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은지가 밝힌 #장르만로맨스 #류승룡 #오나라 #무진성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1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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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 조은지/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조은지가 첫 장편영화 연출작 '장르만 로맨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장르만 로맨스'는 7년 동안 신작을 쓰지 못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과 관계를 그린 코미디영화. 조은지는 단편영화 '2박 3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을 만큼,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다. 그런 조은지가 선보인 '장르만 로맨스'는 재기 발랄함과 사려 깊은 이야기가 넘실댄다. 감독 조은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인터뷰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원래 가제가 '입술은 안돼요'였는데 제목이 '장르만 로맨스'로 바뀌었는데.


▶반어법 같은 느낌의 제목을 생각했다. 그런데 '입술은 안돼요'가 어렵게 다가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제작사와 투자사에서 수백 가지 제목을 놓고 고민한 끝에 '우리 영화가 장르만 로맨스 잖아요'라는 말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그 제목으로 결정됐다.

-왜 이 이야기를 장편 데뷔작으로 하고 싶었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그간 큰 관심사였다. 처음 연출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무척 끌렸다. 당시 시나리오에는 현(류승룡)과 유진(무진성)의 감정선에 대한 드라마가 더 부각돼 있었는데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확장해서 다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드라마 형식의 느낌을 코미디로 푸는 각색 작업을 했다.


-왜 코미디였나. 이 이야기를 상업적으로 풀기 위한 선택이었나.

▶이 이야기가 상업영화가 맞다, 아니다, 이런 생각은 안했다. 다만 각 관계들이 펼치는 이야기들에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그걸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코미디는 그런 고민으로 선택한 것이다.

-류승룡이 맡은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은 소설가 김훈에게서 모티프를 가져왔나.

▶레퍼런스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레퍼런스를 찾기도 쉽지 않았고. 삶의 무게에 짖눌린 중년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또 그 캐릭터를 많은 장르를 오가는 류승룡 선배를 통해 도움을 받고 싶었다. 류승룡 선배는 생활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사실 '된장' 등 초창기 작품들을 보면 생활연기도 굉장히 잘한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류승룡이 연기하는 김현은, 영화 속 각 관계마다 감정선이 다르다. 무진성과 상대할 때, 오나라와 상대할 때, 김희원과 상대할 때, 성유빈과 상대할 때마다 다 감정선이 다르다. 류승룡 선배야말로 중년의 무게를 담으면서 코믹하면서 또 각 관계마다 다른 감정선을 다 표현할 수 있을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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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감독 조은지/'장르만 로맨스' 스틸
-배우 출신 감독인 만큼 배우들에 대한 디렉션도 남다를 법한데. 현장에서 대사의 뉘앙스, 강조톤, 방점 등에 대해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던데.

▶사실 매우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배우가 배우에게 연기 디렉션을 주는 것이었으니깐. 감사하게도 배우들이 불편할 수도 있는데 다 잘 받아주셨다. 내게는 그게 최적화된 디렉션이라고 생각했지만 후회도 많이 했다. 고맙게도 배우들이 잘 이해줬다.

-류승룡의 전처 역할에 오나라는 왜 캐스팅했나. 캐스팅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인지도는 없었는데.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굉장히 애정했던 캐릭터가 오나라가 연기했던 정희 였다. 물론 정희와 '장르만 로맨스'에서 오나라가 연기한 미애는 전혀 다르다. 그래도 내면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쓰면서 오나라를 생각하면서 썼다.

-성유빈이 짝사랑하는 이웃집 유부녀 역에 이유영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이유영은 캐스팅하고 처음 만났다. 전작들에서 보면 1차원적일 수 있는 역할을 매우 다채롭고 묘하게 표현해내서 꼭 이 배우와 하고 싶었다. 이유영이 맡은 캐릭터는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 있는 역이다. 그런데 이유영의 눈빛과 표정이 되게 묘하게 전달되면서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됐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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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성과 류승룡/'장르만 로맨스' 스틸
-류승룡이 북콘서트에서 하는 대사는 자칫 영화 주제를 배우가 직접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물론 류승룡이 그 이상으로 표현해서 그걸 넘어섰지만.

▶그 대사가 자칫 관객에게 강요가 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대사로 유진(무진성) 캐릭터를 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변 코미디는 대부분 유진을 위한 코미디다. 그게 쌓여야 유진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요가 아니라 관계로 보여주길 바랐다.

-특별출연한 오정세가 특히 인상 깊은데. 중년 남자 배우로는 드물게 사랑,시기,질투, 열등감, 죄책감 등등을 정말 잘 표현했는데.

