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최예빈, 비극적 웃음의 비밀 "은별이는 행복해 보여야 했어요"[★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9.20 10:00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최예빈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아빠를 죽인 엄마, 세 번 살인한 엄마를 고발하고 무기징역 받게 한 딸.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했지만, 최고가 되지 못한 살리에리 모녀의 비극적인 결말. 배우 최예빈(23)이 데뷔 드라마 SBS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습이었다. 최예빈이 분한 하은별은 엄마 천서진(김소연 분)의 '욕망 아바타'로 산 비운의 인물이었다. 그의 웃음 속 절규 섞인 표정은 '펜트하우스'의 비극적 메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펜트하우스'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이야기. '펜트하우스'는 극명한 선악의 대결구도, 마라맛 자극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초고속 전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로 시즌2의 최고 시청률이 29.2%를 기록, 시즌3까지 약 1년 동안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최예빈은 극중 청아재단 이사장이자 국내 최고 소프라노인 천서진과 의사 하윤철(윤종훈 분)의 딸 하은별 역을 맡았다. 하은별은 엄마의 라이벌인 오윤희(유진 분)의 딸 배로나(김현수 분)와 세대를 이은 숙명의 성악 라이벌로 마주했다. 하은별은 천상의 목소리를 갖고 태어난 배로나에 밀려 '2인자 컴플렉스'를 갖고 짝사랑하던 주석훈(김영대 분)마저 빼앗긴 것에 배로나를 괴롭히며 비리 입시를 저질렀다.

하은별은 천서진이 이혼한 후 악마 같은 주단태(엄기준 분)와 재혼한 걸로 모자라 치매 쇼를 벌이고 오윤희와 하윤철을 죽인 사실을 알고는 충격의 눈물을 흘리며 천서진을 경찰에 신고,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천서진은 아버지를 죽이고 청아재단 이사장이 된 혐의까지 더해져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목숨을 끊었다.

image
배우 최예빈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펜트하우스'가 1년 만에 시즌3로 종영했다.

▶오랜 시간 한 작품이어서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면서 끝난 게 비로소 실감이 난다. 시원섭섭하면서 섭섭한 감정이 크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다 같이 모여서 마무리를 못하고 연락으로만 인사를 나눴다. 일단 소연 선배님과 마지막 촬영을 같이 했는데 서로 안으며 축하하고 헤어졌다. 저희 키즈들과는 촬영이 끝난 후에 둥글게 둥글게를 추며 서로를 보내는 인사를 했고, 단톡방에서 여전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앞으로도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마지막 촬영 때 울었고 (김)소연 선배님도 울었다. 다른 신 촬영장 얘길 들어보니 (한)지현 언니도 울었고 (김)현수도 울었다고 하더라.

-'펜트하우스'가 드라마 데뷔작임에도, SNS 팔로워 수가 85만명을 넘길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팔로워 수가 많아진 게 느껴진다. '9월의 천사 예콩'으로 팬클럽이 생겼는데 팬클럽 분들이 커피차도 보내주셨다. 또 '펜트하우스' 최근 회차에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SNS상에선 영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은별아 사랑해', 불꽃 하트 등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가족들은 드라마 뒷 내용을 궁금해하면서도 나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주변에서는 연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연기 고민 얘기를 많이 했다. '라바', '별깅이', '천하별 가족'이란 별명도 생겼다.

-'펜트하우스' 후반부에 은별이가 천서진을 경찰에 신고하는 '절벽신'이 인상적이었다.

▶배경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덕분에 집중이 잘 됐다. 후반부 촬영이다 보니 그동안 켜켜히 쌓였던 관계와 감정들이 느껴졌다. 사고신까지 절벽에 두 번 갔는데 둘 다 감정이 달랐다. 그리고 마지막 법정신은 나도 잘 해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그동안 은별이가 마음에 담아뒀던 걸 풀었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최예빈의 데뷔작이어서 더 애틋하겠다.

▶내가 오디션 볼 때 '펜트하우스'는 일부러 기대를 안 하고 욕심을 내려놓고 편하게 보고 왔다. 그런데 결과가 나왔을 때 되게 감사했다. 펜트 키즈 모두 어떤 역할인지 모르고 오디션을 봤는데, 부담도 당연히 있었고 그걸 이겨내는 게 나의 임무라 생각하고 열심히 촬영했다. '펜트하우스'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돼서 굉장히 영광이고 감사했다. 나를 믿고 선택해주셨던 건데 너무 감사했다. 이번 현장을 오래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너무 훌륭한 선배님들도 많으셨고 화목하게 현장을 끌어주셔서 행복하게 많은 걸 배웠다.

image
배우 최예빈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극적으로 휘몰아치는 '마라맛 전개'의 연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동안 배운 연기의 결과 많이 달랐다. 은별이를 통해 연기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다 보니 배우인 나로서는 해소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현장이 레디 액션 하면 스태프와 배우가 모두 집중을 잘했고, 컷 하면 다시 화기애애해 졌다. 정신적인 부분에선 오히려 행복했고 너무 재미있었다. 같이 호흡한 선배님들의 영향도 큰 것 같다. 나도 은별이와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오래 고민하면서 느끼는 것들도 많아서 후반부에는 자연스레 은별이와 가까워진 것 같다. 마지막 촬영 때는 소연 선배님의 장면을 모니터링했는데 눈물이 났다.

