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잘 어울려 걱정"..이서진의 유쾌한 코믹 도전 [★FULL인터뷰]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 박원장 역 이서진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2.02.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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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티빙
"아프냐? 나도 아프다."

배우 이서진(51)이 19년 전 MBC 인기 드라마 '다모'에서 다친 하지원을 치료하며 남긴 말이다. 뭇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판 이 명대사는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그를 단숨에 '멜로킹' 반열에 올려놨다. 그는 '불새'(2004), '이산'(2007) 등의 후속작에서도 진중하고 묵직한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이서진의 이미지는 그때와 사뭇 다르다. '예능계 미다스의 손' 나영석PD의 페르소나로 활약한 세월이 어언 8~9년. 이제는 드라마보다 예능에서 친숙한 투덜이 '서지니 형'이 됐다.

나PD의 탁월한 조련(?) 속에 '웃음 DNA'까지 장착한 그는 마침내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지난달 14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연출·극본 서준범)을 통해 데뷔 첫 코미디 장르에 뛰어든 것. 타이틀 롤 박원장 역을 위해 민머리 분장까지 소화하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내과 박원장'은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기고도 슬픈 현실을 그려낸 메디컬 코미디물이다. 12부작 중 8부 분량까지 공개된 가운데, 지난 7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서진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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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티빙
-첫 코미디 드라마에 도전한 소감이 어떤가요? 본인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를 주실 수 있나요?

▶너무 재밌게 촬영 잘 했습니다. 점수는 보신 분들이 후하게 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코미디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네. 좋은 작품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이번 작품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사실 그동안 한 작품 중에 제일 재밌고 편하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특수분장한 모습으로 촬영하는 게 좀 어려웠고, 다른 건 재밌게 잘 촬영했어요.

-원작 웹툰의 어떤 매력을 느껴서 출연하게 됐나요?

▶사실 웹툰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대본을 먼저 받아 보고 원작 웹툰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찾아봤어요. 어쨌든 웹툰과 드라마는 많이 다른 점이 있고, 웹툰만 가지고는 드라마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감독이 웹툰을 원작으로 쓴 각본을 봤죠. 확신이 서진 않았어요. 그런데 주변에 젊은 친구들이 모니터링하더니 재밌는 대본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도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다 보니까 감성도 많이 다를 수 있잖아요. '젊은 친구들이 재밌게 보겠구나' 생각해서 하게 됐어요. 웹툰에선 좀 더 박원장에 대한 애환이 많이 나오는데, 드라마상에선 재미와 웃음으로 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미디 장르다 보니까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코미디 장르다 보니까 많은 배우들이 애드리브를 하죠. 감독의 컷 사인이 늦어지면 가만히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를 했어요. 지금 보면 어떤 게 애드리브이고 대사인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 큰아들이 손등을 핥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촬영할 때 너무 웃겼어요. 라미란 씨와 (김)강훈이도 다 웃음을 참지 못해 NG가 많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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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인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서진의 생활의사 연기를 접한 뒤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주변에 의사분들이 '내과 박원장'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기대가 크다', '의사들의 애환을 잘 표현해달라'고 하셨어요. 드라마가 방송되고 나서부터는 그런 얘긴 안 하고 '재밌다'고 많이 해주셨어요.(웃음) '내과 박원장'이 의술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의사 지인분들도 처음 개업했을 때 박원장처럼 많이 힘들었다고 얘길 해주셨어요.

-왕이나 실장님 이미지가 있는데, 평범한 40대 중년 가장 연기가 익숙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왕, 실장 역할이 익숙하지 않고요. 40대 중년이 훨씬 더 익숙합니다.(웃음) 저도 다 지나온 길이니까 이런 애환이 있다는 걸 잘 알죠. 사람을 고쳐주는 의사 선생님들을 굉장히 존경해요. 그런데 그분들이 처음 개업했을 때 이런 힘듦과 아픔을 많이 겪고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마음이 아팠죠.

-박원장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이 공감이 됐나요?

