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 '월드 와이드 빌런'된 귀여운 중년 [강민경의 전지적 덕후시점]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10.09 10:00 / 조회 :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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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태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대기업에서 과장 진급까지 앞뒀던 배우 허성태는 늦은 나이에 배우가 됐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월드 와이드 빌런이 됐다.

허성태는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60여 편의 영화 단역으로 출연하다 2016년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뺨을 맞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이어 '범죄도시'로 자신의 얼굴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영화 뿐만 아니라 허성태는 드라마에서도 악역 캐릭터로 등장해 '신스틸러'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허성태를 지탱한 건 사실 어머니였다. 그는 자신이 열일하는 원동력을 어머니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신과 함께하는 동안 다양하고 많은 모습을 빠르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그런 허성태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월드 와이드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극중 허성태는 덕수를 연기했다. 덕수는 잔인한 조폭이지만 실상은 카지노에서 조직의 돈까지 모두 잃고 쫓기고 있는 존재.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 악역이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허성태는 덕수에 대해 지금까지 했던 악역과는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강하고 셀 수 밖에 없었던 지저분한 악역을 했다면, 덕수는 그 반대로 치졸하고 지질하고 약해보이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악역"이라고 했다.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악역이었던 덕수는 허성태를 만나 팽팽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무게감을 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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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허성태 인스타그램


악역을 많이 한 배우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캐릭터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성태는 악역 이미지이지만, 호감을 얻고 있다. 배우로서는 장점이다. 이와 관련해 허성태는 "연기라는 게 신기한 게 100% 속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예민한 시청자분들이 덕수를 보면서 짜증나고 무서운데 귀여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다. 이건 저의 SNS 힘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허성태의 개인 SNS 피드를 살펴보면 귀여운 중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많다. 키우고 있는 반려묘 두 마리는 덤이다. 허성태가 연기하는 악역과 달리 평소 그리고 SNS 속에는 귀여움이 가득하다. 허성태는 "평소와 반대의 모습이라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가 듣고 싶은 수식어는 '귀여운 미중년'이었다.

허성태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또 한 번 악역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아쉬움은 단 1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연기를 잘 못 해왔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제가 악역을 했을 때 60%정도 더 좋아해주신 것 같아서 천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허성태는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욕심은 있지만 조바심은 나지 않는다고.

그는 현재 '오징어 게임'에서 호흡을 맞춘 이정재와 영화 '헌트'를 촬영 중이다. '헌트'는 이정재가 직접 연출하고 연기하는 작품. 이 외에도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고 했다. 허성태는 "어떻게 새롭게 변신할지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허성태에게 찾아올 캐릭터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설레임을 가지고 기다릴 허성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강민경 기자 light3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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