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성 "'슬의생' 울타리 같은 작품..흉부외과 자부심 생겼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10.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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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문성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울던 배우 정문성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살맞게 웃었다. 정문성(40)은 신원호 감독과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빵'),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슬의생') 을 함께하며 다양한 군상의 휴머니즘을 전했다.

'슬의생'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 '의대 99학번' 이익준(조정석 분), 안정원(유연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양석형(김대명 분), 채송화(전미도 분)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정문성은 극중 율제병원 흉부외과 치프 레지던트이자 늦깎이 레지던트 도재학 역을 맡았다. 도재학은 전공 교수인 김준완의 구박에도 익살스러움과 해맑음으로 받아치는가 하면, 곁에서 그를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으로 티격태격 케미를 유쾌하게 전했다. 그는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정 많은 친근한 모습도 보여줬다. 도재학은 어렵게 모은 돈으로 신혼집을 구하려다 전세 사기를 당했지만, 2년 만에 사기꾼을 잡고 피해 금액을 돌려받아 공감 서사를 전했다.

정문성은 '슬의생' 이후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으로 반전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는 베일에 싸인 인물 장천우 역을 맡아 국정원 최고 현장 요원 한지혁 역의 남궁민과 대립각을 형성, '슬의생' 도재학과 180도 다른 냉혈함과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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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문성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슬의생'이 많은 애청자들의 사랑 속에 종영했다. '슬의생'과 도재학 역을 떠나보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장도 따뜻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가족 같았고 서먹함 없이 현장에 가서 있는 게 되게 좋았다. 그런 공간이 없어졌다는 것에 다들 아쉬워하고 서운해하는 것 같다. 그런 행복한 작업을 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감사했다.

-'슬의생' 출연은 유연석 등 주연 배우들이 신원호 감독에게 정문성에 대해 '실제로는 웃긴 성격'이라고 추천해서 이뤄졌다고.

▶감독님은 나를 그렇게(웃기게) 생각하지 않았다. '슬빵' 때 (정)해인이 형 역을 했는데 그때는 계속 울어야 했고 감정을 잡아야 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얘기를 잘 못했다. 그래서 그때 감독님이 나를 진중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친해지면 편하게 웃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슬의생' 주연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 친구 되게 재미있다'고 말해줬다더라. 감독님이 이렇게 추천을 많이 해준 배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나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제는 감독님과 많이 친해졌다. 감독님 많이 좋아합니다!(웃음)

-도재학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도재학은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 연기를 하는 것이 실감나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시즌1에서 도재학은 김준완과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단계였고, 시즌2에서 도재학은 의사로서 능력이 올라가는 다른 점이 있었다. 도재학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달랐다. 나도 내 아내가 극중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실제로 아내 역의 배우와 만나 연기했다.

-도재학과 실제 정문성은 어느 정도 닮았을까.

▶나도 재학이처럼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어하는 면도 있고 고민하는 면도 있어서 비슷하다. 도재학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다. 나는 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도재학이 많이 참는 사람인데 멋있는 사람이다. 감독님이 이 캐릭터의 캐스팅을 굉장히 고민했다고 하더라. 자칫하면 뻔한 캐릭터가 될 수 있어서 이 역할이 뻔하지 않고 재미있고 짠하고 자기 얘기가 있었으면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감독님이 나에게 '네가 하면 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나도 어려운 역을 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서 얘기를 들었을 때 부담은 있었지만 나도 좋다고 말했고 의욕이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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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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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정경호와 의사 사제지간으로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

▶(정)경호와는 서로가 서로를 도울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경호가 실제로는 다정하고 스윗해서 빨리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 준완이가 SNS를 못하자 재학이 준완의 사진을 찍어주고 SNS 활동을 도와주는 장면이 있다. 그게 시즌1에서 내가 도움을 받았듯 서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같아서 좋아한다.

-도재학에게 김준완은 어떤 존재였을까. 또 정문성에게 정경호란?

▶도재학에게 김준완은 진짜 의사가 되게끔 도와준 사람이다.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학의 기준에서 진짜 의사는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가 낫기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경호와 여러 작품을 같이 했는데 경호는 항상 내 윗 사람이었다. 카메라 밖에서는 경호가 나를 많이 좋아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좋게 얘기한다. (정경호는) 너무 귀엽고 다정한 동생이다. 좋은 사람이다.