▶저도 박원장처럼 중년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금전적인 여유가 있고 없고를 떠나 중년이 갖고 있는 심적인 부분들은 다 공감 가는 부분이었고요. 박원장은 금전적인 여유까지 너무 없다 보니까 거기에 더 연연하는 모습이 충분히 이해가 갔어요.

-나름 양심 있는 의사 캐릭터였는데, 의사의 고충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양심이 있는 의사는 아닌 거 같아요.(웃음) 드라마상에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많이 하죠. 저는 의사로서 역할보다는 힘들게 살아가는 한 중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술 같은 걸 신경 쓰기 보다는 어떤 한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40대 중년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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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 박성웅 씨가 특별 출연해 본인의 명대사로 극의 재미를 더했어요. 혹시 또 특별 출연하면 어울릴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글쎄요.(웃음) 사실 전 박성웅 씨가 나오는 줄 몰랐어요. 박성웅 씨 출연이 정해지고 대사가 좀 바뀌었어요. 대사 중 마지막에 '끌려가기 딱 좋은 날이네'는 대본에 있던 건 아니고 즉석에서 한 애드리브에요. 음... 코미디 장르다 보니까 유해진 씨가 출연하면 좋을 거 같네요. 유해진 씨도 유행어가 많으니까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OTT 작품이었는데, PPL이나 단어 표현에 있어 좀 더 자유로웠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PPL을 PPL 아닌 것처럼 해야 하고, PPL이 티가 나면 욕도 많이 먹었어요. 이건 OTT다 보니까 아예 카메라 렌즈를 보면서 대놓고 홍보를 하니까 너무 웃기고 재밌었어요. 사실 몇몇 장면은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제가 재밌어서 일부러 더 그렇게 한 것도 있거든요. 새로운 경험이고 재밌다 보니까, 해도 괜찮다고 하니까,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내과 박원장'은 매회 초짜 개원의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실제 직업이 의사는 아니지만 공감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모든 의사분들이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처음 개업을 하면 특히 내과 같은 경우는 환자가 많지 않으면 병원을 꾸려 나가는 게 힘들다고요. 앞으로 나올 에피소드인데, 그래서 비보험 진료를 늘리는 이유가 이해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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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이나 특수분장을 하면서 '이것까지 해야하나'라고 느낀 순간은 없었나요?

▶대머리 분장은 제가 제의를 했어요. 그런데 대머리 분장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고요. 웃겨야 하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생각이 들어서 어떡하나 했죠. 여장은 하게 될 줄 몰랐어요. 기분이 썩 좋진 않았는데 분장팀이 분장하면서 자꾸 욕심을 내더라고요. 너무 안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분장팀이 아이섀도를 그린다고 해서 제가 버럭 좀 화를 냈죠.(웃음) 저는 짜증 났지만 보신 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 듣는 것도 사실 짜증 나긴 했어요.(웃음)

-우여곡절이 많은 박원장인데 이서진 씨도 중년으로서 갖고 있는 고민이 있을까요?

▶저는 사실 머리숱이 많긴 하지만, 탈모 고민은 중년 남자들은 누구나 할 거 같아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은 당연히 있어요. 저도 이제는 어렸을 때보다 병원 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중년으로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아요. 특히 건강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아요.

-나중에 진짜 민머리가 된다면, 시술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대로 살아갈 것 같은지 궁금해요.

▶어느 정도 민머리가 됐는지가 중요하겠죠. 정말 시술을 받아야 한다면 받아야죠.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외국 배우들은 민머리라도 멋있는 배우가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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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코미디 장르를 또 하실 의향이 있나요?

▶그동안 코미디를 일부러 안한 건 아니에요. 그동안 만족스러운 코미디 대본이 저한테 잘 들어온 적이 없었어요. 저는 '내과 박원장'처럼 B급 감성의 코미디를 좋아해요.

