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태양' 김지은 "전도연·신혜선처럼 거칠면서 부드럽게"[★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11.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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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지은(28)에게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극본 박석호, 연출 김성용)은 확실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김지은이 2017년 웹드라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으로 처음 연기해 5년 차 배우가 된 시점에서 블록버스터 작품의 주연으로 가장 큰 롤을 선보였다. '검은 태양'에서 유제이는 사라진 아버지의 과거를 추격하던 중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임무와 상충하는 난제에 직면한다. 총격 액션부터 부녀간의 비극적 감정선까지 쉽지 않은 연기를 한 김지은은 이번 작품으로 '성장통'을 헤쳐나갔다.

'검은 태양'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 한지혁(남궁민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박석호 작가의 2018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 MBC 첫 금토극, 150억 대작의 웰메이드로 주목 받았다.


김지은은 극중 국정원 에이스 유제이로 분했다. 유제이는 한지혁의 과거를 쫓던 중, 과거 국정원 요원이었다가 국가에 버림 받고 악의 주축이 된 백모사(유오성 분)가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알고 딜레마에 빠지지만 자신이 직접 백모사를 설득시키러 나섰다. 최후에 선배 한지혁이 인질극을 벌인 백모사를 총격해 충격을 받지만, 한지혁의 선택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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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검은 태양'이 깊은 서사와 액션을 함께해 쉽지 않은 촬영이었을 것 같다.


▶다행히 제이는 8년 동안 정보분석실에서 컴퓨터만 다룬 인물이라 액션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고 봤다. 기본적인 파지법 정도만 다룬 인물이었다.

-유제이는 아빠를 잃었지만 국정원에서 계속 일하며 진급하는 엔딩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엔딩을 어떻게 봤는지?

▶굉장히 제이다운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제이가 죽으면 안타까웠을 것 같다. 제이는 아빠가 살아계신지 여부가 목표였다. 아빠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 인물이었기 때문에 아빠를 살렸으면 안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이의 목적은 아빠를 찾는 것이었지만 국가를 위해, 국정원을 위해 진급해 가며 사는 제이다운 엔딩을 보여준 것 같다.

-한지혁이 엔딩에서 아빠인 백모사를 죽였을 때 유제이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리고 이후엔 어떤 생각으로 한지혁을 이해했다고 봤는가.

▶제이가 아빠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걸로 인생을 살아왔다면, 한지혁을 진심으로 동료라 생각하고 신뢰했을 것이다. 지혁에 대해 제이가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빠의 죽음이 마음 아프고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만 지혁이 아니었다면 제이는 자신의 손으로 아빠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지혁이 끝을 내준 것에 대해 제이가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유제이라는 인물의 서사를 이해하고 연기하기 힘들진 않았나.

▶제이가 서사도 깊고 선배를 조력하는 인물이었다. 주연이란 부담감도 있었지만 감독님, 스태프분들, 남궁민 선배님 모두 도움을 많이 주셨다. 어떤 장면에서 돋보일 수 있는지 도움을 주셔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제이가 아빠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데, 백모사가 진짜 제이의 아빠이면서 아빠를 지키려고만 하면 캐릭터가 부딪힐 수 있었지만 그렇게 전개되지 않아서 극복하며 촬영할 수 있었다.

-'검은 태양'은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규모가 큰 작품인 만큼 배우 본인도 부담이 크지는 않았나.

▶나뿐만 아니라 모든 감독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 다 책임감이 있었을 거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희 팀원들끼리 의지하면서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자신의 어떤 면을 보고 유제이 역할로 캐스팅했다고 들었나.

▶나의 외모 등에서 많은 모습이 공존해서 감독님이 제이 역으로 캐스팅했다고 들었다. 완전히 선한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니고 차가운 부분도 공존하다고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유제이와 자신의 닮은 점, 달랐던 점은 무엇이 있을까.

