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강)로서는 생각에서 끝내지 않고 행동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담대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현명한 친구죠."
혜리는 지난 21일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종영에 앞서 스타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혜리는 "정말 더울 때 시작해서 추울 때까지 열심히 찍었던 드라마가 끝난다니 실감이 안 난다"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강로서를 연기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주령의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여인의 '아술아술' 추격 로맨스 드라마다. 혜리가 연기한 강로서는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실절적인 집안의 가장이 된 인물이다. 혜리는 생존을 위해 시작한 밀주꾼 생활부터 아버지의 원수와 만나기까지 모진 풍파를 겪는 강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오랜만에 사극을 하게 됐는데, 사극에 대한 부담감이나 걱정보다는 강로서라는 인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를 더 고민했어요. 강로서는 다른 인물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예요. 선을 뛰어넘고 금기를 깨려고 하는 점이 굉장히 맘에 들었죠."
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유승호가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안 했었요. 걱정되거나 고민되는 부분이 있을 때 (유승호가) '네가 제일 편하고 자연스러운 거로 해라'고 얘기를 해줬는데, 그 말에 마음이 많이 놓였죠.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해주진 않았지만, 제가 가진 장점, 혹은 우려되는 지점들을 말해준 것 같아서 좀 더 안정적으로 마음을 가지면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혜리는 유승호와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역시 유승호였다"며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극 중 인상 깊었던 키스신으로는 두 장면을 꼽았다. 혜리는 "12부에서 남영(유승호 분)이가 꽃으로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장면과 16부 엔딩씬"이라며 "로서가 먼저 키스를 하는 장면들이라 로서의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실제 '금주령' 시대에 놓인다면 강로서처럼 술을 팔 수 있을까. "전 생각보다 '안 돼'라고 하면 '네' 하고 지키는 편이에요.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이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하면 '알겠습니다'고 하고 지키는 편이었죠.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만약에 금주령 시대가 된다면 로서처럼 '왜 금주령을 해?' '합당한 이유가 뭐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로서가 담대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더 멋있어 보였어요."
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혜리는 2015~2016년 류준열과 함께 출연한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주인공 성덕선 역으로 열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응팔' 출연 이후 덕선 캐릭터와 차기작에서 연기한 다른 캐릭터들이 비교되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응팔' 자체를 아직도 많이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사실 나는 내 인생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행복해요.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느끼기 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단어로 생각하죠. 감정은 비슷할 수 있지만 덕선이도 잘 해냈으니까 다른 것도 잘 해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혜리는 드라마 '딴따라'(2016), '투깝스'(2017~2018), '청일전자 미쓰리'(2019), '간 떨어지는 동거'(2021), 영화 '물괴'(2018), '판소리 복서'(2019)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혜리는 연기 호평에 대한 질문에 "재밌게 봐주셨다고 할 때마다 힘을 많이 얻는다"며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 차기작을 열심히 고심할 때에, 나는 그 시작의 마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 최상으로 힘을 많이 얻는 것 같다"고 흐뭇한 마음을 표현했다.
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혜리에게 걸스데이는 어떤 의미일까. "어떤 일이 생겨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에요. 오히려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슬퍼해주는 건 할 수 있지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같이 좋아해 주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죠. 어떤 고민이 있거나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 뭔가 듣기 좋은 말만 해준다거나 '이런 말을 하면 이렇게 생각하겠지'라는 생각을 서로 안 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제겐 가족 같은 의미예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함께 연기한 강미나도 걸 그룹 출신 연기자다. 그룹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멤버로 활동했던 그는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병판 댁의 귀한 무남독녀로 자란 부잣집 규수 한애진 역으로 분했다. 혜리는 '후배' 강미나와 촬영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생각보다 너무 진중하고 진심이고, 연기를 너무 잘 하더라"며 "많이 응원해주고 싶고, 정말 잘 한다고 소문 내고 싶은 친구다"고 칭찬했다.
혜리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
혜리는 건강 관리를 위해 최근 필라테스를 시작했다고 했다. 혜리는 "필라테스를 10번 정도 가면서 뭔가 해내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며 "시간을 정해놓고 가면 뭔가 해낸 거 같다는 마음이 들지 않나. 요즘 그런 마음이 들어서 뿌듯하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지난 22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혜리는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 대한 의미를 '고마움'으로 표현했다.
"제가 했던 작품 중 인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이었어요. 감독님, 스태프, 작가님 등 모두가 진짜 많이 고생했다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 했던 작품이죠. 그분들의 노력에 비하면 전 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마움을 많이 느낀 작품이에요. 시청자분들에게도 오래오래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