-나영석PD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경영인' 면모를 뽐낸 적 있는데, 박원장 내과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요? '내과 박원장'을 본 나영석PD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박원장 내과를 위해 조언 한 가지를 한다면 비보험 진료를 빨리 늘리고, 주변 의사들을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웃음) 나영석PD는 본인 촬영 때문에 현장에 왔었거든요. 그때 한 번 보고 난리가 났었죠. 제가 가발 쓰고 분장한 모습을 보자마자 완전히 웃더라고요. 민머리 분장 사진도 보여줬더니 너무 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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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 차청화, 신은정, 김광규, 정형석, 서범준 등 출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어요. 김광규 씨와는 워낙 가깝고, 라미란 차청화 씨도 원래 성격이 밝고 재밌는 분이라서요. 정말 다 코미디에 적합한 분들이라 호흡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촬영 안 할 때는 (김)광규 형이랑 티격태격하면서 놀 때가 많거든요.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같이 끼어들기도 하고 농담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다들 연기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라 촬영 없을 때 긴장하고 그런 게 없잖아요. 큐 들어가 전엔 서로 노느라 바빴어요.

-'내과 박원장'에서 박원장 아내 사모림(라미란 분)은 특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는데요. 미혼이신데 실제 사모림 같은 여자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결혼할 의향이 있나요?

▶사실 사모림 같은 여자랑 오래 살 수 없죠.(웃음) 어떻게 그렇게 살겠어요. 드라마 촬영할 때보다 방송을 보니까 더 황당하더라고요. 사모림이 사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 갖고 살 순 없잖아요. 사랑도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진 않아요.(웃음)

-라미란 씨와 함께 연기하고 싶어 했는데, 함께 촬영하니 어땠나요?

▶라미란 씨는 저의 원픽이에요. 항상 작품 할 때마다 라미란 씨와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함께 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이번엔 코미디를 했지만, 라미란 씨와는 정극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여러 가지 다른 장르를 같이 해봤으면 해요. 라미란 씨가 코미디만 잘 한다고 알려져 있긴 한데, 정극에서도 너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역할을 해도 잘 스며들 것 같아요.

-'내과 박원장'에서 아들로 나온 주우연, 김강훈 형제와도 '케미'가 좋았어요.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합니다.

▶(주)우연이는 그렇게 어리지도 않아요. 20대 후반이에요. 사실 전 어린아이를 좋아하진 않는데, (김)강훈이는 이제 중학생이 될 나이라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됐어요. 제가 현장에서 무게 잡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라미란 씨랑 함께 계속 가족처럼 놀면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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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이후로 연기자로서 작품 활동에서도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어요. 배우 이서진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큰 목표는 가지고 있지 않아요. 개인으로서는 충분히 너무 감사할 정도로 성취가 된 거 같거든요. 이제는 한 작품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나이가 들면서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게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잘 안되더라도 제가 하면서 '너무 재밌겠다'는 작품을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얼마나 오랫동안 배우로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하면서 재밌는 작품을 선택할 것 같아요.

-최근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정조 이산'도 다시 화제가 됐어요. '이산'을 연기한 배우 계보도 다시 언급됐고요. 먼저.

▶제가 (옥)택연이랑 오래 일을 해서 2PM 멤버들을 잘 알아요. (이)준호도 잘 알고요. 이제 이산은 준호죠. 저는 언급되는 것도 창피해요. 준호는 만날 때마다 앞으로 잘 될 거란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잘 돼서 기뻐요. 이산은 준호, 저는 박원장입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더 이상 멜로는 안 하고 싶다고 하셨더라고요. 그 생각 여전하신가요?

▶멜로는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가슴에 뜨거운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식어서요. 다시 불씨를 살릴 수도 없을 것 같아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과 박원장'이 시즌제로 제작된다면 출연 의사가 있나요?

▶글쎄요. 잘 돼서 시즌제로 간다면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른 사람이 해도 되고요. (웃음)

-올 한 해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계획 있다면.

▶사실 저는 쭈욱 쉬고 싶은데, 일을 조만간 또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끝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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