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경규' 권해봄PD "40년 웃긴 이경규, MZ세대도 通"(인터뷰①)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2.01.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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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 '찐경규' 권해봄PD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해봄PD가 이경규와 1년 4개월 동안 '찐경규'를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권해봄PD는 4일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찐경규' 종영 관련 화상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찐경규'는 TV를 넘어 디지털 시장까지 접수하기 위해 나선 40년 차 예능 대부 이경규와 '전담PD' 모르모트의 티키타카 디지털 하프 리얼리티 예능. 지난해 9월부터 지난해 12월 29일까지 총 67편을 선보이고 시즌1을 마쳤다.

'찐경규'는 이경규의 단독 고정 출연을 기본으로 이경규의 맥심 수중 화보 촬영, EBS 캐릭터 펭수와 컬래버레이션, 취중찐담, 미담 제조, 재입대 체험, 방탈출, 중고 거래, 틱톡 촬영, 공황장애 캠프, 쿡방, 백신맨, '복수혈전' 상영회 등 다양한 챌린지를 선보였다. 이경규는 이 안에서 다양한 부캐릭터 활동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권PD는 CJ ENM에서 tvN '화성인 X파일', '렛츠고 시간탐험대', MBC에서 '헬로! 이방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 조연출을 맡았다. 그는 2020년 2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찐경규'로 메인 연출작을 처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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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찐경규의 기획 의도는?

▶예능 대부 이경규 씨와 그를 만나 고난을 겪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이었다. 40년 예능 인생을 돌아보는 이경규의 1인 예능이었다. 매회 이경규 씨의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려고 했다. 플랫폼이 변해도 이경규의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1년 반 동안 웃음에 충실한 콘텐츠를 보여주려고 했다.

-'찐경규'가 지난해 9월부터 지난해 12월 29일까지 1년 4개월 동안 총 67편을 선보이고 시즌1을 마쳤다. 카카오TV 콘텐츠 중 가장 장기간 방영한 오리지널 예능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겠다.

▶9월 1일 카카오TV가 개국할 때 시작했고 쉼 없이 1년 4개월 동안 방송해서 역대 최다 에피소드로 종영했다. 또 카카오TV 역대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저희 팀과 이경규 씨가 성실하게 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찐경규'를 통해 카카오TV가 알려진 것 같아 뿌듯하게 생각한다. 첫 메인 연출작이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고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찐경규' 시즌2에 대한 구상도 했는지.

▶종영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길게 가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 하다보니 1년 4개월 동안 하게 됐다. 매회 새로운 기획을 남김없이 보여드린 것 같아 시즌1을 종료하게 됐다.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경규 형님과 함께 시즌2를 하고 싶고 셀럽도 모셔보고 싶다. 다른 시즌제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다.

-이경규를 '찐경규'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이경규 씨와 저를 맺어준 것이 카카오TV 예능 제작총괄 오윤환 선배이다. 이경규 씨와 최약체 PD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했다. 작년에 내가 엄청 쫄면서 이경규 선배님을 만났던 기억이 난다. 경규 형님도 정체되기 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했다. 이경규 선배님이 항상 새로운 PD를 만나고도 싶어했다.

-'찐경규'로 카카오TV 첫 연출작이자 메인 연출작을 선보이는 각오가 남달랐을텐데.

▶너무 공감된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야 나도 새로운 도전을 할 것 같았다. 이경규 씨는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비춰진 연예인이고, 그 연예인의 새로운 모습을 부각하고 디지털 시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압박감도 있었지만 그 압박감이 우리 프로그램의 콘셉트이기도 했다. 이경규 씨와 내가 버디무비의 주인공처럼 대결을 하기도 하는 게 콘셉트였다. 아이템이 결정되는 것도 카메라 앞에서 낱낱이 공개했다. 경규 선배가 클래스가 남달랐다. 새로운 플랫폼이라 하더라도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디지털 밈이라든지 진용진, 승우아빠와 만나면서 콘텐츠를 맛있게 요리하시더라. 경규 선배가 적응하는 걸 보면서 더 길게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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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찐경규'에서는 제작진이 이경규 씨를 진심으로 애정하며 덕질하는 마음까지 느껴졌다. PD님이 1년 4개월 동안 봐온 이경규 씨는 어떤 사람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까.