-'슬의생' 주연 배우들과 모두 인연이 있다. 평소 모습과 극중 모습이 어느 정도 비슷했는지?

▶(전)미도의 평상시 모습은 캐릭터와 정말 똑같다. 그 누구라도 다르게 대하지 않고 정말 똑같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미도가 점점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더라.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조)정석이는 그냥 정석이다. 정석이가 진짜 많이 캐릭터와 비슷하다. 똑똑하고 재미있고 리더십도 있다. (김)대명이는 비슷한데 사실 '아싸'가 아니고 '인싸'이다. (유)연석이도 비슷한데 바보같이 순수하고 착한 면만 있는 건 아니고 세상을 많이 안다. 캐릭터와 제일 많이 다른 게 경호다. 경호는 도재학이다.(웃음)

-극중 다른 과로 간다면 어느 과를 선택할 것인가.

▶내가 의술을 배운 건 아니지만, 흉부외과 의사로 두 시즌 연기를 하다보니 이상하게 애정이 가고 이상한 자부심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흉부외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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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문성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도재학에게 전세 사기 스토리가 있었듯, 실제 정문성도 삶을 살아가다가 크게 힘들었던 때가 있을까.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내가 처음 대학로에서 공연하기 시작했을 때는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당시 어머니와 둘이 살았는데 많이 힘들었다. 다른 일을 겸해서 할까도 생각했는데 굉장히 친한 내 친구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가 현실적으로 다른 일을 했었다. 그 친구가 '너는 그 꿈의 공간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며 5만원, 10만원을 준 적이 있다. 내가 싫다고 하면서도 진짜 그 돈이라도 필요할 때가 있어서 받기도 했다. 나는 감사한 마음에 내 수첩에 그걸 다 적어놨다. 내가 나중에 돈을 조금이라도 벌게 됐을 때 그 수첩에 있는 액수가 통장에 딱 모이는 순간 그 친구에게 통장에 있는 돈을 다 준 적이 있다. 이후에 그 친구가 그 액수의 절반을 나에게 주고 (내 통장에) 다시 입금하라고 한 적이 있다.

-정문성에게 '슬의생' 99즈와 같은 애틋한 존재가 있을까.

▶내가 연기를 처음하고 생활이 힘들었을 때 도와준 친구가 그런 존재였다. 또 고등학교 친구들의 단톡방이 있는데, 내가 어릴 땐 '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라고 생각하기만 했다가 지금은 서로 편견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축복인 것 같다.

-정문성에게 '슬의생'은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새로운 울타리가 생긴 느낌이다. 다른 작품에서 볼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감독님, 스태프들, 배우들이 내 가족인 것 같다. '슬의생'은 그런 사람의 울타리를 나에게 선물해준 작품이다.

-'슬의생' 시즌3 실현 가능성은?

▶감독님이 시즌2가 끝나면 다른 스케줄을 자유롭게 하라고 하셨다. 시즌3가 반드시 있다고 하진 않았다. 배우들이야 하고 싶어하고 시간이 지나서도 한다면 다들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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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문성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2007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15년 차 배우가 됐다. 연기를 시작했던 때와 현재의 마음가짐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재미있고 신기했는데, 지금은 내가 부족한 게 보이고 스트레스 받기도 한다. 예전엔 남들에게 칭찬받는 연기를 하려고 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연기할 때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그것에 집중하려 한다.

-드라마 '슬의생', '검은 태양', 영화 '방법: 재차의',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로 올해 다작을 하고 있다. 정문성이 장르를 넘나들면서 지치지 않고 연기하게끔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금 어머니, 강아지와 살고 있는데 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싶다. 가족이 내 원동력이 된다.

-공연 연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 무대와 매체 연기를 함께 하면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매체는 캐릭터들이 계속 변화하면서 등장한다. 그러면 내가 연기하는 호흡의 구간이 길지 않다. 무대는 인물의 호흡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매체만 하면 호흡이 짧아지는 느낌이 있고, 무대는 숨을 계속 갖고 가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서 무대와 같이 연기하는 게 개인적으로 좋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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