-선배 연기자 중에선 김소연, 윤종훈과 가족 역할로 호흡을 맞췄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연기적인 것은 두말 할 거 없이 많이 배웠다.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많이 배려해주셨고, 스태프 이름도 다 기억해서 불러주시고 따뜻했다. 김소연 선배님은 촬영 전에 나에게 먼저 밥을 사주시면서 내가 편할 수 있게 해주셨고, 내가 생일 때도 선물을 주시면서 축하해주셨다. 윤종훈 선배님도 밥을 잘 사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카메라가 익숙지 않아서 시선을 못 잡으면 소연 선배님이 몸을 직접 옮기면서 시선을 잡게 도와주셨다.

-김순옥 작가와 만난 소감은?

▶작가님이 나를 믿고 맡겨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은별이 서사를 풀어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한 번 촬영 중에 궁금한 게 있어서 급히 연락드렸는데 작가님이 피곤하실 텐데도 장면을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했다. 작가님이 잘 했다고 연락도 해주셨고 따뜻하게 해주셨다. 대본에 지문도 많이 있었는데 은별이가 울컥하는 장면에선 '기괴하게 웃으며', '미소를 보이며'라고 명시가 돼 있었다. 그런 것들이 은별이의 감정을 잘 보이게 했다.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라는 행동적인 디테일도 있었는데 은별이의 시그니처 행동이었다.

-은별이가 가세가 기운 뒤, 엄마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트로트 메들리를 부르고 가게 홍보 아르바이트를 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펜트 키즈들에게 대역 선생님이 다 한 명씩 있었다. 트로트도 성악 선생님과 같이 만나서 연습했다. 연습실에서 노래방처럼 노래를 틀고 트로트를 같이 불렀다. 가사와 싱크로율 맞춰서 현장에서는 내가 부르고 선생님이 그에 맞춰서 소리를 입혀주셨다. 성악 장면에서도 은별이가 음이탈을 하면 거기에 맞춰서 선생님이 목소리 연기를 해주셨는데 감사했다. 아르바이트 장면은 춤 영상을 미리 받았다. 스테이씨 'ASAP'은 내가 좋아하던 노래여서 집에서 춰 보다가 현장에서 함께 춤 추신 분들에게 속성으로 배웠다. 시즌1에서는 골프 장면이 있어서 키즈들이 골프도 배웠다. '펜트하우스'를 하며 많은 걸 배웠다.

image
배우 최예빈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은별이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해석했나.

▶은별이가 고슴도치 같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시를 내세웠다고 생각했다. 은별이는 외로움이 컸고 불안도 많았다. 가족의 명예 때문에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던 친구였다. 나와 은별이의 싱크로율은 5~10% 정도 비슷하다. 내가 웃음이 많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데 은별이는 반대였다. 은별이는 행복해 보여야 할 것 같은 웃음이었다.

-'펜트하우스' 시즌1에선 연기 혹평이 있다가 시즌2, 3를 거듭하면서는 연기 칭찬을 받게 됐다.

▶처음으로 대중에게 보여지는 작품이어서 그 반응을 일부러 보면서 피드백이라 생각하고 개선하고 발전하려고 했다. 감사하게도 작가님께서 은별이의 서사를 그려주셔서 시청자들도 서사를 이해해 주셨던 것 같다. 은별이를 응원해주시는데 나도 감사했다.

-은별이를 연기하며 멘탈 관리하기 힘들진 않았나.

▶우리가 컷하면 화목한 현장이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은별이를 통해서 감정을 분출해서 괜찮았다. 나쁜 역할이어도 그걸 연구하고 고민하다 보면 이 인물이 왜 나빠졌는지 알게 되고, 진짜의 나는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시즌3에선 마지막 법정신이 기억에 남는다. 시즌2에서 로나가 귀신이 돼 날아다니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대본을 보면서도 은별이 대사 중에 '나 잠 좀 자게 해줘. 머리 좀 도려내줘 아빠'라는 걸 보고 눈물이 났다.

-한예종 출신이다. 연기과에서도 입시 전쟁이 힘들텐데.

▶우리가 예체능 중에 하나였고 경쟁이 치열했다. 내가 입시한 년도의 분위기는 서로 도와주면서 힘을 냈는데 다 같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나는 경쟁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건가 싶었다. 남을 견제할 시간에 내 실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mage
배우 최예빈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마지막으로 은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은별아! 후반부에는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살 기회를 얻었으니 다른 시련이 온다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잘 이겨내라. 더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거라. 앞으로 베풀며 살거라.

-데뷔작에서 강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차기작 선택에 고민이 있을 텐데.

▶은별이와 저의 싱크로율이 크지 않아서 밝은 캐릭터, 나와 가까운 캐릭터를 만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가 있다. 쉬면서 잘 준비해서 새로운 모습을 잘 보여드리고 싶다. 코믹,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 느와르도 좋아한다. '펜트하우스'에서 해 본 액션이 재미있더라.

-'맛남의 광장'으로 예능 도전도 했다.

▶예능 촬영장에 가면 왜 이렇게 많이 웃냐고들 한다. 내가 워낙 백종원 선생님의 팬이어서 같이 촬영하는 게 신기하고 영광스러웠다. 백종원 선생님과 (양)세형 선배님께서 친근하게 대해 주셔서 빨리 적응하고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고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내가 힘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연기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서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많이 봤다. 전도연 선배님과 꼭 한 번 연기 같이 해보고 싶다. 이번에 소연 선배님에게 많이 배워서 소연 선배님이 배우 인생에 롤모델이다.

-대중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매력 있는 배우가 돼서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람 좋은 배우도 되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기자 프로필
한해선 | hhs422@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