▶뭉클하다. 정말 희로애락을 나눈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1년 반 동안 제일 많이 만나고 연락하고 술 마신 사람이 이경규 씨더라. 이경규 씨가 저희 어머니와 동갑이신데, 자주 보다보니 친구 같이 느껴졌다. 불편하고 화 잘 내는 친구이지만(웃음) 배울 게 많고 인간미 넘치는 친구로 느껴졌다. 얼마 전에 (이)예림 양 결혼식에 갔는데 짠하더라. 이경규 씨의 모든 하객들과 동료들을 봤고, 1년 동안 모친상 등 안 좋은 일도 있었는데 다채로운 일을 보면서 연예인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가까운 느낌도 많이 들었다. 예능 대부이지만 인간 이경규의 모습을 대중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이경규 씨는 정말 거짓이 없는 사람이다. '찐경규'란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에피소드이든 진심을 다해서 했다. 이경규 씨의 부캐를 활용해서 하려고 했는데 이경규 씨가 '나는 이경규여야 한다'며 부캐를 거부하더라. 모든 행동에 진심인 사람이다. 화를 내든, 조언을 하든 진심이다.

-'찐경규'에서 고정 출연자는 이경규 한 명이었단 점에서 매회 콘셉트 아이디어를 짤 때 더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고정 출연자는 이경규 씨였지만 저희가 양방향으로 생각했다. 이경규 씨가 예능을 40년 해오면서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했다. 가족, 반려견, 취미, 영화, 좋아하는 음식과 라면, CF 등 떠오르는 모든 게 다 얘깃거리였다. 자신의 공황장애도 예능으로 승화시켰다. 이 모든 소재가 예능으로 투영되는 걸 보면서 이경규 씨 안에서 아이템을 짰다. 이경규 씨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게스트로 잘 출연하지 않았던 이수근, 김준현, 강형욱, 김숙 씨 등 동료들이 힘을 실어주셨다. 이경규 씨 자체를 파고, 이경규 씨 주변 인물과 환경을 보면서 한 명이어서 더 좋았던 부분도 있다.

-반면 고정출연자가 한 명이란 점을 활용해, 이경규의 다양한 캐릭터를 끄집어낸 점은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선보인 '유(YOO)니버스' 부캐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 같은 비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도 '놀면 뭐하니?'를 참 좋아하고 공교롭게 아내가 '놀면 뭐하니?' PD였다. 그래서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유재석 씨의 캐릭터가 확장되는 과정과 이경규 씨를 더 깊게 파는 과정에 대해 얘기했다. 두 분이 되게 비슷한 점이 많더라. 유재석 씨도 제작진과 친밀하게 회의하면서 세계관을 확장했고, 저희도 이경규 씨와 회의하면서 아이디어를 짰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씨에게 새로운 부캐를 부여했는데, 우리는 이경규 씨 개인의 히스토리와 주위의 환경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놀면 뭐하니?'가 넓다면 저희는 깊었다고 할 수 있겠다.

-PD님이 곁에서 지켜본 이경규의 장점과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 있었나.

▶좋은 얼굴을 하는 사람의 칭찬은 크게 다가오지 않는데, 이경규 씨는 과묵하게 있다가 술 마시면서 잘했다며 훅훅 들어올 때가 있다. 조련 같기도 한데, 무뚝뚝한 사람이 한 마디 해주면 확 와 닿는 게 있어서 그게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이경규 씨의 장점은 인사이트, 인물과 콘텐츠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경규 씨가 지상렬 씨에게 '너는 대표 프로그램이 없다. 너 자체가 예능'이라고 했는데 지상렬 씨가 감동을 받으면서 온라인에 회자되더라.

-누적조회수 8500만 뷰를 기록하면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MZ세대가 공감한 '찐경규'의 요소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프로그램 자체가 '이경규의 디지털 예능 도전'이어서 그 점을 제일 염두에 두었다. 고독한 이경규 방에 몇 달 동안 혼자 방장이 계셨는데, 우리 PD가 그 방에 함께 있으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처음 컬래버 한 게스트는 펭수였고 '자이언트 규TV'를 했다. 쿡방을 하는 '승우아빠'와 '예림아빠'가 대결하는 방식으로 컬래버도 했다. 그렇게 MZ세대를 흡수하려고 했다. 이경규 씨와 PD가 싸운 걸 커뮤니티에 몰래 뿌려서 어그로를 끌까도 생각했는데(웃음), 그런 식으로 매스 미디어에서 활동한 방송인이 하기 쉽지 않았던 도전을 '찐경규'에서 남김없이 한 것 같다. 이경규 씨 자체가 새로운 도전에 거부감이 없다. 그 분이 프로 방송인답게 누워서까지 방송을 하고 싶어하지 않냐. 방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이 뛰어난 분이다. 그런 게 MZ세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웃긴 사람은 어디 안 가는 것 같다. 4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분 특유의 감각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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