▶오정세 선배가 정말 고민과 준비를 많이 했다. 나는 유진에 대한 마음이 어랬으면 한다면서 둘 간의 관계에 대한 전사도 많이 준비했다. 그걸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배우다. 고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 되게 응원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 역을 맡은 무진성은 이번 영화로 발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200명이 넘게 오디션을 봤다. 거의 마지막 즈음에 무진성과 만났다. 난 유진 역에 감정 외에는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선천적인 거침이 아니라 살아온 세월이 느껴지는 거침이 드러났으면 했다. 오디션을 본 다른 배우들은 유진 역할을 약자의 느낌으로 많이 준비해 왔다면, 무진성은 달랐다. '굿 윌 헌팅'에서 윌 같았다. 첫 느낌은 '얘, 뭐야'였다. 그래서 그가 돌아가는 길에 다시 보자고 연락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촬영 중반에도 느껴지만 유진은 신인이 아니라 기성 배우도 감정 잡기가 힘든 캐릭터다. 무진성은 굉장히 절실함이 있는 친구다. 어떻게든 해내려고 한다. 거기에서 감동을 받았다.

-장례식장에서 "사랑 맞아"라고 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정말 잘 전달돼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유진은 '바라는 게 없는데 왜 상처를 받아요'라는 그의 대사로 정의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바라는 게 없지만 그래도 내 감정이 이렇다는 것마저 거부하지 말아달라,라는 느낌이 전달됐으면 했다. 쌓아뒀던 설움이 폭발된 장면이기도 하고. 두 배우가 정말 잘해줬다.

-오나라와 김희원의 관계를 그렇게 풀이한 건.

▶두 사람에겐 무언의 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설명하지 않은 전사에는, 순모(김희원)가 현(류승룡)보다 먼저 미애(오나라)를 좋아했지만 결국 현과 미애가 결혼했다. 순모는 그 감정을 숨기고 살았고. 그러다가 미애(오나라)가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시간을 겪고 그 어려움을 순모와 많이 나눴다. 그런 관계들이 쌓이면서 순모가 고백했고, 미애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머뭇머뭇하다가 사귀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관계 속에는 쿨하게 김현(류승룡) 이야기를 하는 게 방패이자 무기였다. 하지만 결국 김현이란 이름 하나로 결국 싸움을 시작됐다. 그런 무언의 벽이 영화 속에서 해소되길 바랐다. 편집됐지만 원래 에필로그에 오나라와 김희원이 차 밖에서 블루스를 추는 장면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울에선 항상 차 안에서만 만났다. 그래서 차 밖에서 만나기 위해 강릉으로 간 것이고. 그런 두 사람이 차 밖에 나와서 같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류승룡의 현재 아내로 류현경이 등장하는데. 류현경과 류승룡은 극 중 엔딩이 이혼인 셈인가. 류현경이 따귀를 때리면서 끝나는 관계인데.

▶저는 이혼했으면 좋겠다. 그게 둘의 관계에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관계에 각각의 엔딩이 있다. 그 관계들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김현은 왜 7년 동안 글을 쓰지 못했나.

▶삶의 무게 때문에 못 쓰지 않았나 싶다. 자기가 좋아서 글을 쓸 때는 잘 써졌는데, 이제는 돈 때문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글을 못 쓰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희원이 운영하는 출판사 이름은 '오픈 마인드'인데. 그런데 김희원의 마지막 어떤 모습들은 오픈 마인드와 거리가 느껴지는데. 그는 선량한 차별주의자였던 셈인가.

▶그렇지 않다. 출판사 대표인 만큼 알 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순모가 하는 어떤 선택들이 폭력적이지만 그건 그 위치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고충이라고 생각했다.

-각 인물들이 개싸움하는 듯한 장면이 인상적인데. 갈등은 있지만 그래도 각자의 편을 들고. 갈등이 해원되고.

▶이 영화는 상황과 엔딩이 있고, 상황과 엔딩이 있는 것의 연속이다. 그 장면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해소되길 원해서 만든 장면이다. 각각의 해소지점이 필요했다. 해소를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장면으로 다 해소되길 바랐다. 그 장면 이후 류현경이 류승룡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도 둘 관계의 해소지점이다. 이야기를 따로 안했지만 한 번에 오케이했다. 배우들이 미리 세게 때려서 한 번에 가자고 이야기했다더라.

-성경(성유빈)과 정원(이유영)의 관계는 왜 출발했나.

▶처음부터 성경과 정원이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경은 그걸 모르고, 정원은 그걸 알고. 정원은 성경이 교복을 입고 못 피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걸 보고 다가갔다. 자기를 본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 리투아니아에 그런 장소가 있나.

▶그렇다. 매년 4월1일에 가상의 공화국이 생긴다. 각 나라 말로 일종의 헌장 같은 것들이 적혀 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그 날만은 그 나라 사람이 될 수 있는.

-첫 장편 연출작인데 다음 작품 연출 계획은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지금은 온통 이 영화 생각 뿐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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