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도시' 이이담, 수애와 필적한 '궁금한 배우'[★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2.0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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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이담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수애와 머리채 잡던 악연이 비슷한 처지의 워맨스가 됐다. 배우 이이담(25)이 첫 드라마 주연작에서 묵직하고 강렬한 연기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JTBC '공작도시'(극본 손세동, 연출 전창근)에서 미스터리하게 등장해 황당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비참한 인생을 산 '흙수저' 김이설 역으로 여운을 남겼다.

'공작도시'는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성진그룹의 미술관을 배경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치열한 욕망을 담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드라마.


이이담은 극중 성진가(家)의 재개발로 할머니와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할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성진가에 복수를 계획한 김이설 역을 맡았다. 이설은 성진가 아들인 정준혁(김강우 분)의 아이를 낳았고, 서한숙(김미숙 분)의 지시로 자신의 아이가 윤재희(수애 분)의 아이로 입양된 것을 알았다. 이후 이설은 재희 갤러리의 도슨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의 주변을 맴돌다가 서한숙의 계략에 의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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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이담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내가 처음으로 비중이 높은 롤이 긴 역을 맡았다. 그것에 대한 부담감은 계속 있었다. 그 부담감을 잘 이용하려 했고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고 끝까지 달리려고 했다. 수애 선배님, 김강우 선배님과 함께하며 많이 배우고 느낀 현장이었다. '공작도시'는 앞으로도 내 배우 인생에서 값진 결과가 나올 좋은 추억이 될 드라마다.

-'공작도시'가 준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설도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고 재희도 바라는 걸 이루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강한 자들이 결국 이긴 것으로 나온다. 인물들이 욕망을 선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한 자들이 이겼지만 이런 피해자가 나오는 세상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느꼈다.

-이설의 극 중반 죽음에 아쉬움이 크진 않았나.

▶이설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배우로서는 아쉬움이 없었다. 이설이 직진해서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다. 이설이 재희를 처음 느꼈을 때와 나중에 느꼈을 때의 감정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설의 마음은 어떻게 이해했나.

▶이설이 처음에 겪었던 일들이 너무 컸다. 내 또래에 누군가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하면 너무나 걱정됐을 것이다. 이설이 마냥 힘 없고 상처가 많은 인물일까 생각했는데, 내가 구축할 때는 오히려 이설이 그런 트라우마를 피하지 않고 겉으로 표현하며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초반엔 이설이 왜 재희에게 접근하는지 궁금하게 보여주려고 했고, 후반엔 이설이 자기 아이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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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이설 역할은 어떻게 준비했나.

▶대본을 달달 외우며 감독님께도 물어보며 준비했다.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정했다기 보다는 감독님에게 듣는 얘기나, 대사를 뱉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초반과 후반의 이설 연기가 많이 달랐다. 선배님과 함께 하며 긴장도 많이 됐는데 선배님과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시고 설명도 해주셔서 연기 방향성에서 도움을 받으며 했다. 선배님들과 가까이서 연기하며 받는 에너지가 있었다. 김강우 선배님은 바로바로 현장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팁들을 알려주셨다.

-이설은 갤러리 도슨트였다. 실제 이이담은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었는지.

▶미술을 정말 몰랐고 전시를 보러 간 게 다였다. 미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미술 쪽에 지식은 잘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이설은 자신의 터전을 짓밟고 일어선 재벌가에 흙수저로서 복수를 계획하고 신분상승의 욕망도 보였지만, 안타깝게 죽음에 이른 비참한 인물이었다. 현실적이면서도 슬픈 이설의 모습 중 제일 안타깝게 다가왔던 장면은?

▶이설은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에 대해 복수를 생각하고 출발했다가 재희를 만난 후 심적 변화가 생겼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 흐름들을 내가 집에서 계속 그려가면서 연습하고 연구했다. 내가 그런 연기를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공감을 하게 된 것 같다. 촬영 전에는 이해해야겠다고 노력했다면, 촬영하면서는 저절로 이설의 감정선에 따라갈 수 있었다. 이설이 재희에게 이혼하라고 얘기할 때, 재희는 이설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있을 때 안타까웠다. 재희 입장에선 마음이 불편했겠지만 이설은 재희를 진심으로 구해내고 싶었을 거다.