▶나 역시 뭔가 이루고자 하는 게 있으면 꼭 도전을 해보는 스타일이다. 제이도 국정원에 들어가고자 노력했다. 제이는 끝까지 버티려고 하는 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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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대사가 길고 어려운 용어들도 많았다.

▶전문 용어가 많아서 컴퓨터 용어 등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검색해서 공부했다. 그 의미를 외우고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데 연기까지 해야해서 초반엔 무조건 연습을 많이 했다. 정보 전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상대 배우들의 대사를 휴대폰에 녹음해서 언제 어디서든 대사가 나올 수 있게 연습했다.

-국정원에 대해 참고를 한 작품이나 자료가 따로 있을까.

▶국정원에 대한 영상이 많지 않아서 국정원 홈페이지도 가보고 미드 등 드라마에서 정보를 얻었다. 드라마마다 설정이 달라서 헷갈리기도 했지만 감독님, 작가님에게 물어보며 공부했다.

-유제이가 국정원 에이스 현장지원팀이었지만, 총은 오히려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액션을 보여줘야 했다. 액션은 어떻게 연습하고 촬영했는가.

▶오히려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야 했기 때문에 액션스쿨도 많이 다니지 않았다. 국정원에 실제로 입사해도 기본적인 훈련은 받는다고 하더라. 총 파지법, 기본적으로 피하는 방법 정도를 배웠다. 현장에서도 무사트(MUSAT)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시청자 반응 중에 총 파지법이 제대로 됐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그때 뿌듯했다.

-유제이는 아버지의 비밀을 풀기 위해 국정원에 들어왔다. 실제 자신이라면 제이와 같은 선택을 했을까.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진실을 파헤치려고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걸 몇 십 년 동안 파헤칠 수 있을까 싶다. 제이도 진실을 찾다가 한계가 보이기도 했고 속상해했는데, 나는 계속 진실을 파헤치다가 포기도 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제이란 캐릭터를 존중한다.

-남궁민과 '닥터 프리즈너'에 이어 2년 만에 만났다. 남궁민과 국정원 선후배 역할의 호흡은 어땠나.

▶선배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너무나 감사하게 선배님이 한지혁 캐릭터를 소화하기에도 너무 바쁘셨을텐데 저의 연기를 봐주시고 저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이 말씀해주셨다. 나도 노트에 적어가며 공부하고 호흡을 많이 맞춰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감을 하고 케미를 맞춰갔다. 내가 장난스럽게 캐릭터로서 다가가도 선배님이 지혁 캐릭터로서 잘 받아주셨다. 2년 만에 만난 선배님은 여전히 최선을 다하는 선배님이었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나는 잠깐 만났는데도 잘 대해주셨는데, 2년 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히 선배님이 잘 대해주셨고 열정을 배웠다. 실제로도 배우로서 선후배여서 나로서는 선배님과 함께한다는 것이 영광 그 자체였다.

-유오성과 비극적 운명의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유오성 선배님은 존재만으로 아우라가 느껴지고 카리스마가 있는 선배님이었다. 부녀 관계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선배님이 그렇게 연기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울컥했다. 선배님은 평상시에도 눈빛만으로 배역으로서 느껴지는 게 있었다. 마지막 장면 촬영을 하면서는 대기를 하면서 아빠(유오성)에 대한 영상을 보면서 감정을 잡았고, 현장에서 선배님을 보고 총 맞는 아빠라 생각하니 바로 눈물이 나더라. 마지막 신은 한 번에 오케이가 나왔다.

-'검은 태양'이 어떤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방식으로든 진실은 나오게 돼 있다는 것이다. 제이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실을 밝혀냈고, 지혁도 지혁대로 복수를 하면서 진실을 파헤쳤다. 나머지 국정원 요원들도 개인적인 욕망을 가졌지만 진실을 보였다. 몇 년이 걸리고 방법이 어떻든 진실은 나오게 돼 있다는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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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이 지상파 드라마의 첫 주연이었다. 연기적으로 성장한 것이 느껴졌는지.

