉살 정찬영 역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 차미조(손예진 분), 정찬영(전미도 분), 장주희(김지현 분)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

전미도는 극중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연기 선생님 정찬영 역을 맡았다. 정찬영은 점프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진석(이무생 분)과 첫사랑으로, 진석이 결혼 후에도 찬영에게 미련을 보이면서 전 아내와 이혼하는 등 가슴 아픈 로맨스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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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찬영이 부고 명단의 사람들과 한 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눈 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서른, 아홉' 엔딩은 어떻게 봤는가.

▶슬프게 봤다. 나는 대본을 다 봤는데, 12부를 봤을 때도 글자가 안 보일 정도로 울었다. 방송으로 볼 때도 한 시간 내내 울면서 봤던 것 같다. 내 역할이 죽은 거 아니냐. 슬픈 마음으로 봤다.

-엔딩을 모니터링하며 배우들끼리 나눈 얘기도 있는지.

▶마지막 방송이 되던 날이 (손)예진 씨 결혼식 날이었다. 예진 씨는 정신 없이 바쁠 것 같아서 연락을 못 했다. (김)지현 씨는 공연이어서 본방을 못 봤을 것이다. 내가 '각오해라'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지현 씨가 찬영이가 응급실에 실려오는 순간부터 슬펐다고 하더라.

-'서른, 아홉'에 출연을 결정 이유는?

▶찬영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좋았다. 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선 너무 이상적인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에 그와 반대로 헤매는,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 같은 인물이 죽음 앞에서 친구를 통해 그렇게 잘못 산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바르게 산 사람이 죽는 것보다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것 같았다.

-시한부 캐릭터는 처음 연기하는 것인가.

▶예전에 연극 '비 BEA'에서 안락사 당하는 역은 해본 적이 있다. 이번엔 죽는다는 전제가 있다 보니까 찬영이가 그 부분을 너무 심각하게 껴안고 가거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너무 갖고가지 않으려고 했다. 찬영은 오히려 실없는 농담을 하고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친구들을 위해 보내려고 선택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깊은 감정이 많이 드러났다. 찬영이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혼자 있을 때 낯선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걸 너무 많이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시한부 연기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췌장암 투병을 표현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내가 여러 가지를 찾아봤지만 그분들의 고통까지는 알지 못하지 않냐. 투병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진 않았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찬영의 상태를 표현하기에 앞서서 췌장암이 살이 빠진다고 하더라. 일정 시간부터는 잘 안 먹었다.

-감정소모도 심했겠다.

▶나도 촬영하는 내내 찬영이가 하는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지낸 것 같다. 나도 나름 부고 리스트를 써봤다. 부고 리스트엔 친구, 가족, 동료들이 있었다. 우리가 작년부터 촬영했는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까지만 살자는 생각으로 촬영을 해봤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도 다르게 보이고 만나는 사람도 다르게 보였다. 촬영이 끝난 후 해방감이 있더라. 나도 알지 못한 중압감이 있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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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스튜디오


-시한부 연기를 한 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을까.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맨날 바쁘단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분들과 약속을 잡아서 시간을 보냈다. 촬영이 끝난 후에 쉬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이 끝난 후엔 내가 반대의 행동을 하더라. 일부러 못만났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도 듣고 싶었다.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 작품을 한 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지런해진 것 같다. 주변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른, 아홉' 초반부터 찬영의 죽음을 알리고 이야기를 시작해서 더 먹먹했던 것 같다.

▶나도 깜짝 놀랐다. 이걸 미리 아는데 사람들이 그 무게감을 어떻게 견디면서 보게될까 궁금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끝까지 봐주시면서 알고 있는데도 슬프다고 하고 주변 인물들에게 많이 공감하는 걸 봤다. 이렇게 역으로 초반에 알려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

-찬영은 진석에게서 벗어나려 하면서도 벗어나지 않았다. 찬영이 진석에게 가진 마음은 어떻게 이해했나. 정신적 불륜이 아니냔 논란도 있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땐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품 전체를 봤을 땐 불완전한 찬영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느껴졌다. 결국엔 찬영이 마지막에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이해가 됐고 설득이 됐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이 이야기를 설득시킬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는데, 이무생 배우란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둘의 관계에 대해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진석은 전 아내와 이혼하고 찬영에 대한 순애보 사랑을 선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만이 통한 언어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떤 걸 얘기했을 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한 부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정신적인 교류가 특별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연기하면서 제어하기 힘들었던 감정신이 있었는지.

▶부모님에게 찬영이 췌장암인 걸 말씀드릴 때 가슴 아픈 대사가 "죄송해요"였다. 시한부가 찬영이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것 자체가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드는 게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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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찬영이 진석에게 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알린 후 오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 신을 덤덤하게 하고 싶었다. 드라마 안에서 많은 분들이 눈물신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걸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노력했는데 그 신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하면서 어느 정도 감정선이 될지 가늠이 안 됐다. 일단 들어갔는데 그렇게 나온 거다.

-'슬의생' 배우들이 '서른, 아홉'에 대한 피드백을 줬는지.

▶단체방에서 '잘 보고 있다'고 첫방, 막방 때 메시지를 보내줬다. 주변에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웃음)

-기억나는 시청자 반응은?