-첫 주연작에 대한 주변과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가족, 지인들이 다 챙겨봐 주셨다. 우리 엄마는 이설을 보고 초반에 '얘 뭐야?'라면서 내용을 궁금해하셨다. 이설이 초반에 너무나 많은 걸 감추고 등장해서 많은 분들이 그런 걸 궁금해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얘기하지 않았다.(웃음) 시청자들도 초반에 나에 대해 어떤 장치를 갖고 어떤 걸 품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나와 재희의 워맨스 관계를 궁금해했다. 이설이 '도둑년'이라고 농담하는 장면이 있는데 현실적으론 그렇게 할 수 없겠다. 이설만의 느낌으로 툭툭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그렇게는 못 하지'라고 말하는 게 재미있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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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이담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이설의 명장면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애착갔던 장면은 이설의 집에 재희가 찾아와서 이설이 아이를 낳았지만 사정이 안 좋아서 돈을 받고 아이를 입양 보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설이 울지않고 묵묵히 얘기하는 게 지문으로 있었고, 감정을 담아두고 대사를 애써 담담하게 뱉었다. 이설의 명장면은 4부 엔딩 때 이설과 재희가 미술관에서 난지도를 보며 다른 방향을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설은 지도를 보며 가족과 함께 있었던 옛 동네를 함축해 얘기했는데, 이설의 의도가 처음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작도시'의 모든 장면에서 묵직한 연기가 필요했다. 그 중 가장 체력적,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이 됐던 장면은?

▶두 가지 신이 있다. 하나는 현우가 내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되는 신이고, 또 하나는 이설이 재희에게 '미친 것 같다'라며 자극하는 신이다. 두 신이 모두 한 회의 엔딩 신이었고 하루만에 촬영했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신이기도 했고 감정이 많이 필요해서 그 날은 많이 힘들었다. 밥 먹는 시간에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경직돼 있었다. 그 날은 예민하고 긴장되고 소모가 많이 됐다.

-수애, 김강우 선배와 연기한 과정은 어땠는지.

▶수애 선배님, 김강우 선배님의 연기를 가까이 마주보고 연기했다. 수애 선배님은 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몰입이 되게끔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가 있었다. 김강우 선배님은 내가 움직임, 호흡을 디테일하게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래서 생동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고, 커튼 안에서 밀착하는 장면도 더 호흡을 잘 쓸 수 있었다.

-이설이 초반엔 재희에게 적대적이었다가 점차 재희를 안타까워하고 워맨스로 변화한 관계를 보여줬다.

▶처음엔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워맨스 연기라고 표현을 해주셔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수애 선배님과 머리채 잡는 장면이 재미있게 촬영해서 기억에 남는다. 액션신이라, 선배님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컷 하자마자 선배님과 내가 '이거 재미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공작도시'를 촬영하며 배우로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무엇인가.

▶김미숙 선배님은 잠깐 뵀지만 캐릭터상으로 정말 무섭다고 느꼈다. 에너지가 너무 강력했다. 수애 선배님은 말하지 않아도 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었고, 김강우 선배님도 그랬다. 그게 좋은 연기자라는 걸 많이 느꼈다. '공작도시'는 나에게 정말 정말 좋은 출발지점이 될 것 같다. 내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공작도시'를 생각하며 정말 많이 배운 현장으로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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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이담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


-2017년 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로 데뷔해 LA 독립영화제 수상작 '이매몽' 주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드라마 '보이스4', '공작도시'까지 신인으로서 부지런히 필모를 쌓고 있다. 데뷔 5년이 지난 현재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가.

▶데뷔 5년이 지났다고 말씀해 주시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노력하는 자세였지만 앞으로도 계속 배우려고 하고 계속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배워야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연차가 쌓여도 배우려 하는, 많은 노력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은 무엇일까.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가 내 장점이다.(웃음) 여러가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라 생각한다. 거지 역할도 잘 어울릴 수 있고, 쌍꺼풀이 없어서 나름의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어울릴 수 있겠다. 부잣집 역할도 잘 어울릴 수 있겠다.

-'공작도시'에서 깊이 있는 연기로 합격점을 받았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 장르는?

▶내가 안 해본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특정 장르나 캐릭터를 꼬집어서 하겠다는 건 없다. 많은 걸 열어두고 할 수 있는 걸 많이 접하면서 공부하고 싶다. 그래도 하나 얘기하자면, 이설은 웃는 모습이 많이 없었다. 나도 시끄러운 면이 있고, 까불까불한 면이 있어서 그런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겠다면 좋겠다.(웃음)

-아직 예능 출연이 없고 프로필이 알려지지 않은 터라 이이담을 궁금해하는 대중이 많다.

▶나는 이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나는 낯가림이 심한데 그것만 빼면 다른 사람들에게 첫 인상과 제일 다른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많은 분들이 찾게끔 만드는 매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 감독님, 스태프분들이 찾는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에너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주고 많은 이들이 찾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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