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니싱:미제사건' 이질적인 제1세계인의 한국에서 자아찾기 스릴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03.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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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가 발견된다. 지문마저 훼손됐다. 사건을 맡은 형사 진호(유연석)는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마침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를 찾아 자문을 구한다.

알리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문을 복원한다. 진호는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면서 이 사건이 장기밀매 조직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진호는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의 도움을 받아 국제적인 장기 밀매조직의 실체를 쫓는다.


'배니싱:미제사건'은 '페이지 터너'로 한국에 알려진 프랑스 영화감독 드니 데르쿠르가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에서 찍고 한국배우들과 일부 한국 제작진이 참여했지만,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 상당수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인에 프랑스 자본이 투입된 프랑스 영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한국 관객에게는 익숙하지만 낯설다.

시작부터 사건의 실체를 보여준다. 비밀을 숨겨두고 그것을 쫓기 마련인 여느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와는 다르다. 카메라는 시종 일관 낮은 곳에서 바로 위를 바라보며 불안감을 조성한다. 영화색은 검푸르다. 음악은 처음부터 이 영화는 이런 장르다라고 주장하듯 시끄럽다.

이 이야기는 굳이 배경이 한국일 필요는 없다. 사라져도 아무도 찾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 한국에선 조선족으로 대표되겠지만, 어느 선진국이든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라고 바꿔도 무방하다.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외부에서 온 뛰어난 능력의 조력자가 도우며, 그 조력자는 이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벗는다. 그 조력자가 1세계에서 온 미모의 능력자 올가 쿠릴렌코이니 벌어질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올가 쿠릴렌코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맥스 페인' '센츄리온' '오블리비언' '어 퍼펙트 데이' 등으로 한국에 잘 알려진 배우. '배니싱:미제사건'에서 그녀는, 과거 트라우마에 허덕이며 있을 곳을 찾지 못하는 법의학자 알리스로 출연했다. 수동적인지, 능동적인지, 주체적인지, 피동적인지, 영화에서 그려진 캐릭터가 납작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올가 쿠릴렌코 뿐 아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납작하다. 일차원적일 뿐더러 그 일차원적인 캐릭터도 한국적인 캐릭터와 다르다. 예컨대 살인사건을 한참 쫓는 형사가 뜬금없이 조카에게 줄 금붕어를 검색한다. 한국 작품에서 흔히 그려지는 관습적인 형사와 다르다. 프랑스식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질감이 몰입을 방해한다.

예지원이 맡은 통역사 이미숙 역할도 마찬가지. 만들어진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 속 인물이라도, 현실적이길 바라고, 거기에 익숙한 한국관객들에게는 낯설다. 이질적이다.

사건의 전개와 해결, 그리고 액션도 이질적이다. '배니싱:미제사건'은 이런 이질감이 가득하다. 이런 이질감이 이 영화의 정체성인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배니싱: 미제사건'은 프랑스에서 온, 과거에 상처가 있는, 그래서 머물 곳을 쉽사리 찾지 못하는,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여인이,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머물 곳을 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배우 유연석에게 감정을 이입한다면 이질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올가 쿠릴렌코에게 이입하기 더 쉬울 프랑스 관객들에겐 동양의 어떤 나라에서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아찾기에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법도 하다.

'배니싱:미제사건'은 이질적이다. 이질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외국영화들 중에서 무지로 가득하지 않은 게, 제1세계인의 눈에 비친 한국이 이제는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일 듯 하다.

3월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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