▶시청자들께서 SNS에 나를 태그해 주시더라. 내가 사는 모습을 보고 위로 받았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다시 생각해 본다고 했고, 먼저 누군가를 보내봤던 경험이 있었던 분들이 많으시더라. 공감하고 같이 울었던 자기의 얘기를 꺼내줘서 인상 깊었다.

-실제로 전미도는 서른 아홉의 나이를 겪고서 '서른, 아홉'의 인물을 연기했다. 캐릭터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공감 갔던 부분은?

▶세 친구 이야기 중에 공감 가는 게 많았다. 홀수가 됐을 때 누군가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공감됐다. 스물 아홉이나 서른 아홉에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세 사람의 직업적인, 캐릭터적인 설정만 봐도 미조는 피부과 원장으로 성공했지만, 찬영이는 미조와 같지 않았어도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 드라마가 말하는 것도 이런 좋은 친구가 있다면 당신도 잘 살고 있다는 것이겠다.

-찬영을 연기하며 '죽음'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담이 떠오르기도 했나.

▶미조가 찬영의 입관식을 한 신이 있다. 실제로 내가 초등학교 때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입관식을 보고 내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당시에 내가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있어서 사람들 앞에서 못 울고 병원 밖을 떠돌았던 게 기억났다.

-1982년생 동갑인 손예진, 김지현과 극중 '절친 3인방'을 연기하며 실제로도 친해졌다고 했다.

▶촬영 들어간 후 실제 여자친구들이 수다떨면서 노는 느낌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빨리 편해졌다. 지현 씨와 내가 편한 사이였다 보니까 친해지는 시간이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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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손예진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을 텐데.

▶예진이는 너무 훌륭한 배우였다. 감정신이 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매번 아이디어를 냈다. 경험이 많아서 내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끌어주고 시너지를 내줬다. 병원신에서 사모님들과 싸우는 신에서 아이디어를 낸 게 생각난다.(웃음)

-'서른, 아홉' 종영 날짜와 겹쳐 지난 3월 31일 손예진이 현빈과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들의 축하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또 개인적으로 느낀 톱스타 손예진의 매력은? 현빈이 손예진의 어떤 면을 보고 반했다고 생각이 들었나.

▶드라마 촬영을 일찍 마친 상황이었고, 배우들은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손예진이 결혼한다는 걸) 몰랐다. 우리는 예진 씨가 결혼하는 걸 따로 발표난 후에 알았다. '서른, 아홉' 제작발표회 전날 안 거다. 제작발표회 때 우리가 놀라면서 축하하니까 예진 씨가 '이해해줘'라고 말하더라.(웃음) (손예진의 매력은) 매 촬영마다 느꼈다. 프로다운 모습을 봤다. 과연 손예진이구나 싶었다. 한 신마다 준비해오는 모습, 촬영이 진행될 때 전체를 다 보는 것 같았다. 배우들끼리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카메라가 어디 있는 것까지 체크하더라.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까 싶었다. 정말 미조 같았다.

-이무생과 현장에선 어땠는지.

▶무생 오빠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극중 정가네 밥상 인테리어를 바꾸려고 다들 모였을 때 현준 씨(이태환 분)가 서운하다고 하는 신이 있었다. (이)무생 오빠가 현준 씨 옆에 서면서 동선을 정리하더라. 그거 하나로 다들 웃으면서 찍은 것 같다. 그런 모습은 무생 오빠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찬영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듯, 전미도만의 버킷리스트는?

▶악기를 해보고 싶었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해 뮤지컬 '영웅', '닥터 지바고', '번지점프를 하다', '베르테르', '어쩌면 해피엔딩', '스위니 토드' 등 공연 위주로 활동하다가 2020년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서른, 아홉' 등 매체 연기를 선보였다.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느꼈나.

▶내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다르다. 뜻하지 않게 발견하는 부분이 생긴다. 계산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걸 나중에 볼 수 있다. 카메라 각도에 따라서 느낌이 다른 것도 있더라. 메커니즘이 다른 느낌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감정을 너무 쏟아내면 신파 같을까봐 참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울고 있는데 웃고 있는 표정이 저렇구나라는 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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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스튜디오


-공연을 하다가 매체로 넘어오는 배우들이 많아진 분위기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배우들은 다들 매체 연기도 하더라. 제 또래에 잘하는 배우가 많다. 정인지 배우는 '파친코', 정운선 배우는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했다. 김지현 배우도 내가 이전부터 어디에서나 추천한 배우였다.

-공연을 하다가 매체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예전에 감독님이 "담아내는 것은 저희가 하니까 미도 씨는 무대에서처럼 연기하면 돼요"라고 해주셨다. 다른 분들도 나와 같은 두려움이 있을 것 같다. 본인이 하던 대로 보여주면 될 것 같다.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은?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셧다운이 됐을 때도 우리나라에선 공연을 했다.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마침 매체에 온 후 코로나가 터졌다. 극장이 비어있는 걸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운적도 있다. 기회가 되면 나도 빨리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소년심판'을 얼마 전에 봤는데 너무 좋았다. 나도 그런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 김혜수 선배님도 너무 멋있었고 이성민, 김무열, 이정은 선배님 연기도 다 좋았다.

-올해 계획은?

▶'슬의생'부터 3년 동안 못 쉬고 연기를 해서 잠깐 휴식기를 갖고 싶다. 앞으로도 공연, 드라마를 다 하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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