▶성장통을 많이 느꼈고 정말 많이 배웠다. 뿌듯한 감정도 컸다. 감독님이 잘 했다고 해주시면 그때 '나도 성장했구나' 느꼈다.

-실제로 접한 국정원 건물의 내부 느낌은 어땠나.

▶실제로 접한 국정원은 굉장히 체계적인 장소였다. 저희와 같이 본인들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는 장소였다. 무섭다기보다 '우와'라는 느낌을 받았다.

-'검은 태양' 촬영 기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를 하기까지 걱정이 컸을 것 같다.

▶촬영을 하던 중에 식사자리에서 생긴 이슈였다. 내 걱정보다 드라마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내가 아팠을 때 작가님, 감독님, 여러 선배님들이 '작품은 우리가 책임지고 하고 있을 테니 너는 몸부터 신경 써'라고 해주셔서 몸 회복을 하고서 다시 참여를 할 수 있었다. 다들 저보다 저를 더 걱정해주셔서 빨리 내가 회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기작인 '어게인 마이라이프'에서 이경영과 다시 만나게 됐다. 극중 천하그룹의 막내딸이자 천하경제연구소 소장 김희아 역으로 다음 캐릭터를 보여주게 됐는데.

▶다음 작품에서도 이경영 선배님을 만나게 돼서 설렜다. '검은 태양'을 8개월 정도 촬영하면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이번엔 천재성을 가진 캐릭터인데, 제이는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살았다면 희아는 주체적으로 사는 캐릭터이다.

-2017년 웹드라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으로 연기에 데뷔해 데뷔 5년 차 배우가 됐다.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으로 데뷔하면서 그때 굉장히 많이 얼어있었다. 카메라에 담기는 내 모습이 생소해서 잘 움직이지 못했다. 연결 맞추는 것도 능숙하지 못하고 자연스럽지 못했다. 점점 내 틀을 다음 촬영들을 하면서 깼던 것 같다. 나는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하는 편이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스태프분들이 힘들겠지 생각해서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했다. 내가 편하게 하는 게 자연스럽겠구나 생각했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와 장르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 어떤 장르를 해도 내가 만족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 '검은 태양'에서 제이란 서사가 어두운 면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 예능 출연이 많지 않아 김지은을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을 것 같다.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지?

▶MBTI가 ENFJ인데 '정의로운 사회구현가'라고 하더라. 활동적이면서도 계획적이고 활발한 편이다. 나의 개인적인 성격은,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면서 뭉치는 것을 좋아한다. 모두가 편한 게 좋고 모두가 좋은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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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검은 태양'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모든 작품이 나에게 길게 남는데, '검은 태양'은 내가 이만한 양과 서사를 표현한 게 처음이어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전작 이후로 꽤 시간을 가지다가 '검은 태양'을 하게돼서 더 의미가 있었다. 김지은이란 배우를 알릴 수 있는 작품이어서 의미 있었다.

-'검은 태양' 전작이 '장르만 코미디'였다. 코믹한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는 부담이 있진 않았나.

▶걱정하진 않았다. 어떤 역할을 하든 '배우 김지은'으로 비춰진다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발랄하게도 봐주시면 오히려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전작 '타인은 지옥이다' 이후 2년 만의 작품으로 '검은 태양'에 참여했다. 공백 기간에는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

▶처음엔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자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에 조바심이 안 나지 않는다. 그 시간을 나도 마냥 행복하게 보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검은 태양'이 들어왔을 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됐다. 취미생활도 한계가 있더라.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연기 준비를 했다.

-출연하고픈 예능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내가 활동적인 편이어서 재미있는 걸 다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아는 형님' 등 소통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추리하는 '런닝맨'도 재미있을 것 같다. 게임하는 예능들을 주로 좋아한다.

-배우로서 롤모델은?

▶존경하는 선배는 전도연, 신혜선 선배님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모습을 가진 것이 멋있어 보였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많은 캐릭터를 보여드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보고 싶고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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